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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은 사과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1
김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눈치 보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아이, 이경은 늘 타인의 기분을 먼저 살핀다. 한마디를 건네기 전에도 머릿속으로 여러 번 계산하고, 혹시라도 상처를 줄까 봐 조심스럽다. 관계에 서툴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너무 어렵고 버거운 이경. 그 조심스러움이 낯설지 않았다.
등장하는 친구들은 모두 단단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두 복잡한 마음을 안고있다. 다정했던 유림의 배려는 쉽게 무너지고, 시끄럽고 당당한 솔의 관계는 벽이 있는 듯 늘 한 걸음 물러나 있다. 가까운듯 멀게 느껴졌던 규리와의 관계도 오해와 솔직함 사이에서 다시 이어진다. 그렇게 이경은 조금씩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소소하게 얽혀있는 복잡한 감정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이경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나’를 드러내는 용기의 순간이다. 부끄럽고 두려운 감정이 뒤섞인 채로 꺼낸 문장, 그걸 받아주는 친구들. 결국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마음의 문을 연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 아이 머리 위엔 어떤 아이콘이 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웃는 얼굴, 누군가는 울고 있는 얼굴일지도 모른다.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법이라고, 누군가가 내민 손을 알아보는 법은 결국 마음의 감도를 높이는것임을 책은 말해준다.
청소년뿐 아니라, 여전히 관계 속에서 나를 숨기는 데 익숙한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이야기. 지금의 기분을 꼭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