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밀 이삭처럼 - 고흐, 살다 그리다 쓰다 열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황종민 옮김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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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을 볼 때, ’고흐는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글도 그림도 결국은 작가 자신의 내면의 표현인데, 무엇이 차고 넘치면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걸까?


고흐는 2000여 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생전 판매된 그림은 단 한 점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계속 그릴수 있었던 걸까? 그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이었을까? 누가 부어준 것일까?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자연의 품에서, 사랑으로 피어난 화가. 고흐의 문장들 속에서 그의 고민과 사유, 열정, 성실함, 애착, 애정어린 시선을 읽을 수 있어 좋은 책. 작가의 우울한 내면을 읽을 때 쉽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그또한 그가 감당한 예술가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과 그림을 보며 즐겁고 싶은 계절.


🔖"살아 있음이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온 힘을 다해 일 할 때뿐이다."

🔖"고향이란 자연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고향에는 같은 감정을 느끼고 나누는 인간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향이 완성되며 그제야 비로소 아늑함이 느껴진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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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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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 "조지 오웰 이전에 그가 있었다!" 이 한 문장에 끌려 읽게 된 책. 버지니아 울프는 윌리엄 해즐릿에 대하여 신랄하고 탐색적이고 예리하다고 했다. 에세이를 읽기도 전에 버지니아 울프덕에 해즐릿에게 반할뻔 한 책. 현대사회에 득세하고 있는 편협하고 옹졸한 태도인 혐오, 깊이 배어드는 죽음, 매혹되는 질투, 학자들의 무지에 대한 해즐릿식 전달법은 날카롭고 시원하다. 해즐릿의 시선은 줄곧 담담하다. 약간 도도하고 까칠하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깊다. 멋진 책!

"인간에게는 악을 갈망하는 마음이 있어서 나쁜 짓을 해도 운 좋게 생각되는 비뚤어진 쾌감을 얻는다. 나쁜 짓은 변함없는 만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p39"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려는 온 뒤 우리가 그렇게 빨리 잊힌다고 놀랄 필요는 없다. 무대 위에 있을 때에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니 말이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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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 - 흔들릴 때마다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에 관하여
이효원 지음 / 현대지성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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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자 실존에 대한 고민을 헌법을 통해 탐구해 볼 수 있는 책. 각 장을 읽어나가며, ‘맞아 이런걸 배웠었지.’와 ‘이런 내용도 포함되어 있구나’ 했다. 배운 것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될까? 그 중에 삶에 밀접하게 관련있는 것들은 또 얼마나 될까? 학창시절에 배운 공부가 다 쓸데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마흔이 넘어 헌법을 보니 잊어버린 것들이 아쉬웠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보이는 느낌. 또 잊어버리겠지? 그럼 다시 보면 되지~


1948년 헌법이 탄생한 이래로 9차의 개헌을 한 대한민국의 헌법. 각 조항에 담긴 실질적 의미와 저자 이효원교수의 성찰의 구문들이 마음을 붙잡는 책.


📌"민족문화는 ‘우리’라는 구분에서 시작합니다. 인간은 ‘우리’라는 우리Cage에 갇힐 때 안도감을 느끼지요.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더욱 ‘우리’에 집착합니다. 우리라는 틀은 보호막이지만 동시에 성장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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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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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사람들끼리 향기로운 차와 빵을 놓고 마주앉아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아무 근심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그날이 우리에게 어서 다시 오기를 기다리면서.”



고등학생이 우먼센스를 보며 베이킹을 본다. 그녀는 성인이 되어 안 써지는 글을 미뤄두고 베이킹을 한다. 글쓰기에 이토록 진심인, 고양이 온기같은 따뜻한 사람. 본인을 문학과 사회학 사이에서 서성인다고 표현했다. 그 일련의 고민들이 글 속에 살며시 비춰나온다. 애정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고, 보잘것 없지만 안 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실천을 하는 그녀는 백수린이다.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달콤한 빵들과 리스트업 하게 만드는 책목록들.

‘서툴러 경이로은 당신’이라니~! 

인천과 프랑스를 넘나드는, 매일매일 다정해지려고 노력하는 작가를 알게 되다니, 

독자에게 행운임이 분명하다. 나를 오늘 더 다정해지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책. 


“중요한 건 안부를 묻는 마음이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안녕이 걱정되고, 그들이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길 바라게 되는 건 붕어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붕어빵은 낱개로 살수 없고 누군가와 나눠 먹어야만 맛있는 음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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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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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생 작가 김명순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김명순은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이면서도 남성이 주류인 문단에서 ‘학대’에 가까운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호사가들, 평론가들, 독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리란 걸 잘 알면서도 그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 ’자전적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향해 계속 목소리를 내었’으며 ‘소설과 시, 희곡, 수필 등 170편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작가소개를 읽고 한참이나 생각했다. 그리고 놀라웠다. 여성이기에 모든 것이 불가능 할 것 같은 시대에도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긴 용기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 그리고 내가 요즘 읽고 있는 <토지>의 서희, <아리랑>의 수국과 <돌아다 볼 때> 소련과 <외로운 사람들>의 순희, 순철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모습이었다는 점이.


이 작품은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에 이어 현대 여성작가로 박민정의 <천사가 날 대신해>와 <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으로 연결되는 책. 훌쩍 100여년의 시간을 넘어 자기발견과 여성에 대한 글쓰기가 만나고 있었다. 소설 잇다 시리즈를 처음 접했는데 시대를 넘어선 두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인 내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자연스러운 타임슬립을 경험하는 묘한 시간이었다.

📌"작가는 누구보다 ‘나’를 말하지만, 가장 ‘나’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단 한명의 작가이지만 또한 오롯한 작가일 수 있으려면 끝없이 나르시시즘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쓰는 사람이 자기 생애까지 대상화해서 이루려는 문학 행위가 그저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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