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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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미국에서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지만, 부모가 자녀가 13~18세 사이일 때 ‘언와인드’라는 제도를 통해 아이의 몸을 해체해 장기로 기증할 수 있는 법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아이가 죽는 것이 아니라, 몸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쓰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데…

갈색 눈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고속도로 표지판 뒤에 숨겨진 난간이 편안한 코너는 언와인딩을 피해 탈출하면서 고아원 출신 피아니스트 리사와 십일조로 길러진 레브와 동행한다. 함께 도망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세상에 저항하는 법을 배워가는 아이들.

태어나는 것도 스스로 정한 것이 아니었는데, 죽음조차 선택할 수 없는 생이라니! 부모가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어른이라고 늘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데, 언와이드의 결정권이 부모에게 있는 상황. 부모와 자식은 어떤 인연으로 만나 헤어지는 걸까?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질문이 계속되는 작품.
이어질 <언홀리>도 기대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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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유영미 옮김 / 한길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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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생인 한스 아이슬러는 아내도 있고 오피스 와이프도 있다. 그리고 1986년 열아홉 살인 카타리나와 사랑에 빠진다. 서른네 살 차이.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마지막인 것처럼 영원할 것 처럼 사랑한다. 영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영원을 꿈꾸게 한다. 영원을 담보로 한 모험을 시작한 그들. 커다란 종이 상자 두개에는 1986년 부터 1992년까지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과 말한 것이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포개어져 있다. 모순되는 것이 놓여 있고, 침묵에 붙여진 분노와 침묵에 붙여진 사랑이 서로 한 봉투에, 같은 철에 묶여 있다.' 마치 정해진 것처럼.

한스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다. 카타리나 외에는… 카나리나는 모든 것이 새롭다. 열아홉살은 그런 나이다. 친구와 부다페스트 여행, 할머니 칠순기념 서독여행, 친구들과의 캠프파이어, <우체국 아가씨>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독자는 카타리나가 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과도기는 힘이 든다. 때로는 새로운 삶에 도착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힘이 든다. 그는 그것을 안다. 카타리나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 그녀 안에서 새로운 시대는 이룩한 것이 아니라, 그거 주어진 것이다. 그녀는 그의 열정을 공유하지만, 그 열정의 어두운 토대와 그가 유년의 폐허로부터 인간으로 서기까지 필요했던 노력은 알지 못한다. 이것이 그녀의 장점일까, 아니면 이것이 그녀가 그와 객관적으로 구별되는 지점일까?"

질서가 무너지는 두려움을 느끼는 세대, 늘 세뇌되어야 했던 시대를 지난 이들의 혼란. 지나온 시간도 앞으로 나아갈 시간도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폭력적인 사랑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인다. 길들여지지 않는 것들은 살아있다.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과거와 현재는 만나고, 새로운 세대는 그들의 세상으로 나아간다. 자극적인 소재 이면에 놓인 인간의 파멸과 두려움, 고통을 마주하고 생각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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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샐린저 이어 -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원작 소설
조애나 라코프 지음, 최지원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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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인 은둔 작가 샐린저의 에이전시에서 어시스던트가 된 조애나. 작가이고 싶었던 그가 고른 일터. 타이핑 분당 60도 못치던 그 였지만 일취월장하는 타이핑 할 실력으로 샐린저의 팬레터에 답장을 한다. 연봉은 18,500달러인데 7달러 50센트 샌드위치를 고르고, 아버지에게서 받아든 신용카드 청구서와 학자금대출내역서에 눈물을 흘린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기생하며 소설을 쓰겠다는 자유영혼 돈. 그들은 오븐으로 난방을 해야하는 월세 540달러 집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출판인 버전. 😂 스물 네살 사회 초년생이 할 수 있는 고민과 혼란스러움이 잘 그려진 책. 영화로서는 손색이 없으나, 수려한 문장도 아니고, 독특한 구조나 구성도 아니기에 가볍게 읽을 책. 책 속 조애나를 통해 자신만의 샐린저 시절을 추억하는 것으로 의미있는 책. "아ㅡ 나의 지치고 고단하고 아픈 20대여… 지나가서 다행이다."

📌"에이전시에서 일한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보스는 한 번도 원고 검토를 부탁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하지 않는 한 내 업무는 훌륭한 문학 작품에 둘러싸여 일한다는 사소한 장점을 빼고는 예전에 아빠가 말한 대로 비서 일과 다를 게 없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출판사는 꿈의 직장일 수 있겠으나,

현실이 되는 순간 즐겁던 책과 멀어질 수도 있다.

나의 책에 대한 애정을 회사는 원치 않을 수도 있다는…

좋아하는 건 일 끝나고 부캐로 누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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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말하는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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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의 저녁 연주회. 쇼팽 전문 연주자 피아니스트 남자와 연주회를 관리하는 이사회 임원인여자의 만남. 남자가 여자에게 반한 순간이 언제였을까? 바로 이 질문 때문이었을까?

📌“잠시 쇼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당신 생각에는 쇼팽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뭔가요? 그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폴란드인이 그녀를 서늘하게 쳐다본다.

”그가 왜 중요하냐고요? 우리에게 우리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주기 때문이죠. 우리의 욕망에 관해서요.“ p40

그녀 때문에 헤로나에 클래스를 연 남자. ”두 폴란드인, 즉 오래전에 젊어서 죽은 폴라드인과 아직 살아 있는 늙은 폴라드인“ 때문에 혼란스러운 여자.

📌”폴란드인이 말한다. 당신은 내게 평화를 줘요. 당신은 내게 평화의 상징이에요.“ p57

마요르카 쇼팽 페스티벌 그리고 별장.

📌“그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그녀는 그를 가엾이 여겨 연민의 감정에서 그의 욕망을 채워주었다. 그랬던 거다. 그것은 그녀의 실수였다. p131“

남자가 여자에게 남긴 여든 네 편의 시.

📌”답은 이렇다. 그는 그의 시들을 통해서 무덤 너머에서 그녀에게 얘기하고 싶은 거다. 그녀에게 얘기하고 그녀에게 구애해서 그녀가 그를 사랑하고 그녀의 가슴에 그를 살아있게 하고 싶은 거다. p186“

그리고 비톨트에게 보내는 베아트리스의 편지.

📌“그녀는 자기를 사랑했던 남자가 그 사랑, 그 에너지, 그 에로스를 이용하여 그가 한 것보다 더 좋은 삶으로 데려다 주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p206“



해설을 읽고 나서, 이것은 실패한 사랑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랑에 실패가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비톨트의 사랑이 베아트리스에게 닿지 않았더라도, 비톨트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함께 였다면 더 행복했겠지만...) 말로 닿을 수 없는 사랑. 언어의 한계 그리고 언어의 패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 짧지만 잔잔하게 읽고 나서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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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함께 읽기
김슬옹 지음 / 마리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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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세종 25)에 창제된 훈민정음을 한문으로 해설한 책이다. 전체 33장을 3부로 나누어, 제1부에 훈민정음 본문을, 제2부에는 훈민정음 해례를, 제3부는 정인지의 서문을 실었다. 훈민정음은 ‘예의(例義)’와 ‘해례(解例)’ 로 나뉜다. 창제 이유와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었고, 자음과 모음의 창제 원리와 용법을 설명한 해례는 집현전 학사들이 지었다.

📌"아! 정음이 만들어져 천지 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그 정음이 신묘하다."

왕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하면 고유의 언어를 만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언어의 원리와 목적이 섬세함과 다정함으로 가득하다.

하늘과 땅 사이의 꼴과 소리를 따라 만들어진 언어. 움직이는 하늘과 고요한 땅과 움직임과 고요함을 겸한 사람을 담아 만든 언어.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가 흩어지고 합쳐져 담지 못하는 소리가 없는 언어. 사계절의 바뀜과 만물의 처음과 거둠을 담았기에 첫소리가 끝소리도 되는 신묘한 언어. 하늘이 세종의 손을 빌려 만든 언어. 이 언어가 바로 "한글"이다.

원문과 번역문을 같이 수록하여, 쉬운번역으로 풀어내준 책. 제자해의 원리를 곱씹을 수록 감탄하게 되는 한글의 놀라움과 세종과 학자들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 아이와 함께 읽기에 좋은 책.

자주는 아니더라도, 매년 한글날이라도 꼭 다시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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