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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진열실 을유세계문학전집 13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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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동품 진열실 mit 을유문화사 서평단

📖 원제 : Le Cabinet des Antiques (Honore de Balzac)


📌 "전투는 마렝고 전투가 아니라, 워털루 전투였다. 쉐넬은 프러시아 군대가 도착한 것을 보고서, 그들을 무찌르고자 했다.”


왕당파 귀족이라는 골동품을 신처럼 숭배한 공증인 쉐넬의 이야기. 프랑스 데그리뇽 저택의 노후작은 귀족여인 중의 귀족여인인 동생 아르망드 양과 환상과 사치의 세계에 빠져든 철부지 아들 빅튀르니앵과 살고 있다. 그들은 프랑스 역사의 폭풍 속에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충복 공증인 쉐넬 덕분에 ‘골동품 진열실’이라고 불리우게 되는 공간은 확보하게 된다. ‘지방은 파리로 가라!’를 실천한 데그리뇽 저택의 노후작은 아들을 파리로 보내는데… 파리의 향락에 빠진 그는 10만 리브르의 빚에 더해 도박으로 3만, 어음 위조로 30만 프랑의 더한다. 그의 애인 디안느 드 모프리뇌즈 부인 10만 프랑의 빚이 있는 천사(?)다. 그리고 데그리뇽가의 치욕을 바라는 뒤 크루아지에의 음모. 백작의 파리행이 불러 온 나비효과와 사건의 주변을 채워주는 입체적인 인물들. 발자크의 세밀한 문장이 돋보이는 소설.


📌 "그의 사고가 적극적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발현될 때는 너무나 급작스러워서, 감각이 작동하면 두뇌는 혼미해져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이 보였다. 그는 현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낼 수도 있고, 광인들을 경악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한줄기 뇌우처럼, 그의 욕망은 그의 두뇌의 맑고 명료한 공간을 순식간에 뒤덮는 것이었다.” (내가 느끼는 발자크)


발자크평전을 읽고 나서 발자크의 작품들을 읽을 땐 자연스럽게 발자크의 모습이 겹쳐진다. 빌튀르니앵 백작의 파리에서의 생활비는 월 2천 프랑, 초기 비용으로 1만 프랑을 교부하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했지만, 그는 처음에 다 바짝 당겨쓴다. 그는 향락의 세계로 돌진했다. 속옥, 예복, 장갑, 향수용품을 주문하고, 영국산 멋진 승마용 말 한 필과 마차용 말 한필, 이륜마차 한대를 원했다. 허영심에 가득차 즐거움으로 파리를 가득채웠다. 발자크 그 자체의 모습. 따로 묘사를 가미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여겨질 정도다. 이 중요한 상황을 끝내 아버지는 모르고, 파리와 현을 오가며, 자신이 파산할 때까지 수습을 하는 헌신적인 쉐넬의 모습은 블랙 코미디가 따로없다. 복잡했던 당시 프랑스의 정치상황과 사람들의 무너지는 계급과 인식에 대한 혼란이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이런 면이 발자크스럽다. 치장과 허영, 연애에 빠져 늘 빚에 쫓겼던 발자크의 폭발하는 글쓰기의 묘미가 가득한 소설. 발자크 역시 추천


📌 "도대체 이곳의 당신들은 정신이 나갔습니까? 지금은 19세기인데, 대체 당신들은 15세기에 머물고자 하는 겁니까? 이보세요, 더이상 고귀한 신분이란 없고, 귀족계급이 있을 뿐입니다. 대표가 이미 봉건 제도를 파괴했듯이 나폴레옹의 민법전은 양피지 족보를 사장했습니다. 돈을 갖게 될 때, 당신들은 현재보다 훨씬 더 고귀해질 것입니다…. 잘 있어요, 빅튀르니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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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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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2년 03월 23일 어느 3월 오후에 멈춰버린 시간을 사는 남자 마크 해서웨이. 억만장자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은 몸값 10억 달러짜리 코카인 중독 매춘부 앨리슨 해리슨. 간이식 대기자였던 어머니를 속인 의사에게 복수를 꿈꾸는 열다섯 살 짜리 소녀 에비. 그들은 2007년 3월 25일 오전 8시 로스앤젤레스 터미널에서 같은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그들의 인생은 폭발직전이며, 고통스러운 과거 속에서 자신을 희생자이자 죄인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고 있는 <살아남기>의 저자이며 마크의 친구인 의사 커너 맥코이.


마크, 에비, 앨리슨, 커너는 상처투성이인 과거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불안과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 속에서 살아왔다. 그들의 삶은 살아있는 지옥이었다. 스스로를 벌주는 인생을 선택한 사람들. 내가 등장인물들 중 가장 마음이 쓰인 사람은 커너였다. 그는 마크와 에비, 앨리슨을 치료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 어떤 사람, 물건이나 약으로도 채울 수 없는 심연의 고통에 가득차 있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두려움과 고통을 극복해나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 "그들은 각자 서로를 통해 사랑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연대감을 느끼며 서서히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갔다.”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속 인물들의 모습이 한 장면 한 장면 영화처럼 그려진다. 짧은 장의 구성과 뒤섞이는 시간의 배열을 맞추는 과정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로 하여금 단숨에 마지막까지 읽어나가게 한다. 절망을 딛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해주는한편의 드라마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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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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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간이란 다 허상일 뿐이죠.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어디에 보관할 수도 없으니까요. 공기처럼 보이지 않고, 물처럼 끊임없이 흐를 뿐입니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장 <페인트>에서 부모면접을 통해 가족을 다룬 이희영작가가 이번에는 우정과 사랑에 대해 타임슬립을 통해 이야기한다.

프로포즈 준비를 완벽히 끝내고 나우는 파란 눈의 검은 고양이를 따라 바bar에 들어간다. 바텐더가 흔드는 은빛 셰이커. 블루아이즈, 그린 데이, 옐로 튤립, 피치 블랙을 마시며 5번의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데… 서른 둘의 육체로 열다섯의 그날을 늘 그리워했는데, 막상 닥친 열다섯이라고 쉬울까? 나우는 이 세계에 자신을 초대한 존재에 대해 열다섯의 얼굴로 부장님 같은 독설을 내뱉는다. 그는 카이로스(기회의 신)일까? 나우에게 찾아온 기회는 무엇일까?

“그러나 인생에서 뒤늦은 if는 의미 없는 상상에 불과했다. 그 길로 갔더라면, 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고, 아니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지나간 if는 삶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이라 말할 수 있었다.”

못 이룬 사랑, 못 가본 길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타임슬립의 이야기들. 불가능하기에,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 더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현재를 바꾸면 된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니까.

“수많은 ‘나’들이 찰나에 존재했다. 덧없이 사라지고 다시 존재함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탈피하고 그 껍질을 버리는 갑각류처럼,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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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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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에 오게 된 이경. 이경은 엄마의 사망으로 할아버지네 집으로 오게 된다. 벽돌공장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농협에 다니는 이모. 새로운 가족 속에서 이경은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데…

이경은 새로운 가족 속에서 관찰자로 존재한다. 하릴없이 역사를 서성이는 것 처럼 가족 안에서 서성인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힐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느낌. 이경의 눈길이 닿는 공간과 지역, 가족구성원들을 향한 시선은 강가의 악취와 맞닿아 있다. 불우하고 불행한 가족에게 냄새가 있을까? 집을 떠나지 않는 자의 그 시선에 움직임이 있다.


봉숭아 꽃이 활짝 피고 강물이 범람하고 다시 화단앞에서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이 과정처럼 가족이라는 공간에도 죽음과 삶과 절망과 희망, 나아감과 기다림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소설. 짧아서 금새 읽히지만 회색 벽돌의 느낌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소설. 재독하면 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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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브라이언 키팅 지음, 마크 에드워즈 그림,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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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물체의 운동에 대해 처음 배웠던 것 같다. 일찍이 수포자였던 나는 고등학교때 물리과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 마흔이 넘어 물리를 대할 때마다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이 학문은 물질의 물리적 성질과 현상들에 대해 연구한다. 그 도구인 숫자(수학)가 내게 어려웠을 뿐이었다.


📌 "우주론은 거대한 질문을 다루는 대담한 학문이에요. 우주론에서는 이런 질문이 즐비합니다. “이 모든 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나 종교에나 어울린다고 느끼지만, 그 질문은 우주론자의 연구 주제이기도 하죠. 하지만 출발점은 같아도 접근법은 다릅니다. 우린 우주가 왜 있어야 하는지. 우주에서 사람이 무엇을 애햐 하는지 고민하는 대신에 우주 공간의 역학이나 운동, 거리를 얘기하지요.”


이 책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주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에 실린 아홉명 명의 물리학자, 그 사람들을 다룬다. 물리학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견뎌야 했던 불확실성과 탁월한 사회적 기술의 바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는 바로 “호기심”이다. 그들의 연구는 ‘왜’에서 시작했으며,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흥미를 가지고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 "호기심은 스스로 강화하는 힘이 있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한 사람의 호기심은 독자적인 것으로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속하며 그 사람을 드높은 성취로 이끄는 탁월한 연료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그들이 합의를 이루어가는 “태도”다. 노벨상은 어느 한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 수없이 충돌한 실험과 증명의 합의이며 누적이었다. 그들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홀로 일하지 않았으며, 연구진과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며 서로를 존중했다. 그들은 사회성이 뛰어났다.


📌 "과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자기비판 능력의 결핍은 재앙을 초래한다.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와 같은 사회적 기술은 우리가 영업자든 핵물리 학자든 간에 모른다면 꼭 배워야 하는, 능력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본질이다. 소통하지 않으면 괴짜일 뿐이다. 모든 중요한 성과는 함께 일구는 거예요."


지금도 막막함을 견디며 새롭고 낯선 연구를 수행하고 있을 과학자들을 떠올려보며, 내 호기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질문해보게 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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