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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ㅣ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평점 :
“어차피 시간이란 다 허상일 뿐이죠.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어디에 보관할 수도 없으니까요. 공기처럼 보이지 않고, 물처럼 끊임없이 흐를 뿐입니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장 <페인트>에서 부모면접을 통해 가족을 다룬 이희영작가가 이번에는 우정과 사랑에 대해 타임슬립을 통해 이야기한다.
프로포즈 준비를 완벽히 끝내고 나우는 파란 눈의 검은 고양이를 따라 바bar에 들어간다. 바텐더가 흔드는 은빛 셰이커. 블루아이즈, 그린 데이, 옐로 튤립, 피치 블랙을 마시며 5번의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데… 서른 둘의 육체로 열다섯의 그날을 늘 그리워했는데, 막상 닥친 열다섯이라고 쉬울까? 나우는 이 세계에 자신을 초대한 존재에 대해 열다섯의 얼굴로 부장님 같은 독설을 내뱉는다. 그는 카이로스(기회의 신)일까? 나우에게 찾아온 기회는 무엇일까?
“그러나 인생에서 뒤늦은 if는 의미 없는 상상에 불과했다. 그 길로 갔더라면, 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고, 아니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지나간 if는 삶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이라 말할 수 있었다.”
못 이룬 사랑, 못 가본 길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타임슬립의 이야기들. 불가능하기에,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 더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현재를 바꾸면 된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니까.
“수많은 ‘나’들이 찰나에 존재했다. 덧없이 사라지고 다시 존재함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탈피하고 그 껍질을 버리는 갑각류처럼,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