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숲의 동물들 미래그림책 202
강병인 지음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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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숲에서 만난 열다섯 마리의 동물

 

한글 숲의 동물들을 읽고

 

우리는 매일 한글을 읽고 쓴다.

너무 익숙해서 글자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볼 일은 많지 않다. 이고, 이며, ‘은 닭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일 뿐이다. 우리는 글자를 읽는 순간 의미를 알아차리고 곧바로 다음 글자로 넘어간다.

 

그런데 한글 숲의 동물들은 익숙한 글자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글자는 무엇처럼 보일까?”

 

강병인 작가는 동물의 이름을 소리 내어 읽고, 그 안에 담긴 자음과 모음의 모양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글자의 획에서 동물의 몸짓과 특징을 발견한다. 그렇게 평범했던 글자들은 붓끝에서 조금씩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다. 글자가 동물의 일부가 되고, 동물은 다시 하나의 글자가 된다.

 

글자를 읽던 눈이 어느 순간 글자를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글자와 동물의 연결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라는 글자를 이루는 낱자들은 닭의 볏과 부리, 날갯짓과 발톱으로 변한다. ‘에서는 입을 크게 벌린 개의 모습이 글자의 획 속에서 드러나고, ‘에서는 힘차게 달려가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 글자에서 동물을 발견했을까?” 싶다가도 그림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 정말 그렇게 보이네.”

 

그 순간부터 한글은 더 이상 뜻을 전달하기 위한 기호에 머물지 않는다. 글자의 선 하나, 획 하나가 동물의 몸이 되고 움직임이 된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한글의 모양 안에 새로운 세계가 숨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한글의 소리모양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다.

 

한글은 소리를 담아내는 글자다. 그런데 작가는 그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 묵직한 황소의 기운은 글자의 형태에 담기고, 꿈틀거리는 의 움직임은 붓의 흐름 속에서 살아난다.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일에서 시작된 상상이 글자의 형태를 거쳐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경험은 조금 특별하다.

 

읽는다.

바라본다.

상상한다.

그리고 다시 발견한다.

 

한글을 배우는 순서와는 정반대의 경험이다.

 

아이들은 보통 글자를 먼저 배우고, 그 글자를 조합해 단어를 읽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글자를 다시 낯설게 바라본다. 익숙함이 낯섦으로 바뀌는 순간, 한글은 새로운 놀이가 된다.

 

그림책이라는 형식도 이 책의 매력을 더한다. 일반적인 동물 그림이라면 동물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특징을 알아가는 데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글자 자체가 그림의 재료가 된다. 자음과 모음의 획이 몸통이 되고, 꼬리가 되고, 발톱이 되고, 뿔이 된다. 글자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동물의 특징과 만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을 보며 문득 아이들의 그림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종종 숫자 2를 오리처럼 그리기도 하고, 동그라미 하나를 얼굴로 만들기도 한다. 어른에게는 단순한 기호인 것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든지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상상력이란 특별한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늘 보던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 숲의 동물들은 한글에 관한 그림책인 동시에 바라보는 법에 관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글자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글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뜻을 알아내는 데 익숙해진 눈은 글자의 모양과 움직임을 놓치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익숙한 시선을 살짝 비틀어 준다.

 

그리고 그 순간, 한글 숲이 열린다.

 

그 숲에는 글자 사이에서 태어난 동물들이 있다. 어떤 동물은 힘차게 움직이고, 어떤 동물은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으며, 또 어떤 동물은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것처럼 생생하다. 한글의 획은 더 이상 종이 위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각각의 생명을 얻어 움직인다.

 

한글이 그림이 되는 순간이다.

 

2026년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한다.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들어왔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글의 가치를 보여 준다.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 문자이며 얼마나 배우기 쉬운지를 설명하기보다, 한글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술적인 문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눈앞에 펼쳐 보인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주변의 글자들이 전과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간판에 적힌 글자도, 책 속 문장도, 아이가 쓴 삐뚤빼뚤한 글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이 글자는 무엇처럼 보일까?’

 

어쩌면 한글 숲의 동물들이 내게 건넨 가장 재미있는 질문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글자를 읽으며 의미를 찾지만, 때로는 글자를 천천히 바라보며 그 안에 숨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익숙한 한글이 낯선 동물이 되고, 평범한 획 하나가 생명이 되는 세계.

 

한글 숲의 동물들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도 한글 숲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나는 글자를 볼 때마다 그 안에 어떤 동물이 숨어 있을지 한 번쯤 상상하게 될 것 같다.

 

 

별점

 

★★★★★ (5/5)

 

한줄평

 

매일 읽고 쓰던 한글이 열다섯 마리의 동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익숙한 글자가 새롭게 보인다.”

 

 아!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함께 감상하면 좋을 전시가 떠올라 정보를 함께 올린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인 5월 달에 방문하고 매우 만족했떤 전시인데 <한글 숲의 동물들>을 읽고 나니 전시 기간 중에 한번 더 방문하고 싶어진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특별전시인 "글씨 상점: 당신의 글씨, 당신의 취향"이다.


무료 전시의 수준이 아니라고 할 만큼 흥미진진한 글자그림 작품들과 재미있는 글자계산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전 연령이 만족할 만한 추천 전시다!!

 

특별전시 <전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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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우산의 여행 노는날 그림책 43
니콜라스 슈프 지음,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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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림이 만들어 낸 삶의 지도

『초록 우산의 여행』을 읽고



우산은 잃어버리는 물건이다. 비가 그친 순간 사람들은 우산을 가장 먼저 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잃어버린 우산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상상하지 않는다. 『초록 우산의 여행』은 바로 그 틈에서 시작한다. "우산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은 예상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저 나무 손잡이가 달린 초록 우산 하나뿐이다. 주인은 계속 바뀌고, 버려지기도 하고, 선물로 건네지기도 하며, 기차에 놓고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우산이 단 한 번도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모험처럼 받아들인다. 같은 사물을 두고도 사람들은 '분실'이라고 말하지만, 우산에게는 그것이 '여행'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콧수염 아저씨가 기다리던 사람을 끝내 만나지 못한 채 우산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부분이다. 사람은 상실 때문에 우산을 버렸지만, 우산은 그 사건을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인다. 하나의 사건은 누군가에게는 끝이지만, 다른 존재에게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담담하게 보여 준다.

이후 우산은 여행자의 손에서 바다와 산을 처음 만나고, 요리사의 손에서는 음식 냄새를 품고, 배우와 함께 빗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미용실에서는 다른 우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 주인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듣는다. 사람들은 우산을 소유하지만, 정작 우산은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경험한다. 주인이 바뀔 때마다 우산은 조금씩 더 많은 세계를 알게 되고, 독자는 한 물건의 이동이 곧 여러 사람의 삶을 연결하는 과정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또한 이야기 못지않게 많은 것을 말한다. 단순하고 투박한 형태의 인물들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반복되는 푸른 빗줄기와 선명한 초록색 우산은 매 장면에서 시선을 붙잡고, 우산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는 존재임을 상징한다. 특히 검은 우산들 사이에서 초록 우산이 자신의 색을 자랑스러워하는 장면은 획일적인 세상 속에서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에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은 이 책을 현실에서 환상으로 조용히 옮겨 놓는다. 우산은 어디에 도착했는지 끝내 알려 주지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지금쯤 우산은 누구와 함께 있을까. 아직도 여행 중일까. 그 열린 결말 덕분에 이야기는 책이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진다.

『초록 우산의 여행』은 우산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관계와 이별, 그리고 삶의 우연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 순간에는 상실처럼 느껴지는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인연과 경험으로 이어지곤 한다. 초록 우산은 그 사실을 아무런 훈계 없이, 가볍고 유쾌한 여행으로 보여 준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집 현관에 놓인 오래된 우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잃어버렸던 우산들도 지금쯤은 누군가와 또 다른 비를 맞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물 하나에 이토록 긴 삶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넘어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오래 남을 작품이다.



⭐ 별점

★★★★☆ (4.5/5)

한줄평

"우산을 잃어버렸다는 생각 대신,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고 믿게 만드는 그림책."

아래는 그림책의 전문을 타이핑 해봤다.

초록 우산의 여행

니콜라스 슈프_글 안드레아 안티노리_그림 박재연_옮김/ 노는날

나무 손잡이가 달린 초록 우산이 있었어.

초록 우산은 사람들이 자기를 두고 가 버리는 데 아주 익숙해ㅉ어.

어디에 놓이게 될지, 누가 집어 갈지, 어디로 데려갈지…

전혀 알 수 없었지.

우산이라면 다 그런 법이야.

그런데 이 우산은 늘 새로운 곳에 가는게 귀찮지 않았어.

오히려 신이 났지!

밖은 언제나 모험이 가득하니까.

초록 우산의 첫 번째 주인은 콧수염 아저씨였어.

어느 오후, 아저씨는 한참이나 우산을 펼쳐 들고 누군가를 기다렸지.

하지만 그 사람은 끝내 오지 않았어.

기다리다 지친 아저씨는 쓰레기통에 우산은 휙, 던져 버렸어.

아저씨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갔지.

‘힘들 때 더 힘든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니.’

얼마 뒤, 청소부 아저씨가 쓰레기통에서 초록 우산을 집어 들었어.

새것 같았거든.

잘 말린 뒤에 이모에게 선물로 드렸지.

사실 아저씨의 이모는 초록색을 싫어해ᅟᅣᆻ어.

그래서 비 오는 날, 친구에게 우산을 줬지.

신이 난 친구는 여행을 떠났고,

초록 우산은 바다와 산을 처음 보았어!

어느 날 오후, 이모의 친구가 호텔에 우산을 두고 가 버렸어.

몇 달 동안 우산은 비가 오기를 기다렸지. 심심했어.

어느 날, 요리사 아주머니가 우산을 집어 들었고,

들은 이 식당 저 식당을 돌아다녔어.

새로운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우산에는 솔솔,

맛있는 냄새가 배어들었어.

비가 오면 깨끗이 씻긴 채, 새로운 냄새를 맞이할 준비를 했지.

어느 날, 요리사 아주머니는 남자친구에게 우산을 빌려줬어.

배우 아저씨였는데 , 비오는 날 빙글빙글 우산을 돌리며 노래 부르는 걸 아주 좋아했지.

우산은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신이 났어!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이거였어.

비 맞으며 부르는 노래,

빗속에서 부르는 노래,

정말 멋진 기분이야,

다시 행복해졌어!

배우 아저씨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기차에 우산을 두고 내렸지 뭐야.

다른 승객 아저씨가 슬쩍, 우산을 집어 들었어.

미용사 아저씨였지.

미용실에서 우산은 손님들을 지켜보았어.

“머리를 다른 색으로 물들이면 어떤 느낌일까, 모습이 달라진다는 건?”

“나라면 주황색이나 파란색을 고를 거야.”

“검은색은 싫어! 검은색 우산은 너무 많잖아.

볼 때마다 신부님이나 판사님, 아니면 박쥐가 생각난다고!”

초록 우산은 가끔 옆에 놓인 다른 우산들과 이야기를 나눴어.

초록 우산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우산들도 여행을 꿈꿨지.

‘주인이 바뀌었으면, 새 주인이 생겼으면, 누군가 실수로 나를 가져가 줬으면.’

어느 날, 초록 우산은 우박이 쏟아지는 엄청난 폭풍을 만났어.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우산을 찢어 버렸지.

미용사 아저씨가 뚝딱, 헝겊 조각으로 우산을 기워 줬어.

우산은 이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어. 해적이 된 것 같았거든!

어느 날, 미용사 아저씨는

토요일마다 머리를 손질하러 오는 부인에게 우산을 빌려줬어.

부자 아주머니였지.(우산도 아주 많았고.)

집에 돌아온 부인은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말했어.

“월요일에 우산을 미용실에 돌려줘야해.”

하지만 계속 비가 내렸고,

가정부 아주머니는

초록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갔어.

가정부 아주모니의 딸이 의자 위에 놓인 우산을 활짝 펼쳤어.

“어허, 실내에서 우산을 펼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어. 당장 접어!”

아빠가 소리쳤어.

딸은 아빠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산을 접었지.

(물론, 이 말을 정말로 믿은 아이도 있었어.

어른이 되어서도,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어릴 적 집 안에서 우산을 펼쳤던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다음 날, (원래 이야기의) 소녀의 옥상으로 올라가

초록 우산을 활짝 펼쳤어. 비는 그쳐 있었지.

햇살 가득한 일요일 아침이었어.

늘 비 오는 날에만 펼쳐지다 보니, 따스한 햇살을 받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어.

바닥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본 것도 처음이었고!

그때 갑자기 훅, 바람이 불더니

작은 손에서 홱, 우산을 낚아채고는

우산을 하늘 높이 날려 버렸어!

그런 일도 처음이었어.

“와, 이건 또 뭐람!”

우산이 외쳤어.

‘활짝 펼쳐진 채로 훨훨 지붕 위를 날아오르다니.

바람의 품에 안겨,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그냥 신나게!

지금쯤 우산은 어디에 있을까?

누구랑 함께일까?

아직도 날고 있을까?

달나라까지 닿았을까?

잃어버린 우산들이 사는 섬에 갔을까?

우산은 몇 살까지 살까?

궁금한 게 참 많지?

물어볼 게 하나 더 있어!

혹시 그 여자아이를 기억해?

집 안에서 우산을 펼치는 바람에

나쁜 일이 생겼다고 믿었던 소녀 말이야.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양말이나 열쇠, 목도리처럼 우산도 자주 사라지곤 해. 우산은 어디로 갈까? 누구와 함께일까?

우리 곁을 떠나 어떤 삶을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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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느껴지는 사람 글로연 그림책 49
이진희 지음 / 글로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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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드립니다.
끝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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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숙제가 끝나지 않아
누카가 미오 지음, 토티 그림, 김지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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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은 숙제가 아니라, 평생 함께할 친구였으면 좋겠다."


며칠 전 초등학교 4학년 큰 딸의 담임 선생님께서 하이톡으로 독서감상문 과제를 안내해 주셨다.

과제 메세지를 보며 딸보다 내가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 독후감 숙제의 계절이 왔구나!'

학창 시절의 나는 책보다 독후감이 더 어려웠다. 책을 다 일고도 첫 문장을 쓰지 못해 원고지만 바라보던 시간이 더 길었다. 그래서 엄마가 된 지금은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일이 평생 따라다니는 과제라면, 우리 아이는 그것을 '숙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즐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말이다.

마침 그런 마음으로 펼친 책이 바로 < 독후감 숙제가 끝나지 않아>였다.

이 책은 학교 도서실에서 모인 다섯 명의 아이들이 독후감 숙제를 계기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수영에 몰두하느라 책과 멀어졌던 에이토,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해 좋아하는 책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유이, 독서에 대한 부모님의 압박으로 책 읽기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고타로, 독후감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소스케까지.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독후감을 왜 써야 하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책은 독후감을 잘 쓰는 기술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독후감이란 책을 읽고 난 뒤 생긴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어떤 장면에서 웃었는지, 어떤 문장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왜 그 인물이 안타깝거나 멋지게 느껴졌는지를 차근차근 돌아보게 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독후감을 '정답을 맞히는 글'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발견하는 글'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의 편집적인 요소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중 커버 안쪽이 원고지 디지인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나도 이 공간에 직접 독후감을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독후감 쓰기를 두렵고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 줄씩 기록해 보고 싶은 활동으로 느끼게 만드는 세심한 장치였다.


또한 부록으로 실린 '후미짱의 독후감 쓰기 교실'은 매우 간결하고 실용적이었다. 어떤 책으로 독후감을 쓰면 좋을지, 독후감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단계별로 안내해 준다. 설명이 어렵고나 딱딱하지 않아서 초등학생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독후감 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여 준다. 특히 "독후감은 책을 읽은 '나 자신'에 대해 쓰는 글"이라는 설명은 아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부모로서 아이가 어떤 독서 경험을 하길 바라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기록을 남기는 행위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면 독후감은 아이의 마음을 키우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멋진 표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어디에서 움직였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독후감을 잘 쓰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독후감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은 흔하지 않다.

<독후감 숙제가 끝나지 않아>는 오랜만에 연필을 들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 준, 다정한 글쓰기 친구였다.

<독후감 숙제가 끝나지 않아>는 독후감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는 다정한 길잡이가 되고, 부모와 교사에게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책이다. 또한 글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독후감이 숙제가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 줄 평

독후감이라는 숙제의 무게를 덜어 주고,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게 만드는 다정한 글쓰기 안내서.

#독후감숙제가끝나지않아

#독후감

#책육아

#다산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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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는 차별로 가득해 - 등굣길부터 잠들기 전까지, 일상 속 차별을 마주하는 시간 하루에 만나는 세상
태지원 지음, 개박하 그림 / 데이스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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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하게 하는 것은 아이의 소중한 미래를 위한 어머님의 지혜입니다."

자주가는 식당 벽에 붙어있는 문구다. 언뜻 보면 예절을 권하는 안내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아이에게 필요한 배려는 언제나 아이와 부모만의 책임으로 이야기될까?"

그 순간 떠오른 책이 바로 <우리의 하루는 차별로 가득해> 였다.

이 책은 거창한 차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학교에서,

SNS를 보며,

뉴스를 보며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마주하지만 그냥 지나쳤던 말과 시선을 하나씩 꺼내 보여 준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왜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이 책은 장애인 이동권, 노 키즈 존, 외모, 성 역할, 세대 갈등, 혐오 표현 등 쉽게 편이 갈릴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장애인 이동권을 다룬 장이었다. 지하철 시위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마음도, 평생 이동권을 위해 싸워야 했던 장애인의 절박함도 쉽게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책은 정답을 내리기보다 "무엇이 저 사람들을 그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 보자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 보는 것.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며칠 전에는 실제로 그런 장면을 마주했다. 휠체어를 탄 한 분이 작은 계단 턱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서 있었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그녀는 결국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조용히 돌아섰다.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누군가 일부러 막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작은 턱 하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 되고 있었다. 그때 비로소 책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차별은 거창한 악의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구조와 기준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또 다른 부분은 노키즈존을 다룬 장이었다. 책은 아이의 소움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노키즈존을 무조건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신 '케어 키즈존'처럼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 균형 잡힌 시선이 참 좋았다. 누군가를 몰아세우기보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태도 말이다. 결국 차별을 줄이는 힘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작은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각 장 끝마다 질문거리가 실려있다.

"공공장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할까?"

"알고리즘이 보여 주는 정보만 믿으면 왜 위험할까?"

"세대를 하나의 말로 일반화하는 것은 정말 맞을까?"

이런 질문들은 정답을 찾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방향을 넓혀 주는 매우 유익한 확장형 질문들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책을 읽는다기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청소년 독자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포인트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차별을 없애는 거창한 방법보다, 오늘 내가 사용하는 말과 시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 작은 변화를 조용히 시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편집도 무척 인상적이다. 핑크과 블루를 중심으로 한 산뜻한 색감, 도로 표지판을 연상시키는 일러스트, SNS 해시태그처럼 정리된 핵심 키워드 그리고 쉬어 갈 수 있도록 구성된 질문 페이지까지 빼곡하게 유익하다.

무엇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어렵지 않게 읽도록 도와주는 세심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읽는 재미와 생각하는 재미를 함께 담아낸 편집 방향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우리의 하루는 차별로 가득해>는 차별을 고발하는 책이라기보다 질문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이유를 묻는 사람. 당연하다고 믿었던 기준을 다시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조금씩 많아질 때 우리의 하루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세상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장면 앞에서 한 번 더 멈춰 서 있게 되었다. 아마 좋은 책이란 바로 그런 힘을 가진 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 이 책이 내게 그런 책이었다.

한줄평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당연했던 하루에 질문을 던지는 책.

#우리의하루는차별로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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