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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수 있나, 버텨야지
유강 지음 / 온화 / 2025년 7월
평점 :
추가 서평단에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매우 기뻤다.
유독 덥고 지치는 여름이 한방 남았다는 듯이 끝나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은 날, 단골도 아닌 꽃 집에서 지나가다 꽃을 샀다.

화병을 사면 꽃을 준다고 해야할지, 꽃을 사면 화병에 넣어준다고 해야할지.
쇼윈도도 아닌 창문 너머로 여름의 햇살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꽃들을
기어이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왠지모를 동변상련 같은 감정이 들어서였다.

유강 작가의 에세이와 길거리 꽃집의 오늘의 꽃을 함께 놓으니 두 배의 위로가 나에게 가득참을 느꼈다. 앞표지를 비롯해서 각 장의 소주제를 알리는 페이지에는 간결한 그림 디자인이 함께 삽화되어있다. 표지 이미지를 유강 작가가 디자인 한 것으로 볼 때 책 속 이미지도 작가가 디자인 한 것인지 추측해 본다.

지상의 나무를 대지에서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 그것은' 지하에서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수많은 갈래의 뿌리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이미지가 '나무'의 버팀이라는 것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각 파트마다 주제에 맞게 간결하게 표현된 상징 이미지들도 가만히 들여다 보게 되는 주목성이 있다.

읽으며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작가가 독자인 나보다 아래 연배임이 틀림없다고 여겨진다. 적어도 그런 척(?)하거나, 정말 어릴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아래 연배로 추정되는 작가가 논하는 인생 이야기를 '별 수 없이 버티며' 억지로 읽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며 따라 흘러가는 나를 발견한다. 왜? 술술 읽히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요소로 '허구적 대화'라는 신박한 장치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같다. 이 요소가 독자인 나에게는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오는 동시에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친숙감을 준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옆에서 위로해주듯 나긋나긋하게 흘러가는 전개성이 가독성을 높이는 것 같다.
한 주제 한 주제 작가와 쪽대화를 나누듯 코멘트를 달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에 유행하는 '작가와 함께 교환하는 독서'를 하듯이 혹은 나 자신에게 다짐하고 기록하는 느낌으로 써 내려갔다.
물론 책에다 하는 것은 아까워서 접착 메모지를 활용했다. 손편지를 나누고 있는 친구에게 다음번 편지를 보낼 때 이 책을 동봉해서 보내볼까 라고 생각중이다. 나와 동년배인 그 친구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누구나 버티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버티지 않고는 단단해 질 수 없다. 이 당연함을 재 인식시키는 에세이는 이번 여름 나에게 큰 위로를 줬다. 많은 버티는 삶을 진행 중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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