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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는 차별로 가득해 - 등굣길부터 잠들기 전까지, 일상 속 차별을 마주하는 시간 ㅣ 하루에 만나는 세상
태지원 지음, 개박하 그림 / 데이스타 / 2026년 7월
평점 :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하게 하는 것은 아이의 소중한 미래를 위한 어머님의 지혜입니다."
자주가는 식당 벽에 붙어있는 문구다. 언뜻 보면 예절을 권하는 안내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아이에게 필요한 배려는 언제나 아이와 부모만의 책임으로 이야기될까?"
그 순간 떠오른 책이 바로 <우리의 하루는 차별로 가득해> 였다.
이 책은 거창한 차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학교에서,
SNS를 보며,
뉴스를 보며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마주하지만 그냥 지나쳤던 말과 시선을 하나씩 꺼내 보여 준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왜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이 책은 장애인 이동권, 노 키즈 존, 외모, 성 역할, 세대 갈등, 혐오 표현 등 쉽게 편이 갈릴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장애인 이동권을 다룬 장이었다. 지하철 시위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마음도, 평생 이동권을 위해 싸워야 했던 장애인의 절박함도 쉽게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책은 정답을 내리기보다 "무엇이 저 사람들을 그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 보자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 보는 것.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며칠 전에는 실제로 그런 장면을 마주했다. 휠체어를 탄 한 분이 작은 계단 턱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서 있었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그녀는 결국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조용히 돌아섰다.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누군가 일부러 막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작은 턱 하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 되고 있었다. 그때 비로소 책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차별은 거창한 악의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구조와 기준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또 다른 부분은 노키즈존을 다룬 장이었다. 책은 아이의 소움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노키즈존을 무조건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신 '케어 키즈존'처럼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 균형 잡힌 시선이 참 좋았다. 누군가를 몰아세우기보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태도 말이다. 결국 차별을 줄이는 힘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작은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각 장 끝마다 질문거리가 실려있다.
"공공장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할까?"
"알고리즘이 보여 주는 정보만 믿으면 왜 위험할까?"
"세대를 하나의 말로 일반화하는 것은 정말 맞을까?"
이런 질문들은 정답을 찾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방향을 넓혀 주는 매우 유익한 확장형 질문들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책을 읽는다기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청소년 독자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포인트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차별을 없애는 거창한 방법보다, 오늘 내가 사용하는 말과 시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 작은 변화를 조용히 시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편집도 무척 인상적이다. 핑크과 블루를 중심으로 한 산뜻한 색감, 도로 표지판을 연상시키는 일러스트, SNS 해시태그처럼 정리된 핵심 키워드 그리고 쉬어 갈 수 있도록 구성된 질문 페이지까지 빼곡하게 유익하다.
무엇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어렵지 않게 읽도록 도와주는 세심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읽는 재미와 생각하는 재미를 함께 담아낸 편집 방향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우리의 하루는 차별로 가득해>는 차별을 고발하는 책이라기보다 질문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이유를 묻는 사람. 당연하다고 믿었던 기준을 다시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조금씩 많아질 때 우리의 하루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세상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장면 앞에서 한 번 더 멈춰 서 있게 되었다. 아마 좋은 책이란 바로 그런 힘을 가진 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 이 책이 내게 그런 책이었다.
한줄평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당연했던 하루에 질문을 던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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