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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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실력이고, 능력이며 갈고 닦아야한다는 요즘의 자기 개발서를 보면 오히려 슬퍼진다. 사회생활의 전반을 흐르는 웃겨야 산다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개그맨의 코드를 가지고 재미와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 아닌가? 우리 모두가 개그맨 시험도 보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웃음은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상품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삶의 태도와 넓은 관용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엄숙한 자기 수행만 할 것 같은 승려의 재미있는 수필집은 또 다른 웃음코드와 삶의 지혜를 얻게 해 주었다. 세계적인 명상 스승인 아잔 브람의 <슬프고 웃긴 사진관>이 바로 그 책이다.

 

아잔 브람의 글은 너무나 읽기 쉬워서 속도는 엄청 빨리 지나간다. 오히려 눈의 속도를 붙잡는 것이 조금은 어리숙한 느낌은 예쁜 삽화들.. 하지만, 문득 읽기를 멈추고 그의 글 속의 의미를 맛보다 보면 열려져 있는 마음과 깊은 통찰을 경험하게 된다.

 

감옥이냐 자유냐의 차이는 그 안에서의 삶이 얼마나 편안한가와는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마음뿐입니다. ’여기에 있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머물고 싶지 않다면 감옥입니다. 반면 감옥이라도 계속 머물고 싶다면 그곳에서의 삶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p95,96

 

인상 깊은 상황은 아잔 브람이 게이의 모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사실 게이가 아닌 저를 그 모임에 초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거기서 간략하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성적으로는 제가 여러분 누구보다 더 비정상입니다. 저는 금욕주의자입니다” -p161-

 

비가 온다고 날씨를 바꿀 수 없듯이 현재 자기의 모습을 사랑하고 만족한다면 그것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마음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쉬운 말이지만 우리는 안다.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이 마음이라는 것을.. 실용서만 잘 팔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이런 <슬프고 웃긴 사진관> 같은 책들이 더욱 빛나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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