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김영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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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의 시골마을로 이사를 해서 가족들과 함께 10여 년이 넘게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 40대 중반에 '여성주의'를 접하고 난 후 삶의 방향이 달라진 남자.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강아지를 키우다가 육식을 끊게 된 남자. 빨래를 제외한 모든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남자. 23년 동안 책방이 없던 가평의 한 작은 마을에 '북유럽' 서점을 열고 하루에 두 권 판매의 소박한 꿈을 가진 남자.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자리잡은 저자의 이미지들이다.


       책을 받아들고 표지만 봤을 때는 저자가 전원생활을 하며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소탈하고 털털한 성격의 넉넉한 아저씨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생각보다 상처가 많고, 예민하며, 섬세하기 그지없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묘한 공감대가 생겨났다. 마치 판박이같은 내 모습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는 저자가 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북유럽(Book You Love)'이라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마당 있는 집에서 강아지 '하이'를 키우는 모습은 나의 버킷리스트의 항목들이기도 해서 더욱 저자에게 마음이 가고 나와 어쩜 이렇게 비슷한가 싶은 맘에 또 다른 나를 만난 기분이었다.

       또 하나 공통점을 찾은 것이 있으니, 아내에게 '너'라고 호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너'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아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어느 순간 너라고 부르는 행위가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더구나 아내를 세상의 수많은 '너' 가운데 하나로 만드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지 않더라도 아내를 칭할 때 다른 어떤 인칭대명사 대신 오직 이름만 부르기로 했다. 이 습관은 아이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아이와 놀 때, 타이를 때, 혼을 낼 때도 오직 이름만 불렀다. 너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야!'라는 말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 p.238 ~ p. 239 中 -

         어쩜 이렇게 나랑 생각이 비슷할까 싶다.

         결혼 후 남편이 점점 나에게 말을 놓기 시작하던 무렵 남편에게 건의를 했다. 뭐라고 불러도 좋은데 '너'라고는 부르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연애무렵부터 결혼후 한동안 '오빠'라고 남편을 호칭하던 나역시 남편에게 '너'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저자의 생각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뭔가 모르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기에 결혼초부터 우리 부부 사이에서는 '너'라는 말이 금지어였는데, 이런 생각을 한 부부가 또 있다니 반갑다 못해 신기함마저 든다.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남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고,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나와 생각이 비슷한 점이 많아 오랜 시간 함께한 벗을 재회한 기분이다.

  

 

         가부장제의 수혜를 받은 사실을 불편해하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불평등한 현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저자. 조금은 다른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한 딸아이의 아빠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작은 '북유럽' 책방의 주인으로서 오늘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멋진 사람 김영우. 나는 오늘부터 그런 멋진 저자의 '찐팬'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가 조금은 잠잠해지고 나면 꼭 방문하리라. '북유럽' 책방을. 그래서 멋진 사람 김영우를 꼭 만나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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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기적의 말하기 영어패턴 - 영어회화, 핵심동사 20개로 말이 터진다!
이시원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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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에 들어서고보니 스트레스를 잘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중년을 보낼 수 있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든다. 그래서인지 틈틈이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는 남편을 보면 점점 그 마음이 이해가 될 뿐 아니라, 예전처럼 실눈을 뜨고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된다. 일주일간 쌓였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오히려 적극 지지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고 하니 바로 독서와 영어공부이다. 직장에서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고 매일 짤막짤막 영어공부를 하며 힐링이 되는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은 이해가 안된다고 하지만, 이게 나만의 힐링방법인걸 어쩌란 말이오. 왜 이렇게 나는 언어에 목을 매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매일매일 루틴처럼 일정한 양의 영어공부를 하는 내게 너무도 요긴한 맞춤형 책을 만났다.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 닷컴!'이라는 광고송으로 유명한 이시원 선생님이 쓰신  <기적의 말하기 영어패턴>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어공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설명하시기로 유명한 이시원 선생님의 책이라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믿음이 갔지만, 말하기에 가장 중요한 핵심동사 20개로 입이 터지게 한다는 책 앞표지의 문구가 나를 더욱 사로잡았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총 18개의 uni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목차마다 패턴의 중심이 되는 핵심동사의 활용법의 설명을 시작으로 총 4개의 step으로 나뉘어 차근차근 입에 붙을 수 있도록 연습하게 짜여져 있다. 그리고 각 unit마다 qr코드가 있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편리하게 해당 음원을 불러와서 리스닝 및 스피킹 연습을 쉽게 할 수 있는게 무엇보다 편리하다. 그리고 4단계의 학습이 끝나고 나면 '패턴 바로 익히기' 코너에서 해당 unit의 복습을 바로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총 18개의 unit외에도 책의 마지막에 보면 따로 떼어내어 수시로 복습할 수 있도록 '하루 10문장 패턴 말하기 연습'이라는 부록도 마련되어 있다.
 

       언어라는 게 사용하지 않으면 쉬이 잊혀지기 마련인 법! 내 입에 완전히 붙게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연습만이 가장 좋은 언어학습법임을 알고 있기에 이 자료가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책의 머리말에 있던 글귀가 너무 와닿아서 밑줄을 그어 두었다. 내가 영어공부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이 머리말을 통해 생겨났다. '진짜 내 영어 실력이 변화하는 것을 위해 배우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하루 하루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변화를 위해 영어공부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연초가 되면 다들 '다이어트'와 '어학공부'를 목표로 세우고 올해 꼭 성공하고 말거라고 거창한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첫술에 배부르고 싶은 욕심이 크기에 중도에 포기할 때가 많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수차례 했었고 말이다. 그런데 머리말의 내용처럼 하루하루 조금씩 변화되는 나의 영어실력을 목표로 도전한다면 어느 새 정상에 도달해 있을 내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난다. 

     이 책의 18 unit까지 수차례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진짜 내가 말할 수 있는 영어'로 만들고 말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게 해 준 이시원 선생님에게 큰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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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을 위한 안내서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지음, 허윤정 옮김 / EBS BOOK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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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릴 적부터 별을 좋아했다. 시골 할머니댁에 가서 마당에 있던 평상에 누워서 올려다보던 밤하늘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쏟아질 듯'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며 내가 아는 유일한 별자리 북두칠성을 찾아 여기저기 손으로 짚어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자락. 어른이 된 지금도 별자리 찾는 걸 좋아해서 수시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지난 겨울, 남편과 한창 걷기에 빠져서 저녁 먹고 집주위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한 두시간 걸으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는데 겨울철답게 역시 오리온 자리가 압권이었다. 남쪽 하늘을 장악하고 있던 오리온 자리는 내가 좋아하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가운데 삼태성이 유난히 빛이 날 뿐 아니라 별자리 자체가 무척이나 밝아 겨울철 밤에 고개만 올려다보아도 금방 찾을 수 있는 오리온 자리. 그리고 그 옆의 1등성 시리우스까지 찾다 보면 종합선물세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 만족감은 상당히 크다.

       


       '밤을 걷는 작가'라는 애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 책의 저자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는 어린 시절부터 별과 하늘을 좋아해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도 늘 주머니 속에 작은 천문학 책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아내를 만나 함께 별자리 여행을 즐기던 그는 1954년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방법으로 별과 별 사이에 선을 그으며 별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던 한스 아우쿠스토 레이. 책 표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애칭  '밤을 걷는 작가'가 그에게 딱 어울린다 싶다.



        그동안 별자리에 관한 책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 책은 여지껏 읽어왔던 책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다. 보통 별자리 책들에서 소개하고 있는 별자리들을 보면 '이게 정말 그 모양이 되나?'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나의 공간지각력의 한계인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양대로 아무리 따라 그려보아도 그 이름의 모양이 그려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그렇게 낙심하지 못하도록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이유인 즉, 새로운 그래프 방식을 이용해 별자리 이름의 의미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별자리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큰곰자리'는 정말 곰 모양으로, '고래자리'는 고래 모양으로, '독수리자리'는 독수리 모양으로 모양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도 이런 책들은 있었으나 별 자리 주위에 지나치게 그림을 많이 그려넣음으로써(거의 상상화 수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혼동을 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별들을 연결하는 선들을 통해 명확한 형상을 만들며 별자리 이름이 나타내는 모양으로 그려져 있기에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을 때 훨씬 더 사실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설명도 쉽고 그림 설명 또한 친절하게 잘 되어 있어서 책은 술술 잘 읽힌다. 한 자리에서 금방 읽어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북두칠성의 일부인 '자극성'은 항상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다.

      - 항상 볼 수 있는 별자리는 20여 개 정도이고, 좀 더 중요한 별자리까지 합치면 30개 정도 된다.

      - '우산천문관' 원리를 통해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이아 자리 찾는 법

      - '북두칠성'은 가장 잘 알려진 별무리(큰곰자리의 일부이기 때문에)이며 중간에 있는 '알코르'라는 작은 별은

           시력검사법으로 활용되었다. (알코르가 보이면 정상시력으로 간주)

        

           무엇보다 '우산천문관' 원리는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에도 참 좋은 내용이다. 밤하늘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별자리인 북두칠성을 이용해서 북극성을 찾고 카시오페이아 자리까지 찾아낼 수 있는 '우산천문관' 원리. 정말 탁월한 설명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몽골 여행이 더 간절해진다.  깜깜한 밤 몽골초원에 자리한 게르에서 쉬다가 잠시 밖으로 나와 에어베드 위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밤새 별자리를 찾아 헤매다 잠이 드는 것. 밤새 이슬에 젖을 지언정 꼭 해보고 싶은 나의 버킷리스트. 이 책을 가지고 몽골에 가서 제대로 별자리들을 찾아보고 싶다. 오래 전 이 책의 저자가 무수히 올려다보았을 그 별자리를 나도 한 번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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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 인생을 항해하는 스물아홉 선원 이야기
이동현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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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짠해왔다. 스물 아홉 선원의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를 보고, 열정이 넘치고 패기왕성한 젊은 뱃사람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탓일까? 예상과 달리 저자는 아직도 파도에 흔들리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제목이 '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인지도 모르겠다.

      

      "스물 아홉이 된 나는 태풍을 만난 것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배가 흔들리지 않는 날에도 배 위의 나는 스스로 흔들린다. 육지에서는 배가 답이라 생각했는데, 배에 오르고 나니 자꾸만 육지가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했다. 끝없는 바다와 파도, 태풍 앞에서는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고 배와 사회의 시스템에서도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했다. "


                                                               - 프롤로그 中 -


        많은 고민 가운데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뇌와 고충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묻어난다. 역시나 선원이셨던 아버지의 부재로 어린 시절 그리워했던 아버지의 정을, 저자는 지금도 그리워함이 느껴진다. 다소 무뚝뚝하신 아버지이신지라 살가움을 느끼지 못했던 저자는 내 눈에 지금도 한 소년으로 보인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 소년이 달려와 안기길 두 팔 벌려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한 소년. 저자는 책의 여기 저기에서 사랑에 고파하는 소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 내게 배를 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이었다. 배를 타보니 젊은 시절 시끄러운 기관실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보였다. 선원으로서 외로움을 참아가며 아등바등 버텨보려는 20대의 고민하는 아버지가 보였다. 배를 타는 순간은, 나는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였다."

                                                     - p. 160 中 -


           '모선(Mother Ship)'이 아니라 저자에게는 '부선(Father Ship)'이었나보다. 배의 곳곳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아버지를 기억하며, 늘 아버지와 함께 했을 이 젊은 선원은 정말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얼핏 보면 세상속의 풍파를 피해 배위에 오른 것 같은데, 읽다 보니 저자는 뱃사람이 되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1만 시간의 법칙이 네 번이나 지난' 시간을 배에서 보냈는데, 그 시간 동안 저자는 알에서 제대로 깨어나온 것 같다.



             작가가 꿈이었다더니 문체가 아주 깔끔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맛깔스럽게 글을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그간 배에서 수많은 고민을 했으니 이젠 즐거운 생각과 기쁜 일들로만 가득한 선원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좋은 배필을 만나 더 이상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항해를 하는 행복한 선원이 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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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 : 라이프 - 인간.생명 그리고 마음 과학오디세이
안중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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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친구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조문을 다녀왔다. 친구가 맏이이다 보니 아버지 연세도 많지 않으셨고, 평소 지병도 없으셨는데 갑자기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쓰러지시더니 결국 몇 시간 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평소 건강하시던 분을 갑작스레 보내드려야 했던 친구의 가족들은 얼마나 황망했을까. 아버지 얘기를 하며 눈물만 줄줄 흘리던 친구를 보니 16년 전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 생각도 나면서, 지금 이 순간 친구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를 알 것 같아 같이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해주고 돌아왔다. 여지껏 조문을 수차례 다녀왔지만, 친한 친구의 부친상을 겪어보니 한동안 잊고 있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와 나의 가족들은 지금 인생의 어디쯤을 살고 있을지,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우리와 함께 사실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집 막내인 2살된 강아지는 과연 우리와 얼마나 함께 있어줄 수 있는지 등 생각은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던 무렵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죽음', '남은 생애' 등에 관해 심오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저자는 반대로 '우리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길 권면하며 그 고민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저자는 과학자답게 아주 시크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끊임없이 순환하는 우주에서 물질이 잠시 거쳐가는 상태가 현재의 내 육신입니다.

내 것이라고 부를 어떤 원자도 없지요."

- p. 549 中 -


     원자, 분자, 세포들이 잠시 모인 상태가 내 육신이며 이 모든 생물은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탄생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해체된다고 얘기하는 저자의 말에 순간 공허감이 밀려왔다. 어느 정도의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거침없이 "나야 나!"라고 말할 건데 저자는 물리적인 '나'는 허상이라고 하고, '마음'은 '수많은 뉴런들이 전기화학적 원리에 의해 순간적으로 신호를 연결했다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창발 형상'이란다. 즉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허상인 '나'와 '실체가 아닌 '마음'. 여기까지 읽는데 순간 허무함이 밀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예측이라도 한 듯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현재의 상태만이 '나'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를 아쉬워 하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미망(迷妄)입니다."

- p. 555 中  -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얘기한다.


        - 고통스럽건 행복하건 주어진 '나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

        - 서로 사랑하라. 

        - 서로 용서하라.


          두꺼운 과학책 한 권을 낑낑대며 읽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철학자의 마음 수련 관련 책을 한 권 읽은 것처럼 어느새 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참 신기할 따름이다. 유인원으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기원에 관한 내용부터 시작해서 세포분열, DNA, 뇌, 지능, 종교 등 다양한 내용들을 읽으며 과학적 상식을 쌓아가나 했는데  과학자가 아니라 진리를 찾은 한 철학자의 삶의 지혜 한 수를 배운 것 같다. 우리의 근원을 잊지 않고, 현재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만족하며 열심히 일하고,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저자의 이 한 마디가 코로나 19로 어둡기만 한 이 시대에 큰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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