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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을 위한 안내서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지음, 허윤정 옮김 / EBS BOOKS / 2021년 2월
평점 :
나는 어릴 적부터 별을 좋아했다. 시골 할머니댁에 가서 마당에 있던 평상에 누워서 올려다보던 밤하늘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쏟아질 듯'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며 내가 아는 유일한 별자리 북두칠성을 찾아 여기저기 손으로 짚어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자락. 어른이 된 지금도 별자리 찾는 걸 좋아해서 수시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지난 겨울, 남편과 한창 걷기에 빠져서 저녁 먹고 집주위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한 두시간 걸으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는데 겨울철답게 역시 오리온 자리가 압권이었다. 남쪽 하늘을 장악하고 있던 오리온 자리는 내가 좋아하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가운데 삼태성이 유난히 빛이 날 뿐 아니라 별자리 자체가 무척이나 밝아 겨울철 밤에 고개만 올려다보아도 금방 찾을 수 있는 오리온 자리. 그리고 그 옆의 1등성 시리우스까지 찾다 보면 종합선물세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 만족감은 상당히 크다.
'밤을 걷는 작가'라는 애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 책의 저자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는 어린 시절부터 별과 하늘을 좋아해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도 늘 주머니 속에 작은 천문학 책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아내를 만나 함께 별자리 여행을 즐기던 그는 1954년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방법으로 별과 별 사이에 선을 그으며 별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던 한스 아우쿠스토 레이. 책 표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애칭 '밤을 걷는 작가'가 그에게 딱 어울린다 싶다.
그동안 별자리에 관한 책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 책은 여지껏 읽어왔던 책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다. 보통 별자리 책들에서 소개하고 있는 별자리들을 보면 '이게 정말 그 모양이 되나?'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나의 공간지각력의 한계인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양대로 아무리 따라 그려보아도 그 이름의 모양이 그려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그렇게 낙심하지 못하도록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이유인 즉, 새로운 그래프 방식을 이용해 별자리 이름의 의미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별자리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큰곰자리'는 정말 곰 모양으로, '고래자리'는 고래 모양으로, '독수리자리'는 독수리 모양으로 모양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도 이런 책들은 있었으나 별 자리 주위에 지나치게 그림을 많이 그려넣음으로써(거의 상상화 수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혼동을 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별들을 연결하는 선들을 통해 명확한 형상을 만들며 별자리 이름이 나타내는 모양으로 그려져 있기에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을 때 훨씬 더 사실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설명도 쉽고 그림 설명 또한 친절하게 잘 되어 있어서 책은 술술 잘 읽힌다. 한 자리에서 금방 읽어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북두칠성의 일부인 '자극성'은 항상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다.
- 항상 볼 수 있는 별자리는 20여 개 정도이고, 좀 더 중요한 별자리까지 합치면 30개 정도 된다.
- '우산천문관' 원리를 통해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이아 자리 찾는 법
- '북두칠성'은 가장 잘 알려진 별무리(큰곰자리의 일부이기 때문에)이며 중간에 있는 '알코르'라는 작은 별은
시력검사법으로 활용되었다. (알코르가 보이면 정상시력으로 간주)
무엇보다 '우산천문관' 원리는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에도 참 좋은 내용이다. 밤하늘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별자리인 북두칠성을 이용해서 북극성을 찾고 카시오페이아 자리까지 찾아낼 수 있는 '우산천문관' 원리. 정말 탁월한 설명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몽골 여행이 더 간절해진다. 깜깜한 밤 몽골초원에 자리한 게르에서 쉬다가 잠시 밖으로 나와 에어베드 위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밤새 별자리를 찾아 헤매다 잠이 드는 것. 밤새 이슬에 젖을 지언정 꼭 해보고 싶은 나의 버킷리스트. 이 책을 가지고 몽골에 가서 제대로 별자리들을 찾아보고 싶다. 오래 전 이 책의 저자가 무수히 올려다보았을 그 별자리를 나도 한 번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