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 인생을 항해하는 스물아홉 선원 이야기
이동현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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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짠해왔다. 스물 아홉 선원의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를 보고, 열정이 넘치고 패기왕성한 젊은 뱃사람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탓일까? 예상과 달리 저자는 아직도 파도에 흔들리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제목이 '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인지도 모르겠다.

      

      "스물 아홉이 된 나는 태풍을 만난 것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배가 흔들리지 않는 날에도 배 위의 나는 스스로 흔들린다. 육지에서는 배가 답이라 생각했는데, 배에 오르고 나니 자꾸만 육지가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했다. 끝없는 바다와 파도, 태풍 앞에서는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고 배와 사회의 시스템에서도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했다. "


                                                               - 프롤로그 中 -


        많은 고민 가운데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뇌와 고충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묻어난다. 역시나 선원이셨던 아버지의 부재로 어린 시절 그리워했던 아버지의 정을, 저자는 지금도 그리워함이 느껴진다. 다소 무뚝뚝하신 아버지이신지라 살가움을 느끼지 못했던 저자는 내 눈에 지금도 한 소년으로 보인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 소년이 달려와 안기길 두 팔 벌려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한 소년. 저자는 책의 여기 저기에서 사랑에 고파하는 소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 내게 배를 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이었다. 배를 타보니 젊은 시절 시끄러운 기관실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보였다. 선원으로서 외로움을 참아가며 아등바등 버텨보려는 20대의 고민하는 아버지가 보였다. 배를 타는 순간은, 나는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였다."

                                                     - p. 160 中 -


           '모선(Mother Ship)'이 아니라 저자에게는 '부선(Father Ship)'이었나보다. 배의 곳곳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아버지를 기억하며, 늘 아버지와 함께 했을 이 젊은 선원은 정말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얼핏 보면 세상속의 풍파를 피해 배위에 오른 것 같은데, 읽다 보니 저자는 뱃사람이 되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1만 시간의 법칙이 네 번이나 지난' 시간을 배에서 보냈는데, 그 시간 동안 저자는 알에서 제대로 깨어나온 것 같다.



             작가가 꿈이었다더니 문체가 아주 깔끔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맛깔스럽게 글을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그간 배에서 수많은 고민을 했으니 이젠 즐거운 생각과 기쁜 일들로만 가득한 선원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좋은 배필을 만나 더 이상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항해를 하는 행복한 선원이 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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