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잠자는 8시간이 있다
황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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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밤에 연속으로 푹 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바람에 밤늦게 자는 것도 아니고 늦어도 밤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드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늘 몸이 무겁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3시간에 한 번 꼴로 잠에서 깨어나니 어느 누구인들 피곤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직 갱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밤11시 쯤 잠자리에 들면 새벽 2시 쯤 1번, 5시 쯤 또1번 깬다. 무슨 모유수유하는 아기도 아니고 정확히도 3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어나니 나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남편이 코를 좀 심하게 고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각방 아닌 각방을 써보기도 하는데(애석하게도 내가 쇼파에서 잠을 잔다는게 함정!), 따로 조용히 잠을 자도 자꾸 잠에서 깨어나니 정말 답답하다. Tv에서처럼 싱글 침대 두 개를 사서 안방에 넣고 싶은 바람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걸 봐서도 나의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숙면에 좋다는 베개 등 이것저것 다 써봤음에도 별 차도가 없어서 정말 고민이었다. 그런 나였기에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가치를 세워나가고 있고, 수면 강의와 수면칼럼을 연재하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글을 읽으니 이 분의 책을 읽으면 뭔가 좀 해결책을 얻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생겼다. 나의 필요가 큰 덕분인지 저자의 글솜씨가 좋은 덕인지 책은 술술 잘 읽혀진다. 한 자리에서 절반은 금방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잠의 중요함을 확실하게 강조하고 있다.

      "내일을 기대하는 삶은 잠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이다. 험난한 인생 여정은 잠을 통해 방전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잠자는 8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건강과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프롤로그 인용 -

      8시간을 어떻게 잤느냐에 따라 건강과 미래가 결정된다니 잠의 중요성에 대해 이보다 더 얼마나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실제로 1986년 1월 28일에 발사된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약 73초 후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수면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잠은 그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0순위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뉴스에서 종종 대형버스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할 때마다 대부분 버스기사의 졸음이 사고원인이라고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버스기사들이 한 번이라도 더 운전을 하기 위해 쪽잠을 자면서까지 운전하다보니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누적으로 사고가 일어나고 그런 사고들은 대다수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영국의학협회에서 연구한 결과 17시간 이상 깨어 있는 상태로 운전을 하게 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정도의 음주운전과 비슷하다고 하니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못지 않게 위험한 게 졸음운전이지 않을까 싶다.


 

      수험생 시절 '4당 5락'이라는 말을 들으며 공부를 한 기억이 난다.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속설이었는데, 에디슨이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수면시간 4시간'은 고3 수험생들에게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지켜야 할 무거운 과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는 당당히 얘기하고 있다.

       " 하지만 더 당황스런 사실은 에디슨이 잠을 덜 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에디슨은 잠을 몰아서 잔 게 아니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깐씩 잠을 잤다. 심지어 연구소 작업대에서도 잠을 잤다. 그의 연구소에는 항상 그가 쓰는 침대와 베개가 한쪽 구석에 놓여있었다. 4시간만 자면서 연구했다는 것은 사실 홍보에 능했던 에디슨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 본문 64쪽 인용 -

       에디슨에게 속았다는 생각보다,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져 오는 건 왜일까? 그 시절 늘 부족한 잠에 허덕이며 나를 채찍질하고 더 반성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부치기도 했는데, 이제라도 알게 된 에디슨의 꼼수(?)에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 뿐 아니라 저자도 언급한 책들인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침 5시의 기적'도 이런 쪽으로 유명한 책이다)이 유행처럼 번질 때, 나는 몹시도 자괴감이 들곤 했다. 마음은 나역시 그러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몸이 따라가 주질 않는 거였다. 새벽 5시에 기상을 하다니...... 언감생심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는데, 그래도 꼭 도전해보고 싶은 맘에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몸이 축나곤 했었다. 그리고 얼마나 스스로를 또 못난 사람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그런데 저자는 또 한 번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아침형 인간", "4시간 수면법"등의 책이 유행했고, 2015년에는 "미라클 모닝"같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따라 해서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밤에 일하는 올빼미형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으로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체화된 수면리듬을 바꾸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5시간 미만을 자도 다음날 피곤하지 않은 사람을 단시간 수면자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유전자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이미 새겨진 DNA를 무시하고 올빼미형과 종달새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개인마다 적합한 수면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매일 4~5시간만 자도 다음날 거뜬하게 일어나서 민첩하게 행동하고 건강에 아무 지장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단시간 수면자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 본문 64~65쪽 인용 -

  


 

       책을 읽던 중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평소 내가 걱정하던 '자다가 두 어 번 깨는 습관'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수천년 동안 인류의 몸에 체화되어 내려온 수면패턴은 잠자는 도중에 한 번 깨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수면패턴은 어찌 보면 매우 정상적인 패턴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잠을 자다가 중간에 잠이 깨는 현상을 심각한 건강이상신호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란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살짝 마음이 놓였다. 역시 걱정은 사서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내 상황에 맞게,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수면패턴이 나에게 가장 맞는 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레 결론을 내려보았다.

       나처럼 이렇게 수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수면의 속설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하는 것 외에 본격적으로 수면 전문가로서 숙면 지침을 몇 가지 알려주고 있어 유용한 꿀팁으로 사용할만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라'를 비롯해서 '일어나느 시간보다 잠드는 시간을 통제하라', '생체 시계를 맞춰 줄 햇빛샤워를 활용하라', '감정조절 호흡법을 실천해 보라', '낮의 활동을 점검해 보라' 등 총 13가지의 꿀팁을 소개하고 있어서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앓던 이가 빠진 것마냥 시원하다. 수 년 동안 고민하던 나의 수면 패턴이 고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가 말 한  '잠자는 시간인 인생의 1/3을 바꾸면, 활동하는 시간인 인생의 2/3가 바뀐다'처럼 좀 더 나에게 맞는 수면 패턴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며 내 남은 인생 또한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 같다. 물론 스트레스로 여기지 말고 내 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찾아가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큰 도움을 주신 저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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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국의 미래 - 삼성전자, 인텔 그리고 새로운 승자들이 온다
정인성 지음 / 이레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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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일간의 '반도체 전쟁'을 보며 우리나라에 뭔가 걱정스러운 일이 생긴 건데,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탐구생활'이라는 누런 책으로 겨울방학 과제를 하던 중  '트랜지스터'가 반도체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 정도가 고작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기업이 그 반도체 생산으로로 세계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것 정도이다. 그랬기에 언론에서 일본이 대한민국에 대하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몇 몇 재료들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다고 했을 때도 좀처럼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누가 좀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랬기에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기대가 컸다. 특히나 책 속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김광선 명예교수님의 추천사를 보니 책에 대한 기대가 더 생겨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일 경제전쟁과 관세 부과를 무기로 사용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매우 어려워진 국제 환경 속에서 출간된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4차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산업의 위기와 기회 그리고 미래를 다루고 있다.

                        (중간 생략)

       반도체 산업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와 식견을 얻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추천사 인용 -

      '반도체 산업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와 식견을 얻기 원하는 독자'가 바로 나였다. 누가 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싶은데 정말이지 그 '누가'가 없었기에 여지껏 언론에서 듣는 정보로 이해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 책을 펼치면서  그 '누가'를 만난 것 같아 내심 반가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쉬운 책만은 아니다. 다행히 100%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나같이 반도체나 IT 산업, 4차 산업 등에 문외한인 전형적인 '문과체질'의 사람에게는 조금 버겁긴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대상을 이공계열 전공생으로 한정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불특정 다수를 위해 난이도 조절을 절묘하게 하고 있다. 현실감에 무게를 둔 한일간의 반도체 전쟁으로 동기유발을 하여 반도체에 대해 쉽게 접근하다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인 제조공정을 소개하며 반도체 개발 연구원으로서 '홈그라운드에서 경기하듯' 실감나게 설명한다. 사실 반도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제조공정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상식이리라. 더욱이 다행인 건 저자는 반도체 전문가라 설명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오븐에 피자를 굽는 것'과 같은 적절한 비유와 함께 쉽게 설명을 이끌어감으로써 아주 쉽게 설명을 하고 있다. 정말 한방에 이해가 가는 탁월한 비유였다. 그 덕분에 반도체는 어려운 개념이라는 고정관념도 조금씩 깨어지고 있었다.(한동안 피자를 볼 때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떠오를 것 같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자기의 수준에 맞게끔 각장의 코스대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물리학도나 이공계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는 쉽게쉽게 넘어갈 책이고,  나같이 '뼈속까지 문과'인 사람은 처음부터 이 책을 다 읽겠다고 덤비다가는 체하기 십상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독이 아니라 발췌독을 했음을 조심스레 밝힌다. (언젠가는 이 책을 다 이해할 날이 오리라 믿으며 절반만 이해해도 감사히 여기자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읽었다.) 그래도 그렇게 읽으면서 나름 정리한 몇 몇 사실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일본이 대한민국에 대하여 수츨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한 품목은 '고순도불화수소', '극자외선 감광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였다.

     2)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3) 반도체 메모리 산업은 미국에서 시작되어서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한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오게 되었다.

     4)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5) 2018년 대한민국의 단일 수출 품목으로서 반도체가 최초로 1,000억 달러의 기록을 세웠다.

     6) 전 세계 반도체 수입의 약 30%를 차지하는 나라는 중국이다.(2017년 기준)

     7) 4차 산업의 핵심 부품은 반도체이다.

     8) 반도체 시장은 기술력이 뛰어날수록 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 (1년의 기술 차이가 20~30%의 원가차이로 나타난다.)

     9) 1983년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공식발표를 했을 때 모든 나라들이 비웃었다.

         (청와대조차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10)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이 개인용 PC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포착하고, 이에 맞춰 원가를 극한으로 내리면서 반도체 시장의

         메모리 가격을 폭락하게 하였다. (덕분에 프로그래머들이 고민하지 않고 메모리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가 쓴 글을 보면서  감사거리 하나를 찾았다. 

        지금 제 앞에는 모니터, 컴퓨터 본체,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이 책을 쓰는 데 사용한 도구들인데 모두 수십 나노 미만의 초미세공정으로 개발된 반도체가 들어 있습니다. 이 모든 물건에 들어간 반도체 가격을 합쳐도 100만 원이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겨우 그 정도 지출만으로 지우개의 번거로움도, 원고지의 번잡함도 없이 거의 완벽한 원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키보드와 마우스, 나아가서 스마트폰의 경우는 음성으로 검색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물건들이 푼돈 가격에 주어졌음에도(다들 비싸다고 투덜거리겠지만) 책을 다 쓰고서 돌아보고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본문 363쪽 인용 -

           반도체 산업을 위해 불철주야로 애써준 '누군가'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노트북을 펴고 타이핑을 하며 서평을 쓸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냥 당연하게 쓰고, 내 돈 주고 산 내 물건이니까 별 생각 없이 써 온 물건들인데, 이제는 전자기기들을 보고 사용할 때마다 그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IT 관련 책을 보며 그 결론으로 감사거리를 찾는 걸로 마무리짓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문과'체질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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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에 살고 있습니다
김인숙 지음 / 브릭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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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가 있었다. 바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뉴스였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 대통령답게 역시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도 참 다른 배포다 싶었다.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있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겨우 2%에 불과한 오지와도 같은 그린란드는 희토류를 비롯하여 풍부한 전연자원의 보고라 더욱 가치가 있는 곳이도 하다. 그러하기에 셈이 빠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가만히 둘리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란드 현지 주민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사고 파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행보를 보며 내심 불쾌했을 것이다. 그 뉴스를 들은 이후로 그린란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세계 뉴스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며칠 전 뉴스를 보니 트럼프의 입김으로 인해 오히려 그린란드는 경제적 가치가 상승한 모양이다. 그린란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여행객 뿐만 아니라 그곳에 집을 사두려는 실거래자들의 발길 또한 잦아졌다는 것이다.  외부인의 방문이 극히 드물던 한적한 그린란드가 이로 인해 점점 북적거리게 되었다는데 현지인의 입장에서는 한 편으로 반가운 일일수도 있겠다 싶다.



 

      이처럼 그린란드라는 나라는 세계지도에서나 보거나 뉴스 혹은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볼 수 있는 나라이고 웬지 모르게 이 세상 제일 끝에나 있을 법한 나라로 여겨진다.(순전히 내 입장에서의 생각이다). 그랬던 나라인데 이 나라에 대한민국 사람이 살고 있다니, 그것도 그린란드 대학교 개교 이래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저자에게 퍽 호기심이 갔다. 그 뿐 아니라 그린란드 남자와 결혼하여 2015년 이후로 그린란드에서 살고 있다니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그린란드 남자를 만나 그린란드에서 정착하고 나서도, 매일매일 여행하는 듯한 기분으로 산다. 내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택한 것 같기는 하다. 그린란드 생활 4년,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어디든 떠나지 못해 안달하던 내가 런던도 도쿄도 아닌 그린란드에 정착하고자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가 뭘까. 이곳에 온 뒤로는 더 이상 여행을 하고 싶은 곳이 없어졌다. 이제 정착해도 좋을 것 같다.

                 - 본문 288쪽 인용 -

      저자는 아마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고, 자기분수에 만족하여 다른 데 마음을 두지 않는 '안빈낙도'의 삶...... 그러하기에 저자는 더이상 욕심도 바람도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 그리던 세모난 지붕아래 네모난 건물, 그 가운데 창문과 문이 달린 집들이 있는 그린란드, 사랑하는 남자가 태어난 그린란드에서 저자는 '휘게'를 제대로 느끼는 것 같다.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이라더니 역시 그린란드에도 '휘게'는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나보다.


 

     그린란드는 우리나라와 같은 식민지 국가의 경험이 있는 곳이기에 더 마음이 가기도 했다. 오랜 시간 덴마크의 식민지였다가 현재도 역시 덴마크령의 자치정부이니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가 독립을 한 것처럼 그린란드 사람들 역시 덴마크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꿈꿀 것이다.

       그린란드는 독립을 꿈꾼다. 언제 완전한 독립이 이루어질지 저마다 예상은 다르지만 대다수의 그린란드 사람들이 독립을 지지한다. 하지만 뿌리 깊이 얽히고설킨 덴마크와의 관계가 현재로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식민지 시대와 비교해 독립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간 것은 확실하다. 그런 시대 상황 속에서 그린란드 사람들도 점점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 본문 122쪽 인용 -

그러나 독립을 하게 되면 덴마크 정부로부터 매년 4억 7천만 유로(한화로 6천억 원)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끊기기 때문에 실제 독립은 경제적 자립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한다.



 

     책을 읽다보니 몰랐던 사실들을 알 수 있어서 재밌었다. 특히나 깜짝 놀란 것은 웬지 '그린란드'라고 하면 하얀 눈이 덮인 깨끗한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강한데 어쩐 일로 이곳에서는 분리수거 제도가 없단다. 그렇기에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종이, 유리 등을 쓰레기봉투 하나에 버리고 소각 처린한단다. 이유인즉, 그린란드에 사는 인구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분리수거를 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그린란드의 수돗물은 바로 만년설이 녹은 물이란다. 그러하기에 그린란드 사람들은 슈퍼에서 플라스틱 병에 생수를 담아 팔아도 물을 사먹지 않고 수돗물을 바로 먹는다고 한다. 참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동네이다.



 

      저자는 상당히 간결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말투로 시종일관 차분하게 책을 써나가고 있다. 읽다보니 감성이 폴폴 풍기기 보다는 다소 건조해보이기까지 하여 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저자의 말투가 그린란드의 깔끔하고 시원함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삶 또한 이렇게 간결하고 깔끔하지 않을까라는 추측도 살짝 해보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여행을 하고 싶은 곳이 없고, 그린란드에 정착하고 싶다는 그녀......  그린란드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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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번째 이름, 두부 - 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곽재은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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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 멈출 수가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한 번 읽기 시작한 후로 논스톱으로 끝까지 읽어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책이 작고 한 페이지에 글자수가 많지 않은 편이며, 두부의 시점과 두부 엄마의 시점에서 일기처럼 서술하는 방식이라 가독성이 좋은 것이 무엇보다 큰 이유였다. 그렇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라는거다. 왜냐하면 지난 8월부터 나 역시 반려견을 키우게 된 '반려견 엄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으레 '개 키우는 건 애 하나 더 키우는 거랑 똑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막상 강아지를 키워보니 정말 그랬다. 2개월 된 아기라 사료도 불려서 먹여야 했고, 아직 배변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곳저곳에 배변의 흔적들을 남겨두면 혹여나 강아지가 입을 대기 전에 치워야 했으며(실제로 자신의 응아를 먹는 강아지를 보며 몇 번 기함을 했다), 매주 예방접종을 맞으러 병원도 다녀오는 등 지난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나는 반려견 엄마로서 바쁘게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보며 같이 울고, 웃으며 한 권을 논스톱으로 읽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곽재은 씨는 미국 유학을 하던 시절인 2010년에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한 쪽 눈이 없는 강아지를 만나 복잡한 절차 끝에 '두부'라는 애칭의 강아지로 입양을 하게 된다. 오직 반려견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수제간식을 만들던 중, 본인이 전공한 신문방송학과는 무관한 반려동물 수제간식 회사를 차리게 된다. 간식 2개를 구매하면 유기동물 보호소에 1개의 간식이 기부되는 'Buy 2 Give 1'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착한 회사 '바잇미' 그 회사의 대표가 된 것이다.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린데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존경심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유기견을 데려와서 키운다는 생각을 했다는 데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방송에서도 종종 유기견을 키우는 연예인 이야기가 나온다.  '나 혼자 산다'의 성훈, '똥강아지들'의 양동근씨가 그런 경우이다. 특히 성훈 씨는 그 날 안락사 당하기로 되어 있던 강아지를 입양하여 귀한 생명을 살린 경우이기에 더 감동이기도 했다. 이처럼 요즘 점점 유기견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데, 저자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유기견을 입양했으니 그녀가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크고 시대를 앞서 가는지 쉽게 짐작이 가며 그녀의 사랑과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반려견을 키울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팁들을 짬짬이 소개하고 있어 아주 요긴하다.

              - 산책을 꼭 해야 하는 이유

              - 좋은 사료 고르는 법

              - 강아지를 사로잡는 마성의 간식 만들기

              - 미리미리 관절 관리법

              - 미리미리 치아 관리법

              - 유기견을 처음 데려왔을 때

        나처럼 반려견 초보맘들에겐 좋은 정보들이라 반가웠다. 강아지를 난생 처음 키워보는 거라 궁금한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았는데 이 팁들이 아주 유용했다. (실제로 우리 강아지 사료를 구매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게 웃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는데, 두부가 아프게 되는 장면부터는 나도 모르게 책장 넘기는 속도가 느려졌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좀처럼 읽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우리집에도 강아지가 있어서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나보다. 그렇게 눈물 범벅으로 읽던 중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정말 펑펑 울었다.

         엄마에게 잊지 못할, 정말 행복했던 10년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지내는 동안 고생 많았어. 정말 사랑했고, 앞으로도 엄마가 죽을 때까지 두부를 잊지 않고 사랑할게.


        이제 진짜 잘 가. 내 하나뿐인 완벽했던 강아지.


                      - 본문 242쪽 인용 -

       


        사람들은 외면하는 한 쪽 눈이 없는 강아지를 미국땅에서 한국까지 데려와서 지극정성으로 길러내며 자신의 강아지를 비롯해서 많은 반려견들을 위해 수제간식 회사까지 차린 저자의 행보를 보니 이 사람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구나 싶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책 뒷표지를 보니 이런 문구가 씌어 있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은 유기동물을 위해 쓰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반려견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유기견에 대한 생각까지 바뀌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점점 개량되어 태어나는 반려동물들, 주인밖에 모르는 반려동물을 키우다 그냥 버리기도 하는 사람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나처럼 유기견에 관해 생각이 많이 바뀌어져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들의 입양문화 또한 바뀌어지길 소망한다. 그래서 무지개 다리를 건넌 두부가 그곳에서 활짝 웃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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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 신고 지구 한 바퀴
박성하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는 돌아가시고 안계신 나의 친정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셨다. 그래서 나의 유년 시절은 군부대, 군인 아저씨들, px, 짚차 등 내 또래의 친구들은 쉽게 경험하기 어려울 법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그 중 가장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버지가 px에서 사오신 건빵(별사탕이랑 미숫가루도 들어있었다)을 엄마가 기름 두른 팬에 살짝 볶아 설탕을 뿌려주시던 거다. 그걸 들고 동네에 나가면 그야말로 인기폭발이었다. 요즘이야 흔하디 흔하고 널린 게 건빵이지만 1980년대 초반에는 건빵은 그래도 나름 귀한 간식이었다. 이렇듯 유년시절을 아버지 덕에 군부대 근처에서 보냈던 터라 나는 웬지 모르게 군인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라면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인지 그 시절의 기억들이 아버지와의 추억으로 남아 나도 모르게 군인 관련 이야기를 듣거나 보게 되면 내 마음이 무장해제가 되곤 한다.

        이 책 역시 그러했다. 10년 넘게 군 생활을 하고 있는 현역 군인이 쓴 책이라는 책소개글에 일단 관심이 갔는데, 저자가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훈련받고 경험한 내용을 여행의 감성과 함께 쓴 책이라 더 마음이 갔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내가 군 생활을 하며 해외에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적은 에세이다. 그래서 70%의 사실과 20%의 왜곡된 기억과 10%의 허세가 섞여 있다. 또한, 군사 보안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여러 숫자나 지명, 사람의 이름 등은 일부 모호하거나 부정확하게 기술하였다.

                       - 머리말 인용 -

      '20%의 왜곡된 기억과 10%의 허세'라는 저자의 표현이 소탈하고 재미있다. 우리의 기억은 때로는 왜곡되기도 한다. 특히 내 자신조차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의 기억들은 더 부풀려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남자들의 경우는 군 생활이요, 여자들의 경우는 출산 에피소드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모이면 얘기하는 게 '군대, 축구, 군대에서 축구한 일'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하고, 아줌마들은 누가 먼저 출산 경험을 시작했다하면 나도 질 수 없다는 듯 너도 나도 '죽을만큼 힘들었던 그 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 바쁘다. (나 역시 그러하고 말이다.) 저자는 여기에 10%의 허세도 덧붙였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충분히 허세를 부려도 되겠다 싶다. 네팔의 고산지대를 비롯해서 콜롬비아, 사하라 사막 등 일상생활도 버거운 오지에서 강도 높은 교육 및 훈련을 받았으니 그 정도 허세는 부려도 된다고 허하고 싶다.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을 뿐 아니라 위상 또한 당당히 높였으니 말이다.



        교육받느라 바쁘고 힘들었을텐데 저자는 짬짬이 사진도 멋지게 잘 찍어서 남겨두었고, 시간도 한참이나 지난 지금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잘 기록해둔 걸 보면 저자는 평소에도 일기나 메모 등 개인기록을 꼼꼼히 하는 듯 싶다. 군인이시던 친정 아버지를 옆에서 봐온 경험을 봐서라도 군인, 특히 직업군인들은 자기관리에 아주 철저함을 나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저자 역시 그러한 듯 싶다. 다양한 나라에서 교육받고 훈련 받은 경험들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라 여행자의 시각으로 예리하게 바라보고 있음이 책의 군데군데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훈련경험기 + 기행문'의 냄새가 다분한 책이다.

        특히 결혼 후 새신부와 함께 떠난 콜롬비아에서의 2년간 이야기들에는 훈련내용도 있지만 아내와 함께 신혼의 달콤한 시기의 추억들이 글과 사진으로 담겨 있어서 같은 여자로서 아내분이 살짝 부럽기도(?) 했다. 타국에서 보내는 신혼이라........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지 않을까 싶다. 시댁 눈치 없이 둘이서만 보낼 수 있는 신혼이라니 그야말로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군인이 쓴 이야기라 다소 딱딱하고 재미없을거라 생각했던 나의 성급함이 부끄러웠다. 여자로서 경험하기 힘든 일들이라 더욱 흥미있게 읽었고, 무엇보다 군인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고 여행의 묘미 또한 적절하게 버무려졌기에 더욱 감칠 맛 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저자의 아내분이 부러울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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