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잠자는 8시간이 있다
황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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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밤에 연속으로 푹 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바람에 밤늦게 자는 것도 아니고 늦어도 밤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드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늘 몸이 무겁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3시간에 한 번 꼴로 잠에서 깨어나니 어느 누구인들 피곤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직 갱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밤11시 쯤 잠자리에 들면 새벽 2시 쯤 1번, 5시 쯤 또1번 깬다. 무슨 모유수유하는 아기도 아니고 정확히도 3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어나니 나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남편이 코를 좀 심하게 고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각방 아닌 각방을 써보기도 하는데(애석하게도 내가 쇼파에서 잠을 잔다는게 함정!), 따로 조용히 잠을 자도 자꾸 잠에서 깨어나니 정말 답답하다. Tv에서처럼 싱글 침대 두 개를 사서 안방에 넣고 싶은 바람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걸 봐서도 나의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숙면에 좋다는 베개 등 이것저것 다 써봤음에도 별 차도가 없어서 정말 고민이었다. 그런 나였기에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가치를 세워나가고 있고, 수면 강의와 수면칼럼을 연재하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글을 읽으니 이 분의 책을 읽으면 뭔가 좀 해결책을 얻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생겼다. 나의 필요가 큰 덕분인지 저자의 글솜씨가 좋은 덕인지 책은 술술 잘 읽혀진다. 한 자리에서 절반은 금방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잠의 중요함을 확실하게 강조하고 있다.

      "내일을 기대하는 삶은 잠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이다. 험난한 인생 여정은 잠을 통해 방전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잠자는 8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건강과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프롤로그 인용 -

      8시간을 어떻게 잤느냐에 따라 건강과 미래가 결정된다니 잠의 중요성에 대해 이보다 더 얼마나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실제로 1986년 1월 28일에 발사된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약 73초 후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수면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잠은 그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0순위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뉴스에서 종종 대형버스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할 때마다 대부분 버스기사의 졸음이 사고원인이라고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버스기사들이 한 번이라도 더 운전을 하기 위해 쪽잠을 자면서까지 운전하다보니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누적으로 사고가 일어나고 그런 사고들은 대다수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영국의학협회에서 연구한 결과 17시간 이상 깨어 있는 상태로 운전을 하게 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정도의 음주운전과 비슷하다고 하니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못지 않게 위험한 게 졸음운전이지 않을까 싶다.


 

      수험생 시절 '4당 5락'이라는 말을 들으며 공부를 한 기억이 난다.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속설이었는데, 에디슨이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수면시간 4시간'은 고3 수험생들에게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지켜야 할 무거운 과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는 당당히 얘기하고 있다.

       " 하지만 더 당황스런 사실은 에디슨이 잠을 덜 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에디슨은 잠을 몰아서 잔 게 아니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깐씩 잠을 잤다. 심지어 연구소 작업대에서도 잠을 잤다. 그의 연구소에는 항상 그가 쓰는 침대와 베개가 한쪽 구석에 놓여있었다. 4시간만 자면서 연구했다는 것은 사실 홍보에 능했던 에디슨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 본문 64쪽 인용 -

       에디슨에게 속았다는 생각보다,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져 오는 건 왜일까? 그 시절 늘 부족한 잠에 허덕이며 나를 채찍질하고 더 반성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부치기도 했는데, 이제라도 알게 된 에디슨의 꼼수(?)에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 뿐 아니라 저자도 언급한 책들인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침 5시의 기적'도 이런 쪽으로 유명한 책이다)이 유행처럼 번질 때, 나는 몹시도 자괴감이 들곤 했다. 마음은 나역시 그러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몸이 따라가 주질 않는 거였다. 새벽 5시에 기상을 하다니...... 언감생심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는데, 그래도 꼭 도전해보고 싶은 맘에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몸이 축나곤 했었다. 그리고 얼마나 스스로를 또 못난 사람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그런데 저자는 또 한 번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아침형 인간", "4시간 수면법"등의 책이 유행했고, 2015년에는 "미라클 모닝"같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따라 해서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밤에 일하는 올빼미형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으로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체화된 수면리듬을 바꾸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5시간 미만을 자도 다음날 피곤하지 않은 사람을 단시간 수면자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유전자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이미 새겨진 DNA를 무시하고 올빼미형과 종달새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개인마다 적합한 수면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매일 4~5시간만 자도 다음날 거뜬하게 일어나서 민첩하게 행동하고 건강에 아무 지장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단시간 수면자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 본문 64~65쪽 인용 -

  


 

       책을 읽던 중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평소 내가 걱정하던 '자다가 두 어 번 깨는 습관'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수천년 동안 인류의 몸에 체화되어 내려온 수면패턴은 잠자는 도중에 한 번 깨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수면패턴은 어찌 보면 매우 정상적인 패턴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잠을 자다가 중간에 잠이 깨는 현상을 심각한 건강이상신호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란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살짝 마음이 놓였다. 역시 걱정은 사서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내 상황에 맞게,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수면패턴이 나에게 가장 맞는 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레 결론을 내려보았다.

       나처럼 이렇게 수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수면의 속설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하는 것 외에 본격적으로 수면 전문가로서 숙면 지침을 몇 가지 알려주고 있어 유용한 꿀팁으로 사용할만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라'를 비롯해서 '일어나느 시간보다 잠드는 시간을 통제하라', '생체 시계를 맞춰 줄 햇빛샤워를 활용하라', '감정조절 호흡법을 실천해 보라', '낮의 활동을 점검해 보라' 등 총 13가지의 꿀팁을 소개하고 있어서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앓던 이가 빠진 것마냥 시원하다. 수 년 동안 고민하던 나의 수면 패턴이 고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가 말 한  '잠자는 시간인 인생의 1/3을 바꾸면, 활동하는 시간인 인생의 2/3가 바뀐다'처럼 좀 더 나에게 맞는 수면 패턴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며 내 남은 인생 또한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 같다. 물론 스트레스로 여기지 말고 내 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찾아가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큰 도움을 주신 저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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