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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번째 이름, 두부 - 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곽재은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평점 :
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 멈출 수가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한 번 읽기 시작한 후로 논스톱으로 끝까지 읽어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책이 작고 한 페이지에 글자수가 많지 않은 편이며, 두부의 시점과 두부 엄마의 시점에서 일기처럼 서술하는 방식이라 가독성이 좋은 것이 무엇보다 큰 이유였다. 그렇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라는거다. 왜냐하면 지난 8월부터 나 역시 반려견을 키우게 된 '반려견 엄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으레 '개 키우는 건 애 하나 더 키우는 거랑 똑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막상 강아지를 키워보니 정말 그랬다. 2개월 된 아기라 사료도 불려서 먹여야 했고, 아직 배변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곳저곳에 배변의 흔적들을 남겨두면 혹여나 강아지가 입을 대기 전에 치워야 했으며(실제로 자신의 응아를 먹는 강아지를 보며 몇 번 기함을 했다), 매주 예방접종을 맞으러 병원도 다녀오는 등 지난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나는 반려견 엄마로서 바쁘게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보며 같이 울고, 웃으며 한 권을 논스톱으로 읽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곽재은 씨는 미국 유학을 하던 시절인 2010년에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한 쪽 눈이 없는 강아지를 만나 복잡한 절차 끝에 '두부'라는 애칭의 강아지로 입양을 하게 된다. 오직 반려견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수제간식을 만들던 중, 본인이 전공한 신문방송학과는 무관한 반려동물 수제간식 회사를 차리게 된다. 간식 2개를 구매하면 유기동물 보호소에 1개의 간식이 기부되는 'Buy 2 Give 1'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착한 회사 '바잇미' 그 회사의 대표가 된 것이다.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린데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존경심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유기견을 데려와서 키운다는 생각을 했다는 데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방송에서도 종종 유기견을 키우는 연예인 이야기가 나온다. '나 혼자 산다'의 성훈, '똥강아지들'의 양동근씨가 그런 경우이다. 특히 성훈 씨는 그 날 안락사 당하기로 되어 있던 강아지를 입양하여 귀한 생명을 살린 경우이기에 더 감동이기도 했다. 이처럼 요즘 점점 유기견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데, 저자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유기견을 입양했으니 그녀가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크고 시대를 앞서 가는지 쉽게 짐작이 가며 그녀의 사랑과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반려견을 키울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팁들을 짬짬이 소개하고 있어 아주 요긴하다.
- 산책을 꼭 해야 하는 이유
- 좋은 사료 고르는 법
- 강아지를 사로잡는 마성의 간식 만들기
- 미리미리 관절 관리법
- 미리미리 치아 관리법
- 유기견을 처음 데려왔을 때
나처럼 반려견 초보맘들에겐 좋은 정보들이라 반가웠다. 강아지를 난생 처음 키워보는 거라 궁금한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았는데 이 팁들이 아주 유용했다. (실제로 우리 강아지 사료를 구매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게 웃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는데, 두부가 아프게 되는 장면부터는 나도 모르게 책장 넘기는 속도가 느려졌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좀처럼 읽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우리집에도 강아지가 있어서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나보다. 그렇게 눈물 범벅으로 읽던 중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정말 펑펑 울었다.
엄마에게 잊지 못할, 정말 행복했던 10년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지내는 동안 고생 많았어. 정말 사랑했고, 앞으로도 엄마가 죽을 때까지 두부를 잊지 않고 사랑할게.
이제 진짜 잘 가. 내 하나뿐인 완벽했던 강아지.
- 본문 242쪽 인용 - |
사람들은 외면하는 한 쪽 눈이 없는 강아지를 미국땅에서 한국까지 데려와서 지극정성으로 길러내며 자신의 강아지를 비롯해서 많은 반려견들을 위해 수제간식 회사까지 차린 저자의 행보를 보니 이 사람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구나 싶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책 뒷표지를 보니 이런 문구가 씌어 있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은 유기동물을 위해 쓰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반려견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유기견에 대한 생각까지 바뀌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점점 개량되어 태어나는 반려동물들, 주인밖에 모르는 반려동물을 키우다 그냥 버리기도 하는 사람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나처럼 유기견에 관해 생각이 많이 바뀌어져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들의 입양문화 또한 바뀌어지길 소망한다. 그래서 무지개 다리를 건넌 두부가 그곳에서 활짝 웃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