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국의 미래 - 삼성전자, 인텔 그리고 새로운 승자들이 온다
정인성 지음 / 이레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여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일간의 '반도체 전쟁'을 보며 우리나라에 뭔가 걱정스러운 일이 생긴 건데,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탐구생활'이라는 누런 책으로 겨울방학 과제를 하던 중  '트랜지스터'가 반도체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 정도가 고작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기업이 그 반도체 생산으로로 세계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것 정도이다. 그랬기에 언론에서 일본이 대한민국에 대하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몇 몇 재료들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다고 했을 때도 좀처럼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누가 좀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랬기에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기대가 컸다. 특히나 책 속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김광선 명예교수님의 추천사를 보니 책에 대한 기대가 더 생겨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일 경제전쟁과 관세 부과를 무기로 사용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매우 어려워진 국제 환경 속에서 출간된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4차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산업의 위기와 기회 그리고 미래를 다루고 있다.

                        (중간 생략)

       반도체 산업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와 식견을 얻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추천사 인용 -

      '반도체 산업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와 식견을 얻기 원하는 독자'가 바로 나였다. 누가 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싶은데 정말이지 그 '누가'가 없었기에 여지껏 언론에서 듣는 정보로 이해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 책을 펼치면서  그 '누가'를 만난 것 같아 내심 반가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쉬운 책만은 아니다. 다행히 100%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나같이 반도체나 IT 산업, 4차 산업 등에 문외한인 전형적인 '문과체질'의 사람에게는 조금 버겁긴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대상을 이공계열 전공생으로 한정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불특정 다수를 위해 난이도 조절을 절묘하게 하고 있다. 현실감에 무게를 둔 한일간의 반도체 전쟁으로 동기유발을 하여 반도체에 대해 쉽게 접근하다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인 제조공정을 소개하며 반도체 개발 연구원으로서 '홈그라운드에서 경기하듯' 실감나게 설명한다. 사실 반도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제조공정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상식이리라. 더욱이 다행인 건 저자는 반도체 전문가라 설명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오븐에 피자를 굽는 것'과 같은 적절한 비유와 함께 쉽게 설명을 이끌어감으로써 아주 쉽게 설명을 하고 있다. 정말 한방에 이해가 가는 탁월한 비유였다. 그 덕분에 반도체는 어려운 개념이라는 고정관념도 조금씩 깨어지고 있었다.(한동안 피자를 볼 때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떠오를 것 같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자기의 수준에 맞게끔 각장의 코스대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물리학도나 이공계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는 쉽게쉽게 넘어갈 책이고,  나같이 '뼈속까지 문과'인 사람은 처음부터 이 책을 다 읽겠다고 덤비다가는 체하기 십상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독이 아니라 발췌독을 했음을 조심스레 밝힌다. (언젠가는 이 책을 다 이해할 날이 오리라 믿으며 절반만 이해해도 감사히 여기자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읽었다.) 그래도 그렇게 읽으면서 나름 정리한 몇 몇 사실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일본이 대한민국에 대하여 수츨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한 품목은 '고순도불화수소', '극자외선 감광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였다.

     2)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3) 반도체 메모리 산업은 미국에서 시작되어서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한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오게 되었다.

     4)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5) 2018년 대한민국의 단일 수출 품목으로서 반도체가 최초로 1,000억 달러의 기록을 세웠다.

     6) 전 세계 반도체 수입의 약 30%를 차지하는 나라는 중국이다.(2017년 기준)

     7) 4차 산업의 핵심 부품은 반도체이다.

     8) 반도체 시장은 기술력이 뛰어날수록 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 (1년의 기술 차이가 20~30%의 원가차이로 나타난다.)

     9) 1983년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공식발표를 했을 때 모든 나라들이 비웃었다.

         (청와대조차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10)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이 개인용 PC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포착하고, 이에 맞춰 원가를 극한으로 내리면서 반도체 시장의

         메모리 가격을 폭락하게 하였다. (덕분에 프로그래머들이 고민하지 않고 메모리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가 쓴 글을 보면서  감사거리 하나를 찾았다. 

        지금 제 앞에는 모니터, 컴퓨터 본체,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이 책을 쓰는 데 사용한 도구들인데 모두 수십 나노 미만의 초미세공정으로 개발된 반도체가 들어 있습니다. 이 모든 물건에 들어간 반도체 가격을 합쳐도 100만 원이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겨우 그 정도 지출만으로 지우개의 번거로움도, 원고지의 번잡함도 없이 거의 완벽한 원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키보드와 마우스, 나아가서 스마트폰의 경우는 음성으로 검색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물건들이 푼돈 가격에 주어졌음에도(다들 비싸다고 투덜거리겠지만) 책을 다 쓰고서 돌아보고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본문 363쪽 인용 -

           반도체 산업을 위해 불철주야로 애써준 '누군가'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노트북을 펴고 타이핑을 하며 서평을 쓸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냥 당연하게 쓰고, 내 돈 주고 산 내 물건이니까 별 생각 없이 써 온 물건들인데, 이제는 전자기기들을 보고 사용할 때마다 그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IT 관련 책을 보며 그 결론으로 감사거리를 찾는 걸로 마무리짓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문과'체질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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