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한달
박희정 지음 / 아우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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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내게 지금 당장 소원을 하나 말해보라고 한다면, ‘20대로 돌아가서 세계배낭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너무 속보이는 답이려나? 20대로 돌아감과 함께 배낭여행 또한 탐을 내니 사실 소원이 한 개가 아니고 두 개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러고 싶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도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자체발광으로 예쁜 20대의 나이가 되어 남편, 아이들 걱정없이 자유롭게 배낭여행을 해보는 것.......정말 소원이다.

          이런 나의 생각속에서도 알 수 있듯, 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배낭여행은 애시당초 성립되지 않는다고 먼저 결론내리고 있다. 머나먼 타지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편에 자식들까지 챙겨가며 여행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사서고생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을 만났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

          이 책의 저자는 배낭여행을 한 지 14년이나 되어서 다녀온 나라만 읊어봐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인도,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라오스,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입이 떠억 벌어진다.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남편과 함께라는 말에 도 한 번 입이 떠억 벌어진다. 지난 겨울에 우리 네 식구 함께 일본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는데, 34일 일정이었음에도 아이들을 챙기는 일이 쉽지 않다고 여겼건만, 이 분의 기행문을 읽어보니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낯선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문화, 음식, 언어를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당연함 외에 삶의 깨달음 또한 야무지게도 하나 둘 배워왔다. 그 배우고 깨침을 국어 선생님답게 야무지게 글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 이 고비를 넘겼다고 내일도 잘 풀릴 리 없다. ‘고통은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른 고비를 만나면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또 몸부림이 쳐질 게다. 다만 이러한 고통의 반복이 삶이란 걸, 이런 무늬 무늬가 모여 삶의 문양을 만든다는 걸 알아차릴 뿐이다.

            - 본문 34쪽 인용 -

 

        이 추억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언젠가는 부스스 떨어져 나와 우리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나를 소 닭 보듯 할 때조차 멀미하는 자신의 등을 두드려줬던 나를 기억해 재주며 조금은 덜 고약하게 대해줄 수도 있다. 아이와 나 사이엔 따오 섬이 있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할 때 언제나 마음으로 이 섬에 오리라.

            - 본문 47~48쪽 인용 -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하나의 부러움이 생겼다. 우리 남편이 살갑지 못해서일까? 저자의 남편분이 참 따뜻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책의 곳곳에서 느꼈다

        그러다가 급기야 바지가락이 흘러내려 잘 못 걷는 작은아이 여준을 업어준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데려온 아이들도 아닌데, 남편이 애들에게 잘해주면 그게 몹시 고맙다.

          - 본문 105쪽 인용 -

 

.

     남편이 눈썹을 휘날리며 내게 달려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뭐든지 내가 하자는 대로 맞춰주고 혹여 내가 무료한 거 같으면 듣고 있던 이어폰을 뽑아 내귀에 끼워주고,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내 마음을 달래주던 남편이 새삼 고맙다.

         - 본문 130쪽 인용 -

 

         부러우면 지는 건데 참 부러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여행을 하다보니 가족끼리 더 정이 많아진 건지, 정이 많다보니 가족끼리 여행을 하게 된건지....... 아무튼 사랑으로 똘똘뭉친 네 식구의 모습을 보며 많은 가르침도 얻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된 것은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소득이다.

​          14년간 배낭여행을 하며 남긴 저자의 기록과 함께 저자의 고향인 파주에서의 추억들로 책의 후반부는 시작된다. 1970년생의 저자는 어린 시절 풍요롭지는 않았으나 정이 넘치고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그 추억들을 소담스럽게 풀어놓고 있다. 준비물인 찰흙을 사지 못해 산에 가서 찰흙같이 생긴 흙을 퍼왔는데 딱딱해져서 사용하지 못했던 일, 언니 오빠들이 사용하다 남은 몽당 크레파스를 사탕통에 담아두고 쓴 일, 붓이 성치 않아 붓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일 등 한편으로는 콧등이 찡해지는 사연들의 모음인데도 이상하게도 안쓰럽기보다는 오히려 저자의 당차고 옹골찬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런 당찬 저자였기에 14년이 넘도록 씩씩하게 배낭여행을 해올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            배낭여행.......   나하고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이 좀 바뀌려고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의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더 나이들어 골골거리기 전에 하루라도 젊을 때 나도 배낭여행 해보기!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이면 더 좋고........  꼭 해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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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의 민낯 - 조선의 국정 농단자들
이정근 지음 / 청년정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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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만 틀면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란 말로 도배되던 때가 있었다. 몇 달 동안이나 듣고 또 들었더니, 귀에 제법 익숙해진 단어들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까지 '국정농단'이라는 말은 참 낯설다. 정확한 뜻도 모르겠기에 여기저기를 찾아봤더니 '농단(壟斷)'은 본래 '용단'이라는 단어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성현이었던 맹자의 발언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농단'의 '농(壟)'은 언덕이란 뜻이고, '단(斷)'은 끊는다는 뜻으로서 풀이하면 '언덕을 끊다'는 뜻이 된다. 시장의 높은 언덕에서 좌우를 살핀 후 시장의 유리한 자리를 차지해서 이익을 챙기더 경우를 맹자는 '농단'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농단'이란 '비겁한 술수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를 말하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나라의 정치를 비겁한 술수로 좌지우지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최순실의 비겁한 술수에 한 나라의 최고 결정권자가 휘말리게 되었음은 물론이요 대한민국이 휘청거린 이 사건......  역사는 과연 뭐라고 기록할지 사뭇 궁금하다.

 

 

        시간을 거슬러 성리학이 근본이고 의와 예를 갖추던 조선시대에도 이런 사건들이 있었으니 저자는 '조선의 김기춘', '조선의 최순실'의 사례를 역사적인 배경아래 일목요연하게 사건들을 재구성하여 한 사람씩 소개하고 있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 나라를 농단했던 대표적인 간신 조말생, 한명회, 유자광, 임사홍, 신무삼간, 윤원형, 이이첨, 김자점, 홍국영, 안동 김씨, 매국노의 '조선판 국정농단'을 실감나게 풀어쓴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상세하게 사실적으로 서술하는 신랄함에 저자의 사전 조사가 얼마나 방대했을지 짐작이 갈 정도다.

 

 

         사건들 외에 역사적인 지식도 쏠쏠하게 배울 수 있어서 꽤나 재밌다.

     강직함을 내세웠던 사람들은 두문동으로 들어갔고 '새 술은 새 부대'를 내세웠던 사람드은 이성계 휘하로 들어갔다. 훗날 두문동에 들어갔던 고려 유신들은 불태워지는 학살을 당했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다.

                 - 분몬 24쪽 인용 -

     

      죄인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동률로 처벌받을 수 있다. 양팽손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광조의 시신을 수습하여 향리에 가매장했다가 홍문관 관직을 내버리고 향리 담양으로 내려와 흙담을 쌓고 집을 지어 스승을 기렸다. 오늘날의 소쇄원이다.

                 - 본문 141쪽 인용 -

 

 

         그리고 저자는 조선과 현대의 시대를 넘나들면서 각각의 사건을 대칭시키며 절묘하게도 공통점을 찾아낸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사실임을 여지없이 증명하여 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수백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쩜 그리 사건의 내막이나 진행, 그리고 결과가 같은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1471년 3월, 자산군이 즉위했다. 성종이다. 계유정난으로부터 18년, 한명회와 신숙주를 포함한 훈구대신들이 정난공신, 좌익공신, 익대공신, 좌리공신 반열에 올랐고 그들의 2세 3세들도 공신록에 이름을 올렸다. 5.16으로부터 10.26까지 박정희 18년, 그 후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10년. 정의롭지 못한 정권의 부역자들이 권세를 누리고 2세  3세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 본문 72쪽 인용 -

 

          1453년 10월 10일 발발한 계유정난으로부터 53년. 반정군에 사로잡힌 연산군이 강화도 교동도에 위리안치 되었다.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로부터 56년이 흐른 2017년 3월 31일 독재자의 딸이 수인번호 503을 달고 독방에 입감되었다. 위리안치는 죄인의 거소에 가시울타리를 쳐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고 독방 역시 타인의 접촉을 제한한다. 정통성이 없는 세력은 반백년이 한계라는 말이 전설처럼 떠도는 것이 낭설이 아닌가보다.

                 - 본문 148쪽 인용 -

 

 

         신문의 어느 기사에서 본 문장이 생각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간신(諫臣)은 없고 간신(奸臣)만 있다.‘  조선시대에 간신(諫臣)은 매우 중요한 직책이었다고 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임금에게 올곧은 말을 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어떠한가. 특히나 대한민국에는 더더욱 간신(諫臣)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 간언하는 간신이 아니라 간사한 간신들로 가득한 게 현실이니 말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있고난 후라 그런지 이 책은 제법 의미있게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도 간언하는 간신(諫臣)이 많았더라면 탄핵을 비록하여 헌정사상 초유의 사례라는 타이틀이 여기저기에 붙을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또한 함께 말이다.

              

 

          저자의 여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조선 500년사를 관통하면서 수많은 인물이 명멸했다. 그 중에서 나라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역사 발전을 퇴행시킨 인물의 흔적을 쫓으며 우리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쓴 이유다.

                   - ​ 여는말 인용  -             ​

 

               다시는 이런 국정농단 사건 따위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울러 먼 미래에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간신의 민낯 2’라는 책으로 발간되지 않기 또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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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의 사계 - 칭기스칸 역사기행
박원길 지음 / 채륜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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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뉴욕타임즈>에서 '세계를 움직인 가장 역사적인 인물'로 칭기스칸을 뽑았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땅을 정복하여 40여 개의 국가를 멸망시켰으며, 약 4천만 명을 학살한 끝에 세계최대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칸이 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주였던 칭기스칸은 그의 명성에 비해 남겨진 게 없어서인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역시 '칭기스칸'하면 그냥 영토를 엄청나게 확장시킨 인물이고, 싸움과 전쟁에 능한 위대한 정복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위대한 통치자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은 몽골고대사 및 북망민족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박원길 소장님(현재 '칭기스칸 연구센터' 소장님)이 199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칭기스칸과 관련된 지역을 답사하는 중에, 2011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각 3주간의 일정으로 몽골과 중국, 러시아 지역을 기행한 후 남긴 기행문이다. 특히 꽤나 의미가 있는 것은  2012년에 출판될 예정으로 쓰여진 책이었다고 하는데 2017년이 되어서야 세상빛을 보게 된 걸 보면 많은 사연을 뒤로한 의미있는 기행문이겠다 싶은 생각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가볍게 넘겨지지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몽고제국을 세운 칭기스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정작 그의 무덤은 어디있는지 모른다. 저자인 박원길 소장님 역시 그의 무덤을 찾아 많은 곳을 찾아헤매이신듯 했다.        

     " 사실 칭기스칸의 대몽골제국은 여러 면에서 정말로 신비하기 그지없다. 칭기스칸을 비롯한 몽골군은 거짓말처럼 오늘날까지 무덤 하나 발견되지 않는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간 신의 군대처럼 기념이 될 만한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중간생략)

      칭기스칸은 개인적으로 물질보다는 정신을 사랑한 인물이었다. 원대한 꿈을 품은 자에게 물질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법이다. 

      칭기스칸과 그의 길을 따른 수많은 인물들이 역대 동서양의 제왕이나 대신들처럼 지상에서의 영광을 지하의 세계에서 구축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들은 지하의 세계에서 미래를 기획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칭기스칸은 자기가 지상에서  남긴 꿈만을 주변인물이나 후계자들에게 계승하는 것으로 만족했는지 모른다. 인류역사상 예수나 마호메드, 석가, 공자 등의 예에서도 나타나듯이 사람들의 마음에 묻힌 것보다 더 위대한 무덤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38~43쪽 인용 -

     멋졌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영웅........   자신의 명예와 야욕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뺏고 축적하고 죽어서도 길이 남기고자 큰 무덤을 남기고 비석을 세울법도 한데, 자신이 묻힌 곳조차 기록에 남기지 않고, 알리지도 않을 정도라니,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 싶다. 세계 4대 성인은 아니지만 성인의 대열에 합류해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하지만 그의 비범함과 남다름에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고 내용 중 칭기스칸의 대법령 내용을 보던 중 감동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 제31조.     서로 사랑하라. 간통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위증하지 말라. 모반하지 말라. 노인과 가난한 사람을 정성껏 돌봐 주어라. 이 명령을 지키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

                                - 본문 186쪽 인용 - 

      내가 크리스찬이라 그런가 마치 성경책을 보는 기분이었다.(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은 빼고......)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을 칭기스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십계명의 제 7계명인 '간음하지 말라', 제 8계명인 '도둑질하지 말라', 제 9계명인 '제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의 내용을 칭기스칸 역시 범령으로 정하고 있었다. 역시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싶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정해놓은 '칭기스칸의 대법령'에 리더로서의 권위와  무게를 고스란히 실어둠으로써 자칫 붕괴되거나 반란이 일어나기 쉬운 유목민 부대를 호령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다른 부족의 손에서 자라 교육은 커녕 한 순간순간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만 했던 최악의 상황 속에서 칭기스칸은 사람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배웠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래서 물질보다 정신을 사랑하고, 핍박 받고 서러운 가난한 자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관용을 바탕으로 한 정복으로 대몽골제국을 건설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 이 책........  삶이 힘들다고 여겨질 때 다시 펼쳐보아야겠다. 그리고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조금씩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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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미니멀 라이프 - 미니멀리스트 10인의 홀가분한 삶과 공간에 관하여
박미현 지음 / 조선앤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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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부턴가 미니멀리즘이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여기저기서 '미니멀리스트', '1일 1폐(하루에 한 개 버리기)' 등 간소화해지자는 운동을 벌이는 모습들을 자주 본다. 나 역시 미니멀리즘에 점점 관심이 생기는 탓에 미니멀리스트들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저자:사사키 후미오) 책을 몇 번이고 읽었는지 모른다. 그 책에서 발견한 정의......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중요한 것을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이는 일을 '미니멀리즘'이라고 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는 한동안 나의 뇌뢰를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다가 이제는 좌우명처럼 내 머릿속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결혼한지 16년차나 되는데도 집안을 둘러보면 아직도 정리가 되지 못한채 늘 어수선한 게 항상 스트레스이던 때,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쌓여가는 물건들 탓에 정작 집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되어 이 물건들이 내가 사는 집을 점령해버리고 집주인 행세를 해버리는 주객전도의 상황들...... 그 속에서 그래도 정리해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고, 그도 안되면 좁은 집을 탓하며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되는 악순환의 주인공이 되곤 했는데 미니멀리즘을 알고나서는 이젠 나도 무거운 짐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 옷, 책, 가방, 생활용품 등 필요없는 물건들을 처분중이다. 한창 시동을 걸고 막 달려보려던 찰나 미니멀리스트들의 실질적인 사례들로 구성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모두 10명의 미니멀리스트들의 삶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인터뷰를 통해 각기 다른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10명의 삶과 공간을 소개한 뒤, 각자 자기만의 비우기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작가, 강사, 인스타그래머, 웹사이트대표, 사서, 디자이너, 작가 등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히 일하고있는 그야말로 똑부러진 사람들이다.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들 말에 귀기울이거나 먼저 해보고 좋다고 권유해도 잘 따라하지 않을 사람들일 것 같은데, 10명 모두 미니멀리즘을 따라해봤더니 삶이 달라지더라고 하나같이 입모아 강조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나니 우선 청소가 편해졌다. 물건이 많을 때는 집 안 물건부터 정리하고 청소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바로 청소기만 돌리면 된다.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날마다 청소를 엄청 열심히 하는 줄 착각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늘 깨끗함이 유지된다.

                         - 본문 65쪽 인용 : 리빙 인스타그래머 김희연 씨 -

    한때는 소중한 물건들이어지만 그 순간에 부질없는 짐처럼 느껴졌다. 당장 일어서서 그 물건들을 하나씩 비워내기 시작했다.

      "10년 전에 보던 전공서적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물건에 집착이 심했는데, 물건을 하나씩 비워내니 속이 다 후련하더라고요."

                          - 본문 74쪽 인용 : 심플라이프 대표 탁진현 씨 -

     "이미 정리된 집으로 퇴근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집에 돌아오면 다른 데 신경 쓸 일 없이 오롯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워요. 물건이 적은 데다가 아침에 뒷정리까지 마쳤기 때문에 저녁에 따로 정리할 게 없답니다."

                          - 본문 94쪽 인용 : 도서관 사서  박진희 씨 -

 

     "이미 정리된 집으로 퇴근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라고 고백하는 도서관 사서 박진희 씨의 말이 제일 와닿았다. 워킹맘인 나에게는 퇴근후의 집정리 및 청소가 제일 큰 부담인지라 누구 하나 맘놓고 집으로 초대하기도 쉽지않다. 그런데 미니멀리스트들은 일단 집에 있는 물건들이 적다보니 치울것도 얼마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싶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이것이기도하다.
      이제부터 나도 1일 1폐에 도전해보려고한다. 큰 평수로 이사온 지금도 넘쳐나는 짐들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집안일을 줄이지못하고 있는데 하루에 하나씩 필요없는 물건들을 찾아서 이 책의 미니멀리스트들처럼 이웃들과 나누기도 하고,  팔기도 하며 점점 물건들을 줄여나가야겠다.  그래서 나도 '이미 정리된 집으로 퇴근하는' 여유로운 자가 되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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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 -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삶과 경영 이야기
윤정연.정지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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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나는 방학식과 동시에 외갓집에 가서 방학내내 거기서 지내다가 개학이 다 될 부렵 집으로 오곤 했다. 유난히도 나를 이뻐하셨던 외할머니는 50대이셨음에도 상당히 미인이셨다. 그래서인지 당시 화장품 방판사원을 하셨는데, '아모레'라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한때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끌고 다니던 노란색 큰 가방처럼 생긴 가방을 끌고 다니셨는데 짙은 초록색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티폼에 모자 또한 짙은 초록색이었으며 아침에 나가셔서 땅거미가 질 부렵 그 가방을 끌고 퇴근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외할머니가 '아모레' 회사의 방판사원이셔서 그랬는지 우리집에는 아모레 화장품이 참 많았었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아모레'가 '아모레퍼시픽' 회사의 전신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는 왠지모르게 반갑기도했다. '아모레' 하면 나를 참 예뻐해주셨던 외할머니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나는 주로 '아모레퍼시픽' 회사의 기초화장품 및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한다. 서경배 회장님이 ......  아니 '서경배 님'(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는 직급과 연차에 사관없이 전 직원이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회장도 예외가 아니라 '서경배 님'이 공식 호칭이라고 한다)이 '전 세계인들의 핸드백 속에 아모레퍼시픽의 립스틱이 들어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도전한 끝에 상상을 현실로 일구어내는데 나역시 일조(?)를 한 셈이다. 나의 화장품 파우치 속에 아모레퍼시픽 회사의 립스틱이 얌전히 들어있으니 말이다.

 

 

       어릴 때부터 프라모델이나 레고, 조립식 장난감 등 무언가를 만드는 데 몰두하길 좋아했으며 음악을 좋아한 서경배 님......  한달 용돈 1천원을 받자마자 3일만에 700원짜리 LP판을 사는 그 열정이 참 예뻤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거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건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꿈을 실현함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뒷골목 작은 책방을 좋아하고, 집이 무너진다고 그만 책 좀 사오라고 아내가 타박할 만큼 책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동질감도 느꼈다. 나역시 서경배 님처럼 헌책방이든 새책방이든 책방이란 책방은 다 좋아해서, 책방에서 하루 종일 있어라고 해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분 역시 상당한 책벌레다. 대학시절 한 교수님이 "너희들은 살면서 꼭 1000권의 책을 읽어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더더욱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 워낙 책을 좋아했던 서경배는 자신이 살면서 책을 몇 권쯤 읽었는지 돌이켜보았다. 책을 제일 많이 접했던 곳, 어린 시절의 아버지 서재가 떠올랐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정말 많은 책이 있었다.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며 난방도 전혀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서재는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꼭 들르게 되는 서경배만의 보물 창고이자,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였다. 그곳에는 책의 종류도 분야별로 다양했다.

             (중간생략)

        그의 책 읽기는 한국 책에만 국한되지 않았따. 중국,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프랑스, 덴카크...... 아버지의 서재는 거대한 세계이자, 세계를 보는 눈이 되었다."

            - 본문 177~178쪽 인용 -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늘 책과 함께 한다고 한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그가 있는 곳엔 늘 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란다.  그래서인지 책의 뒷부분에 보면 '서경배의 독서 이야기'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그만의 독서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책을 눈으로 읽는것으로만 끝내지 않는다고 한다. 책 내용을 한쪽에 쭉 정리해서 쓰고, 즉시 실천해야 할 것을 또 한쪽 옆에 쓴다고 한다. 이렇게 읽으면서 순간순간 적어둠으로써 책의 주요내용 및 생활에 적용할 사항들을 꼼꼼히 정리한다고 하는데, 나랑 참 비슷했다. 나역시 책을 읽어나가면서 따로 메모해두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작은 스티커메모지를 이용해서 그 부분에 붙여둔다. 이른바 띠지같이 말이다. 그때 그때마다 메모하려니 읽는 흐름이 끊어지는 것 같아서 이렇게 붙여두었다가 책을 다 읽고나면 그 띠지를 붙여 둔 부분만 따로 메모해 둔다.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점이 나랑 같아서인지 친분도 없는 서경배님이 책을 읽는 내내 가까이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서경배 님은 직장 사원들에게 책 선물도 자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아무런 책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현재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가 선물하는 이른바 '맞춤형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리 골절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입원기간동안 직원들의 인사카드를 보며 이름과 부서를 비롯해서 구체적인 사항까지 기억했다고 한다. 물론 퇴원후에 사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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