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로웅 웅 지음, 이승숙 외 옮김 / 평화를품은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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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새벽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잠든 시간이자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나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오직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느 일요일처럼 9월의 어느 일요일 새벽, 평소 때처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누워서 비스듬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꼿꼿이 앉아서 집중하며 읽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장면에 다다르자 나는 티슈 없이 버티기가 힘들었다.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세수를 하지 않고서는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는 식구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이 책은 흡인력도 뛰어났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녀의 가슴 아픈 경험담에 눈물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읽는 내내 '차라리 실화가 아니라 영화였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 책은 캄보디아의 한 소녀가 실제 겪은 이야기로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이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에서 태어난 로옹 웅은 론 놀 정부의 헌병대장인 아버지와 중국계 캄보디안인 어머니, 프랑스 유학을 가서 졸업을 앞둔 멩 오빠, 군기반장인 쿠이 오빠, 예쁜 케아브 언니, '리틀 멍키'로 불리는 킴 오빠, 제일 친한 초우 언니 그리고 귀여운 세 살 난 동생 게악과 함께 평온한 가정에서 살아간다. 보통 캄보디아 가정보다는 좀 더 여유있는 중산층 가정이라 프놈펜 시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며, 언제난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주는 부모님 덕분에 로옹은 하루하루 가족들의 사랑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로옹이 5살이 되던 1975년, 공산주의 혁명 단체인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자 로옹의 가족들은 프놈펜 시민들과 함께 농촌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된다. 지식층(교사, 정치인, 의사, 간호사, 군인 등)을 분별하여 모조리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는 사실을 알고 로옹의 아버지는 자신의 직업을 숨기고 부두에서 짐을 꾸리는 일을 했다라고 하며 간신히 살아남아 가족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던 중, 결국 아버지는 신분이 드러나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 장면을 읽는데 마치 내가 로옹이 된 것처럼 눈물이 터져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크메르 루주도 '배려'를 했는지, 무작정 아버지를 잡아가는 게 아니라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진흙탕에 우마차가 빠졌는데 당신이 도와줘야겠다'라고 가족들에게 들리게 얘기한 후 아버지를 데려간 것이다. 이 때, 아버지가 로옹과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빠가 나를 안아주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내 발이 공중에서 대롱거린다. 아빠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눈을 꼭 감고 두 팔로 아빠 목을 감싼다.

     "예쁜 우리 딸, 저 아저씨들과 잠깐 갔다 올게."

     아빠가 입술을 떨며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

     "아빠, 언제 돌아와요?"

     내 물음에 한 군인이 아빠를 대신해 대꾸한다.

     "내일 아침에 돌아올 거다. 걱정하지 마, 눈 깜짝할 새에 돌아올 테니."

          (중간 생략)

     아침이 왔는데 아빠가 안 돌아왔다!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

                    - 본문 178~181쪽 인용 -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 딸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눈앞에 두고 자기의 죽음을 맞이하러 떠나야 하는 아빠의 찢어지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그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로옹의 애절함에 나는 결국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여서 그런지 나는 어느새 이 이야기의 주된 역사적 흐름보다는 로옹의 엄마와 아빠의 입장이 되어 나머지 식구들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와 헤어지는 장면 이후 엄마와 동생 게악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난 또 한번 뜨거운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게악은 진흙탕에 얼굴을 박고 고꾸라져 있는 엄마에게 달려간다. 게악은 이제 겨우 여섯 살이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엄마를 부르며 어깨를 흔든다. 엄마의 뺨과 귀를 만지고, 진흙탕에 묻힌 얼굴을 둘어올리려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지만 역부족이다. 눈을 비비자 엄마의 피가 온통 게악의 얼굴에 묻어난다. 주먹으로 엄마의 등을 팡팡 때리며 깨우려 하지만 엄마는 가버렸다. 엄마의 머리를 붙들고 숨 쉴 새도 없이 울부짖는다. 한 군인이 어두운 얼굴로 총을 든다. 잠시 뒤 게악도 조용해진다.

               - 본문 278쪽 인용 -

       물론 이 대목의 글은 다른 내용들과 글자체가 다르고 따로 분리되어 있는 걸 봐서 로옹의 상상으로 작성된 부분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로옹은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지 못하고 단지 엄마가 살던 숙소 옆집 아주머니에게 엄마의 붙잡혀감(곧 죽음....)을 들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 대목의 글은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을만큼 가슴이 쥐어짜듯 아픈 장면이기도 하다. 물론 살아남은 로옹은 엄마의 죽음으로 크나큰 상처를 받게 되었지만, 난 자꾸 읽는 내내 로옹의 엄마, 아빠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훈련병이 되어 점점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되고, 나아가 결국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가족이 되어 큰오빠 내외와 함께 미국으로 가서 정착하게 되는 모습을 보고는 당장 가서 로옹의 머리르 쓰다듬고(실제로는 로옹이 나보다 더 나이가 많지만) 대견하다고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더군다나 로옹은 미국정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킬링필드 시기에 가족의 생존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인 이 책을 펴내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지뢰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 단체의 대변인으로 일했으며 지금까지 평화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게 전하는 연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승리이다.



        한 가족이 겪은 상처와 숙명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는데, 당차고 똘똘한 로옹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또 한 번 힘든 시간들을 고스란히 다시 겪으면서 무엇보다 값진 이 회고록을 펴내었다. 그럼으로써 전쟁과 대학살이 어떤 상처와 고통을 낳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똑똑히 아로새겨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평화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로옹 작가 덕분에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책 속의 그 누구도 내게 로옹의 엄마와 아빠처럼 되어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아이들을 품어주고 사랑으로 감싸안아주며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자꾸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가족들인 나와 함께 하루하루를 숨쉬고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행복이고 감사해야 하는 일임을 이 책은 내게 말해주었다. 그런 사실을 깨닫게 해 준 로옹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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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 - 미래를 혁신하는 빅데이터의 모든 것 서가명강 시리즈 6
조성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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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아드는데 제목부터 사실 이해가 안되었다. '빅데이터'가 뭘 말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단지 그냥 '큰 정보'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2차적인 의미를 말하는 건지 아리송했다. 막 궁금해지지는 찰나 책 한 장을 넘기니 저자의 사진과 함께 저자가 말하는 빅데이터의 의미가 한 문장으로 떠억 나와 있었다.


       " 빅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를 움직이는 새로운 자원이자 화폐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를 달구는 가장 뜨거운 화두가 '빅데이터'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 나는 그런지도 몰랐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데이터가 중요한 건 잘 알지만(오죽 했으면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되는 상태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때 '데이터를 사용한다'라고 표현할까 싶기도 하다), 얼마나 중요하기에 '빅데이터'라고 표현할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다.

      저자는 '빅데이터'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기계도 생성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휴대폰의 전원을 켜는 순간 우리의 위치 데이터가 생성되고, 통화와 문자 사용 내역이 데이터화되며, 차를 타서 내비게이션 앱을 켜는 순간부터 우리의 위치와 속도 데이터가 생성된다. 또한 주식 매매, 은행 입출금 모두가 데이터다."

       -본문 12~13쪽 인용 -

      그리고 이 책을 쓴 의도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 이 책이 그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생성되고 어떻게 보관되는지, 그리고 빅데이터를 우리는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해줄 것이다."

        -본문 14쪽 인용 -


      저자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인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빅데이터가 언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는지, 누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지 등 쉬운 설명으로 풀어간다. 예전에 유럽 여행을 가서 톡톡히 혜택을 봤던 '우버' 역시 빅데이터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뭔가 조금 개념이 잡혀간다.  기업들이 고객의 취향과 욕망을 알아냄에 있어서도 빅데이터가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며 빅데이터는 이미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다는 것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빅데이터'를 학습해서 행동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성 향상은 득 뿐만 아니라 실이 될 수도 있음을 짚고 있다. 뉴스에서 한 번씩 '미래사회에 없어지는 직업 50순위'같은 기사에서 얘기하듯 점점 업종들이 사라져가는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우리에게 빅데이터를 이해할 리더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빅데이터'라는 요리재료로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낼 '셰프'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합법과 불법을 구분짓는 가드라인,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데이터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며 그런 주인의식과 권리가 주어졌을 때 비로소 빅데이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음을 저자는 거듭하여 강조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참 어려운 책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펼치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데이터 제작 및 사용 설명서'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서평 또한 나의 데이터인데 이 순간 만들어낸 소중한 데이터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나는 지금 웹사이트에 저장하러 간다. 이 서평을 올렸을 때 내가 느끼는 희열감과 뿌듯함이라는 득이 무엇보다 크다는 걸 잘 알기에 말이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 같다. 그러하기에 지혜롭게 잘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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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김경준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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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만 나이로도 마흔이 넘어버렸다. 재작년만해도 만으로는 아직 30대라고 빠득빠득 우길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유치한(?) 우김마저도 할 수 없는 빼도 박도 못하는 완연한 40대에 들어섰다.

     사실 나의 30대는 육아와 살림 및 직장일까지 병행하며 하루하루 버티다시피 살았던 때라 주위 40대 선배님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여서 한편으로는 은근히 나에게도 어서 40대가 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40대가 되어보니 딱히 여유로운 것도 아니요, 30대 때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의 무게(?)들이 하나 둘 늘어감이 느껴진다. 마치 나이에 비례하여 늘어가는 뱃살처럼 말이다.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책 제목만 봤을 뿐인데도 위로가 느껴졌다. 삶의 이정표를 따라 나보다 먼저 앞서 나아간 오라버니가 여동생에게,

     "40대 들어서니까 생각보다 힘들지? 내가 좀 도와줄까? 이렇게 이렇게 한 번 해보렴."

     하고 내 어깨를 다독거리며 삶의 조언을 들려주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본문의 내용을 하나 둘 읽어가면서도 잔잔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언니, 오빠가 없는 장녀이다보니 늘 힘들거나 고민이 있어도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앞서 말했듯 마음 따뜻한 오라버니가 되어 인생의 각 챕터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상황 속에서, 특히나 인생의 전성기인 이 40대를 올바르게 항해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서 조언을 남겨준다. 그러면서 공감이 가는 한 마디를 한다.

   " 나 자신은 격동의 40대를 지나왔다. 지금 돌이켜보며 어떻게 헤치고 나왔는지 아찔한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 본문 9쪽 인용 -

       얼마나 힘겹게 40대를 보냈으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조차 하기 힘들까 싶다가도 그만큼 격정적으로 보냈기에 더이상 여한이 없다는 뜻이리라 유추해본다.



 

      읽다보니 곳곳에 주옥같은 표현들이 있어서 다이어리 여기저기에 빼곡히 메모를 해두었는데, 다시 읽어봐도 참 와닿는다. 내가 진정한 40대가 되었기에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마흔 부터는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삶이다. 목숨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무한 부담, 무한 책임의 삶이다. 혼자 사는 젊은 시절의 삶은 오롯이 나의 문제였지만 마흔 무렵부터는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역할과 책임이 나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나의 의사결정이 나는 물론이고 주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는 나이이다."

            - 본문 30쪽 인용 -


   "  어느 경우이든 40대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나보다는 타인의 비중이 커지는 시기이다. 그렇다고 이를 자신은 완전히 실종되고 오롯이 타인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소외된 삶이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30대에 방향이 결정된 이후 이어지는 삶이기 때문이다."

             - 본문 31쪽 인용 -


 

       그래도 특히나 내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내용이 있었다.  

    " 마흔 무렵부터 자식들과 배우자는 멀어지고, 연로하신 부모님은 아프시거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고, 직장에서의 책임감은 커지고 행동과 감정은 절제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표현하는 중년의 외로움으로 나타난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시기인 점을 수긍하더라도 때때로 나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 본문 58쪽 인용 -

       어쩜 지금 내 상황과 심정을 이렇게 콕 집어내나 싶기도 했다. 사춘기 큰딸 아이는 점점 세상 속으로 나아가고 있고, 부모님들은 점점 노쇠해가시고, 내가 해야할 일들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고, 직장 내에서의 역할 또한 점점 비중이 커져가고.........   정말 위로받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내게 저자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많은 조언들 중 특히나 내게 와닿았던 내용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가족은 중요하지만 올인할 필요는 없다.

          ( 워킹맘이라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이 메시지는 내게 혁명과도 같았다.)

        2) 자녀교육법에 정답은 없다.

        3) 아이의 미래는 아이에게 맡겨라.

        4) 노년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라.

        5) 작은 행복감을 자주 느끼자.

        6) 마흔부터 취미는 친구가 된다.

        7) 쉬는 것도 투자, 참는 것도 발전이다.

        8) 40대를 맞아 10년의 계획을 세워보라.

 

     저자는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건강을 강조하는 것 같다. 인생 후반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3가지는 건강, 금전, 가치인데 그 중 '건강'이 출발점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이에 비례하듯 점점 나오는 나의 뱃살과 축축 처져만 가는 살들을 보면 우울해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젠 '아름다움'보다는 '건강함'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저자가 알려주는 여러 가지 조언대로 나의 40대를 만들어가야겠다. 그래서 '마흔 이후, 나는 이렇게 살았다.'라는 책을 펼 수 있으면..........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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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괜찮겠지만 난 아니라고 - 말하자니 뭐하고 말자니 목 막히는 세상일과 적당히 싸우고 타협하는 법
강주원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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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책을 읽기 전에는 누구나 그러하듯 프롤로그, 여는글 등을 먼저 꼼꼼히 살펴본다. 아무래도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서 '책의 복선' 역할을 해주는지라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분위기 파악'에 큰 도움이 되기에 나는 항상 여는글부터 천천히 곱씹어보며 저자의 입장을 유추해보곤 한다. 일종의 나만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이 책 역시 여는글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한 장을 넘기자마자 책내용의 핵심이자 저자의 집필의도가 그대로 담겨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괜차니스트'들의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괜찮지 아니한 순간들에 귀를 기울였다. '괜찮다'의 사전적 정의를 뒤집어 '꺼려지거나 문제될 것 있는', '탈이나 이상이 있는' 상황을 그렸다. 일상의 불편과 타인과의 불화, 이유있는 불만과 원인 모를 불안이 여기, 펜으로 짠 그물 안에 퍼덕거린다.

   불편을 논한다는 것은, 그 말마따나 편치 않은 일이다. 아는 사람이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지난날의 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어쩔 도리가 없다. 뻔뻔해지는 수밖에. 이럴수록 정면 돌파, 이참에 자기반성이다.

             - 본문 5쪽 인용 -

    이것만 읽었는데도 눈이 똥그래지고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이 기대가 되며 심지어 설레기까지 했다.  누가 콕 집어 얘기해준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좋은 게 좋은거다'라는 게 인간관계에서의 미덕일 때가 많다는 것을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던터라, 불편한 상황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펜으로 짠 그물 안에 퍼덕거리게' 할 저자의 입담이 너무 기다려졌다.



 

    이 책은 모두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딱히 피해준 건 아니지만

                PART 2.   동의없이 치고 들어오는 사람들

                PART 3.   때로는 내로남불의 순간이 온다.

                PART 4.   세상과 매듭을 푸는 슬기로운 마음 타협법

    각 파트별로 소주제 아래에 짤막짤막하게 글이 전개되고 있다. 소주제 제목들만 봐도 재미있을 정도로 저자의 위트는 센스와 기발함으로 충만하다. '복사+붙여 넣기가 안 되는 순간', '딸 바보 아빠의 딸은 이상하게 힘이 든다', '아무리 예뻐도 용서할 수 없는 여자', '욕도 사랑과 관심입니다', '의미부여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든다', '비워야 한다면 일단은 채워라', '감정 투기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등의 소주제 제목의 흡인력이  뛰어나다 보니 한 번 책을 펼치면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문장의 호흡도 짧고 각 주제마다 전개되는 내용들 또한 단문이며 곳곳에서 반전의 묘미를 선보이는 저자의 '까칠 DNA' 덕분에 읽는 내내 통쾌함과 더불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해야 했던 불편함들이 내 마음 구석구석에 묵은 때가 되어 끼어 있었는데, 저자는 어느새 '이태리 타월'이 되어 그 묵은 때들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원하고 개운했다. 뿐만 아니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혼자 소심하게 숨겨오던 생각들이었는데 이 책의 곳곳에 스스럼없이 소개되고 있는 내용들을 읽다보니 든든한 동지를 한 명 얻은 기분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공감받는 기분이었다. 재미있고 위트있는 책일 거라고 짐작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는 마음에 위로를 얻고 공감을 받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책 표지에서 부제로 밝혔듯이 '말하자니 뭐하고 말자니 목 막히는 세상일과 적당히 싸우고 타협하는 법'을 배움과 동시에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를 만난 기분이다. 앞으로도 복잡하고 불편한 삶의 장면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 때마다 이 '페이스 메이커'가 해준 이야기들을 떠올려야겠다. 그래서 인사치례로 하는 "괜찮아요."가 아니라 정말 괜찮아서 "괜찮아요."라고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내 인생마라톤을 완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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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정강현 지음 / 푸른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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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만난 건 작년 5월이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답게 늘 5월이면 여기 저기 꽃구경을 다니며 즐겁게만 보내곤 했는데, 작년 5월은 예년과 달리 그러하질 못했다. 날씨도 봄날 같지 않게 아침 저녁으로 스산하기만 했고,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일이 연거푸 쏟아지는 통에 정말 계절의 제맛을 보지도 못하며 그렇게 5월을 보내고 있었다. 유난히 힘든 봄을 보내는 탓인지 40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 어린애 마냥 혼자서 훌쩍훌쩍 우는 일들도 잦아졌고 말이다.

    그렇게 힘든 봄을 보내던 어느 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라는 제목만 봤을 뿐인데도 나는 나와 동갑내기인 저자에게 이미 위로와 위안을 다 받은 것만 같았다. 누가 볼새라 혼자 숨죽여 울고, 티슈로 눈과 코를 틀어막고 울던 나였는데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라는 제목을 보니 마치 내 눈물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만 같아서 뿌듯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앙일보에서 사회, 문화, 정치 담당 기자생활을 한 작가로서 2016년에 JTBC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도 JTBC <정치부회의>에 출연중이라고 한다.(2019년 현재까지도 진행형인지는 모르겠다)  바쁜 직업 중의 하나인 기자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는 저자의 모습에 감탄스러웠다. 나와 같은 나이에 벌써 벌써 이 책이 세 번째 산문집이라고 하니 존경심과 함께 샘(?)이 나기도 할 정도이다.

     저자가 서른 즈음부터 마흔 즈음에 걸쳐 썼던 에세이를 묶은 책 답게 이 나이 무렵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과 동질감을 느낄 만한 주제들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신변잡기적인 주제들, 애잔하게 바라봐지는 가족의 일상사들, 3040세대로서 제법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지는 정치계의 모습들, 그리고 전국민이 통탄의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지켜봐야했던 세월호 사건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저자는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듯 팩트와 감정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와닿았던 내용이 있었다. 한 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계속 나에게 여운을 남기며 말이다.

 < 생일 >

   삼십대 중반을 넘어셔면서부터 생일이 닥칠 때마다 나는 문득 서러워진다. 청춘에서 점점 멀어지는 내 나이 때문이 아니라, 내 부모의 나이가 떠올라서다. 막내아들이 중년에 가까워지는 동안 아버지와 엄마는 이 나라의 법이 정해놓은 노인의 기준을 이미 충족했다. 내가 힘껏 나이를 먹는 동안 내 부모 역시 최선을 다해 늙음에 도달했던 것이다. 나는 어느새 생일이 마냥 즐거운 날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에 이르렀다. 생일이 돌아왔다는 것은 내가 한 해만큼의 생명을 소진했다는 뜻이니까. 늙은 부모의 삶 또한 그만큼 닳아버렸을 테니까. 중년이 임박한 내게 생일은 다급한 생명의 신호다. 소중한 이들을 사랑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문이다.

                                                                             -  본문 137쪽 인용 -

     나 역시 사십대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입장이다 보니 저자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조한 말투로 차분히 써내려간 글 같지만, 행간 여기저기에서 가족들을 향해 사랑한다고 외치는 저자의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자꾸만 저자의 성별을 확인해보곤했다. '정말 남자가 쓴 글이 맞아?'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말이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와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고 그랬는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그만큼 저자는 각 주제마다 아주 섬세하게 터치하고 있으며  디테일한 감정까지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동성의 친구와 대화를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저자가 삶의 변곡점마다 흘린 눈물들이 글의 씨앗이 되어 한 권으로 완성된 이 책을 읽고 나니 답답했던 마음이 정화된 기분이다. 시원하게 한 판 울고 난 것처럼 말이다. 맘이 답답할 때, 외로울 때, 속상할 때, 울고싶을 때 나는 아마 이 책을 또 펼쳐서 읽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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