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괜찮겠지만 난 아니라고 - 말하자니 뭐하고 말자니 목 막히는 세상일과 적당히 싸우고 타협하는 법
강주원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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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책을 읽기 전에는 누구나 그러하듯 프롤로그, 여는글 등을 먼저 꼼꼼히 살펴본다. 아무래도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서 '책의 복선' 역할을 해주는지라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분위기 파악'에 큰 도움이 되기에 나는 항상 여는글부터 천천히 곱씹어보며 저자의 입장을 유추해보곤 한다. 일종의 나만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이 책 역시 여는글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한 장을 넘기자마자 책내용의 핵심이자 저자의 집필의도가 그대로 담겨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괜차니스트'들의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괜찮지 아니한 순간들에 귀를 기울였다. '괜찮다'의 사전적 정의를 뒤집어 '꺼려지거나 문제될 것 있는', '탈이나 이상이 있는' 상황을 그렸다. 일상의 불편과 타인과의 불화, 이유있는 불만과 원인 모를 불안이 여기, 펜으로 짠 그물 안에 퍼덕거린다.

   불편을 논한다는 것은, 그 말마따나 편치 않은 일이다. 아는 사람이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지난날의 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어쩔 도리가 없다. 뻔뻔해지는 수밖에. 이럴수록 정면 돌파, 이참에 자기반성이다.

             - 본문 5쪽 인용 -

    이것만 읽었는데도 눈이 똥그래지고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이 기대가 되며 심지어 설레기까지 했다.  누가 콕 집어 얘기해준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좋은 게 좋은거다'라는 게 인간관계에서의 미덕일 때가 많다는 것을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던터라, 불편한 상황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펜으로 짠 그물 안에 퍼덕거리게' 할 저자의 입담이 너무 기다려졌다.



 

    이 책은 모두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딱히 피해준 건 아니지만

                PART 2.   동의없이 치고 들어오는 사람들

                PART 3.   때로는 내로남불의 순간이 온다.

                PART 4.   세상과 매듭을 푸는 슬기로운 마음 타협법

    각 파트별로 소주제 아래에 짤막짤막하게 글이 전개되고 있다. 소주제 제목들만 봐도 재미있을 정도로 저자의 위트는 센스와 기발함으로 충만하다. '복사+붙여 넣기가 안 되는 순간', '딸 바보 아빠의 딸은 이상하게 힘이 든다', '아무리 예뻐도 용서할 수 없는 여자', '욕도 사랑과 관심입니다', '의미부여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든다', '비워야 한다면 일단은 채워라', '감정 투기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등의 소주제 제목의 흡인력이  뛰어나다 보니 한 번 책을 펼치면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문장의 호흡도 짧고 각 주제마다 전개되는 내용들 또한 단문이며 곳곳에서 반전의 묘미를 선보이는 저자의 '까칠 DNA' 덕분에 읽는 내내 통쾌함과 더불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해야 했던 불편함들이 내 마음 구석구석에 묵은 때가 되어 끼어 있었는데, 저자는 어느새 '이태리 타월'이 되어 그 묵은 때들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원하고 개운했다. 뿐만 아니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혼자 소심하게 숨겨오던 생각들이었는데 이 책의 곳곳에 스스럼없이 소개되고 있는 내용들을 읽다보니 든든한 동지를 한 명 얻은 기분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공감받는 기분이었다. 재미있고 위트있는 책일 거라고 짐작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는 마음에 위로를 얻고 공감을 받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책 표지에서 부제로 밝혔듯이 '말하자니 뭐하고 말자니 목 막히는 세상일과 적당히 싸우고 타협하는 법'을 배움과 동시에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를 만난 기분이다. 앞으로도 복잡하고 불편한 삶의 장면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 때마다 이 '페이스 메이커'가 해준 이야기들을 떠올려야겠다. 그래서 인사치례로 하는 "괜찮아요."가 아니라 정말 괜찮아서 "괜찮아요."라고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내 인생마라톤을 완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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