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한 머리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 - 메모는 제2의 두뇌이다
김연진 지음 / 더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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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총기있다', '총명하다'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던 나였다. 나름 기억력도 좋고 눈썰미도 좋아 한 번 본 사람 얼굴도 잘 기억하고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기억에 잘 남는 편이라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기억력도 떨어지고 잘 잊어버려서 생활에서 불편한 점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자주 생겨나는 문제 중 하나가 출근할 때 한 번만에 못 나간다는 것! 현관문을 닫고 나가면 꼭 집에 놔두고 나온게 생각이 난다. 대체로 휴대폰이 그 빈도수 1위를 차지하며 2위는 자동차 키, 3위는 챙겨야 할 서류들 그 밖에 간식이나 소소한 준비물 등이다. 대체적으로 두어 번은 꼭 현관문을 다시 열고 들어왔다 나가야만 출근이 가능하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주차장에 내려갔는데 내가 몇 층에 차를 주차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본문 속에서 저자도 그런 경험을 얘기하지만 나 역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몇 번이고 했다. 그 바쁜 아침시간에 차를 찾아 헤매다보면 짜증지수가 올람감은 기본이요, 직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 그것도 월요일 아침에 그런 일이 가장 많다는 것! (몇 번의 낭패를 겪은 나는 결국 작은 메모보드판을 사서 현관문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퇴근길에 꼭 주차 층수를 보드마카로 적어둔다. 'B1', 'B2', '1층'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점점 감퇴되어가는 나의 기억력을 보존하기 위해 이젠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겠다 싶어 메모를 조금씩 하려고 노력하던 즈음 '둔한 머리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 내가 존경하는 정약용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 '둔필승총(둔한 붓이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를 살짝 패러디한 제목이라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직업은 교도소 교도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새벽독서를 한 후 1시간이 넘게 운전을 해서 직장으로 출근을 한 후 바쁜 업무처리를 하고 귀가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일반 직장인들과의 차이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직장이 교도소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저자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메모의 필요성을 좀 더 느꼈던 것 같다.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은 몸이 아플 때 딱히 특별한 처방이 없다. 심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먹는 약으로 치료한다.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약을 주는 일은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다.

        수용자에게 약을 줄 때 교도관은 약봉지를 직접 뜯어서 준다. 목으로 삼키는 것까지 확인한다. 수용자가 약을 받아놓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몰라서이다. 약을 먹으면 '교도관 근무일지'에 기록을 한다. 날짜, 시간, 누가 먹었는지를 세세히 기록한다. 이 기록은 약을 먹었다는 증거로도 활용이 되지만, 차후 더 나은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교도관인 나는 평소 가지고 있는 메모습관의 덕을 많이 본다. 펜을 들고 적는 일이 교도관의 업무에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적는 것을 귀찮아하는 직원들도 있다. 그럼 꼭 일이 생긴다.

                                  - 본문 32쪽 -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야말로 많은 역할을 감당하는 팔방미인이다. 멘토처럼 교도소 수용자들을 품어주는 정 많은 교도관, 찬양사역을 감당하는 신실한 신앙인, '감사 메모장'으로 아내를 언제나 배려하는 따뜻한 남편, 딸아이의 육아일기를 쓰며 육아에 전심으로 동참하는 사랑 넘치는 아빠, 처가 식구들에게 책읽기 운동을 퍼뜨린 지적인 사위. 이 모든 게 저자를 호칭할 수 있는 다양한 이름표들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지는 못했다고 한다. 저자의 고백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원래 메모를 잘 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집중력도 약하고, 의지도 약했다. 당연히 공부를 잘할 리가 없었다. 또 상대방이 이야기하면 머릿속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주특기였다. 눈은 응시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그 상황을 외면하고 있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30세에 교도관이 되었다. 교도관이 되니 수용자를 상대해야 했다.

                                          ( 중간 생략 )

           특별한 이슈가 있거나 수용자가 특수한 행동을 보이면 다이어리에 고스란히 다 적었다. 날짜를 적고, 시간을 적고, 육하원칙에 맞게 작성했다. 어쩔 수 없었다. 교도소 안에서 하루를 무사히 보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 본문 15쪽 -

           그러면서 점점 기록에 재미를 붙이게 된 저자는 직장에서 뿐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도 그 반경을 넓혀가게 되어 이제는 메모의 달인이 되어 책까지 펴게 되었다. 그야말로 메모의 힘이다.



         

          2020년도 들어서서 다이어리를 본격적으로 쓰려고 노력중이다. 직장에서도 이제 좀 더 책임을 져야하는 직책을 맡게 되어서 업무에서도 좀 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양*사'에서 나온 B5 크기의 업무수첩용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뭐든 다 적는다. 회의내용, 전달사항은 기본이고 제출서류 내용, 시간약속 등등 양이 너무 많으면 워드로 타이핑해서 2쪽 모아찍기로 작게 출력한 후 업무수첩에 붙이고 형광펜으로 칠하고 그 옆에 또 기록하며 잊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책을 읽던 중 저자의 꿀팁 하나를 발견했다.


            메모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줘보라. 나는 메모장에 기록을 한 번 할 때마다 별 스티커를 다이어리에 붙였다. 그리고 10개가 모이면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씩 사서 마셨다. 소소한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보상해준다면 작은 것들이 모여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 수월할 것이다.

                                 - 본문 129쪽 -

           좋은 아이디어이다 싶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 받을 때마다 사탕 하나를 먹을 수 있었던 국민학교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사탕 하나를 받을 때 얼마나 뿌듯했었는지 모른다. 그 때처럼 내가 업무수첩이든 개인 다이어리이든 어디에든 메모를 하고 기록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일까 싶다. 그래서 나도 10개가 모아지면 우리집 앞 카페에 가서 맛있는 카푸치노 한 잔 마셔야겠다. 점점 이렇게 손을 사용하며 메모하는 습관이 확장되어 나중에는 '확언'을 메모하는 습관까지 가져보고 싶다. 그래서 매일 아침 '확언'으로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을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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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생각 - 우리는 이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안희정 옮김, 이강영 감수 / 더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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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의 생각'은 저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은 저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몇 편이 글은 불평등의 해악, 터무니없는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 일부 학자들의 왜곡된 역사 서술, 지구온난화의 위험성, 기초 과학을 비롯한 공공재 지원 논쟁들을 다루었습니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합리주의, 현실주의, 환원주의, 철두철미한 세속주의의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합니다.

                             - 프롤로그 -

          세 번 째 에세이라서 '제3의 생각'이라고 제목을 붙였나보다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제3세계'가 떠올랐다. 자본주의 진영이나 사회주의 진영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을 부르던 명칭인 '제3세계'처럼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본인의 생각은 기존의 생각들과 다르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뚝심과 고집을 나타내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 때 배웠던 '중의법'을 사용한 제목처럼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읽는 내내  현대 물리학의 대가답게 과학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냄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제3의 생각(Third Thoughts)'이었다.



    
          저자는 '천문학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천문학부터 짚어나간다. 이유인 즉 천문학이 있었기에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단다. 나침반이자 달력으로도 사용된 별자리를 관측하기 시작한 초기 문명인들이 태양, 별, 행성에 쏟은 관심이 과학적 발전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마치 물리학자로서 천문학을 연구한 초기 문명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 둘 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다보니 저자 역시 현실적인 물리학자로서의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정부 예산을 받을 만한 프로젝트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종종 과학이라는 미명으로 치장된 엄청난 비용이 드는 NASA 프로그램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을 말한다.

                                                               ( 중간생략 )

           유인 우주선을 그리 효율적이지 않은 과학 연구이다. 우주 비행사를 달이나 다른 행성에 무사히 착륙시킨 후에 다시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으로 훨씬 많은 탐사를 하는 로봇 수백 대를 보낼 수 있다. 우주에서 궤도를 선회하면 관측 활동을 하는 천체 관측소 내부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는 진동을 일으키고 열을 내뿜기도 하면서 민감한 천체 관측을 망칠 위험도 있다.

                                                             - 본문 29~30쪽 -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유인 우주선에 대해 한 번 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저자의 요지는 이렇다. NASA가 일궈낸 천문학적 성과들은 모두 무인 탐사 위성들이 해낸 일이기에 굳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우주 비행사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 둘 다 정부의 지원을 점점 받기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에 물리학계의 대부(?)로서 힘주어 강조함이 아닐까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나라마다 점점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기대가 점점 쇠퇴되어 가는 분위기에 잘라낼 것은 과감하게 잘라내는 게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뉴욕 리뷰 오브 북스>라는 정기간행물에 실었던 에세이들을 대부분 엮었고, 그 외 졸업식 연설문, 그동안 발표하지 못했던 글등을 모아 펴낸 책이라 과학적인 내용 외에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들도 많이 담겨 있는 그야말로 에세이다. 그러하기에 사실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들에서는 다소 난해한 내용들도 많았으나 물리학계의 거장인 노학자가 개인적인 시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위트가 넘치기도 하다. (신입생이 알아야 할 첫 번째 사실은 대학이 결코 내가 기대하던 곳이 아니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빵 터졌다~ ^^)

         이 책이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나 역시 이 책이 마지막 에세이가 아니길 바란다.  90세 맞이 기념으로 한 권 더 쓰시는 게 어떨지 저자분께 살짝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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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습니다 I LOVE 그림책
제프 뉴먼 지음, 래리 데이 그림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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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사진을 보는데 영락없이 우리 강아지랑 너무 닮았다 싶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 강아지는 10개월 된 푸들인데 이번에 미용을 할 때 단발머리(?)처럼 했더니, 책 표지 속 강아지 모습이랑 너무도 닮은것이다. 그래서 한참을 표지를 들여다보며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주인공 소녀와 강아지를 보고 또 보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 둘째와 강아지의 모습에 오버랩 되고 있었다. 강아지를 너무 예뻐해서 며칠 전에는 강아지집 울타리 안에 들어가서 이불 덮고 같이 자는 우리 둘째.  평소 안고 다니는 모습도 표지그림의 소녀와 같아서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야기는 결말이 살짝 슬프다. 어느 비오는 날 저녁, 소녀는 창밖을 내다보던 중 주인을 잃은 채 거리에서 비를 맞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한다. 서둘러 나가서 그 강아지를 얼른 데려온 소녀는 잃어버린 강아지 도담이가 먹던 사료를 먹게 하고, 도담이가 쓰던 반려견 요람에서 자게 해준다. 소녀가 씻고 잠잘 준비를 하는 동안 강아지는 도담이가 쓰던 장난감 공을 꺼내 물고, 목줄을 꺼내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소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 어느 새 소녀에게 마음을 열게 된 강아지는 결국 소녀의 침대 위로 올라가 한 켠에서 잠이 든다. 그 후로 소녀와 강아지는 제법 가까워졌고, 펫스토어에 다녀오던 날 소녀는 벽에 붙은 전단지를 보고 이 강아지가 주인이 있었으며 그 주인이 강아지를 찾고 있음을 알게 되고는 밤새 고민에 빠진다. 결국 소녀는 강아지에게 주인을 되찾아주고 돌아오던 길에 유기견 센터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불독 한 마리를 보고 서로의 아픈 마음을 느끼며 이 이야기를 끝이 난다. 



        길 잃은 강아지 입장에서는 원래의 주인을 찾아가서 다행이긴 하지만, 나는 자꾸 소녀의 입장에 공감이 갔다. 도담이를 잃어버려서 슬프고 공허했을 마음에 길 잃은 강아지가 대신 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그 강아지와 헤어짐을 맛보아야 하는 소녀를 보니 마음이 두 배로 더 아팠다. 그림책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고 있었다.  

         우리 둘째에게 이 책을 보게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슬프단다. 그리고 그림책 속 강아지가 우리 강아지랑 너무 닮아서 더 마음이 아프다며 책을 얼른 덮었다. 그러고는 얼른 2편이 나오면 좋겠단다. '찾습니다 2'라는 제목으로, 소녀가 유기견 센터에서 만난 불독을 집에 데려가서 키우며 다시 행복한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그것보다는 원제인 '찾습니다'가 아니라 '찾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도담이를 다시 찾아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2편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도담이가 소녀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작가님이 빨리 2편을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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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전쟁 -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
로라 밴더캠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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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항상 시간에 쫓기는 삶이 답답했다. 워킹맘이다보니 어찌보면 그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여유없이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삶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고 원하는 일을 해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랬기에 시간관리를 잘 하고 바쁜 가운데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어찌하면 그들처럼 나도 여유를 좀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늘 하곤 했는데, 이 책의 겉표지에 적혀있는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과연 어떤 비밀들이 있기에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울 수 있을까?


      이 책을 쓴 로라 벤더캠은 시간관리 전문가이다. 시간 다루기에 대해 여러 책을 썼고 수많은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단다.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인기강사이다. 저자는 네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그야말로 '시간 전쟁'을 겪던 중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사람들이 놓치는 시간의 사각지대를 찾게되었으며 이 사각지대를 활용한 사람들의 삶이 여유로웠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저자는 '시간인식이 높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시간인식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깊이 염두에 두고 생활하며 자신의 삶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시간을 세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제거한다고 하는데 이 점이 참 와닿았다. 나의 하루하루가 바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물건들을 쌓아놓고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나는 하루의 여러 일들 중 쳐내야 할 일들을 낑낑대고 끌어안은 채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갈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에 그러지 못함으로써 얻는 상대적 박탈감도 크고, 하루를 돌아보며 다소 허탈해할 때도 많다. 성실하고 근면한 게 나의 장점이긴 한데 좀 더 효율적으로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그 점을 개선하고 싶은데, 저자의 '시간인식' 개념에 대해 읽다보니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할 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그 외에도 내 시간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평소 놓치게 되는 시간의 사각지대를 알 수 있는 시간일기, 라이프 스타일을 조금 수정하여 얻을 수 있는 시간 재배치, 시간을 좀 더 의미있고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 등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내게 와 닿았던 것은 '매일 10분, 나만의 짧은 휴가 즐기기'였다.

          아무런 방해가 없는 하루를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루 전체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브라이언트와 베로프가 '일상 휴가 훈련'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을 시도해보자. 이로써 즐거운 경험 속에서 시간을 음미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일주일 동안 매일 10~20분씩 당신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도록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계획이다.

          - 노을을 바라본다.

          -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점에 들른다.

          -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 중간생략 )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최소한 10분의 휴식은 취하며 산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간을 이메일 지우는 일로 채운다. 그렇지 않으면 소셜 미디어를 보거나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이런 시간은 나중에 여가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즐거운 여유 시간을 음미하면 이후에 우리가 여유 시간을 가졌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쓰면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두었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 본문 158~159쪽 -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인데 생각만 해봐도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갈 정도니 당장에 실천에 옮기기고 싶은 방법이다. 그래서 내일부터 당장 실천하려고 한다. 요즘 내가 추구하는 바가 '책 한 권을 읽고 하나만 얻어도 성공한 독서'라는 것인데 이번 독서 역시 성공한 듯하다. 당장에 실천하고픈 의지를 심어주니 말이다. 이쯤 되면 '시간전쟁'에서 승리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싶은 혼자만의 만족을 느끼며 내일부터 실천할  '매일 10분, 나만의 짧은 휴가 즐기기' 목록을 써보려고 한다. 벌써부터 신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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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마음대로 사세요 - 내 마음대로 살아도 모두가 행복한 마음사용법
박이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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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시댁에 행사가 있는 날이다. 이런 저런 사정 등으로 인해 갑자기 식당을 취소해야 해서 얼떨결에 며느리인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져버렸다. 한창 직장일로 바쁠 때임에도 불구하고 시댁 식구들의 도움 없이 혼자 준비하려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속상하기도 했다. 특히 시누이로 마음이 많이 상해 있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한창 속이 상한 상태이던 때라 제목만 봐도 속이 시원했다. '니 마음대로 사세요'라는 제목처럼 정말 내 맘대로 살고 싶은 요즘이니 말이다.  부제를 보는데 이 역시 솔깃하다. '내 마음대로 살아도 모두가 행복한 마음사용법'이라니........  내 마음대로 살면 여기저기 잡음이 생겨나고 얼굴 붉힐 일도 생길 것 같은데,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니 책 내용이 몹시도 궁금했다. 과연 어떤 비법이 담긴 책이기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단 말일까?




         저자는 크게 세 가지 힘을 강조하고 있다. 이름하여 '감동력', '감사력' 그리고 '시긍력'이다. '감동력'은 말그대로 '강동하는 능력'이고, '감사력'은 '감사하는 능력'인데 '시긍력'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책 표지에서 이미 '시긍력'이라는 단어를 보긴 했는데, 책을 읽어가는 내내 '시긍력'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읽던 중 드디어 그 단어에 대한 설명을 만났다.

       시긍력이란 시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말한다. '사력을 다해 걷고 있는데도 숨이 차지 않는다면 당신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기 마련이다. 가만히 앉아서 땀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일이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대가를 치르는 것은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누구도 돈을 주고 일부러 썩은 빵을 사지는 않는다. 그런 바보가 과연 세상천지에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세상에 그런 바보들은 널려 있다.                                                 ( 중간 생략 )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를 되돌아볼 때 '오늘은 정말 재수 없고 기분 나쁜 날이었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하루를 '썩은 빵'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바보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대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즐거웠으면 즐거웠던 대로, 뜻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으면 실수를 한 대로 나름 그만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능력이 바로 감동력이 주는 부가적인 능력인 시긍력이다.

                                           - 본문 256~257쪽 -

           이 부분의 내용을 읽는데 순간 부끄러웠다. 사실 며칠 전 밤에 남편과 자기 전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결국 울고 말았기 때문이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결국 남편에게 시누이로 인해 속상했던 일들을 털어놓다가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시긍력'을 내가 갖추고 있었다면 철없이 말하는 시누이를 보며 그녀 덕분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과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품어야 하는 덕망이 왜 필요한 것인지 확실히 깨닫게 해줌을 오히려 감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타인에게 휘둘려 내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마음을 단속하고 이끎으로써 저자가 말하는 내 안의 '호랑이'를 '조련사'가 길들이고 잠잠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긍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감동력이 우선되어야 한단다.

           '감동력'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있는 능력인데 저자의 말로는 아무 때나 나오는 능력이 아니란다. 오로지 서로 사랑할 때,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을 때만 솟아나는 능력이란다. 그러하기에 평소 이기적인 마음이 가득할 때는 이 감동력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란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 감동력은 누구보다도 부모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 아닌가 싶다. 

            부모는 그저 단순하게 하나에 집중하면 된다. 최고의 네오테니 부모란 그냥 아이들에게 감동해주는 부모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 중에 가장 좋은 것, 남을 행복하게 하면서 자신도 행복해지는 재능을 발전시킬 것이다. 물론 그 과정 속에 여러 가지 갈등과 시련이 있겠지만 네오케니 부모는 견뎌나갈 수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들의 세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밑에서 자란 아이는 스스로 발전시킨 재능으로 직업을 얻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아이에게 감동력이 충만한 네오티니 부모가 되어줄 것이다. 행복의 근원에 있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감동력이다.

                                         - 본문 179~180쪽 -


* 네오티니 - 생물학적 용어로 '유형성숙'을 뜻한다. 동물이 어느 단계에서 개체 발생이 정지하고 그 상태에서 성숙하여 번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 인류학적으로는 어린아이의 성질을 성년기까지 그대로 간직하는 것을 의미함. 이런 면에서 '젊은이의 유전자'로 불리기도 함.

             나의 감동력을 통해 내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내 아이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텐데, 어느 순간부터 '사감 선생님'이 되어 아이를 훈육하고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었나 하고 반성도 되었다. 성경에도 보면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라는 구절이 있어서 평소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를 야단치다 보면 덕담이 아닌 악담을 할 때도 있으니 참 부끄럽기 그지없다. 감동력이 한참 부족한 나를 위해 다행히도 저자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  감동력 훈련 1단계 : 감사할 일에 감사하기

           감사의 1단계는 감사할 일에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의 대가는 마음의 행복이다. 그 대신 감사할 일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이렇듯 일상적이고 작은 일에도 감사를 하면 모든 것이 행복해진다. 행복해지기 위해 남이 어떻게 행복해지는 가를 열심히 연구할 필요도 없고 큰돈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감사를 생활화하기만 하면 된다.

                              - 본문 224쪽 -     


        * 감동력 훈련 2단계 : 평범한 일에 감사하기

           오늘, 당신에게 아무런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날들 중 하나에 불과할 가능성이 더 많다. 그 '평범함'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오늘은 어제로 생을 마감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열망하며 살고 싶어 했던 새로운 날이며 오늘 태어나는 생명들에게는 생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과거와 미래가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기적의 순간인 것이다.

                                - 본문 226~227쪽 -


        * 감동력 훈련 3단계 : 감사할 일이 아닌 것에 감사하기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다리의 이름인 '생각을 바꿨더니'를 실천하는 길은 바로 도무지 감사하지 못할 일에 감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보며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럴까?'를 아무리 고민해도 내가 그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그저 나의 욕심일 뿐이다.  (중간 생략)  그러니 그 사람은 그냥 내버려두고 당신을 바꾸어라. 그러면 당신이 사는 세상이 바뀐다.  그가 고집스럽게 '생긴 대로 살겠다'고 하면 앞으로 그 사람은 계속해서 당신을 단련시켜줄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 본문 229~ 230쪽 -



          책을 다 읽고 나니 뭔가 맘이 편안해진 듯 하다. 왜 이 책 표지의 부제에 '마음사용법'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도 알 것 같다. 내 마음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거듭 다짐을 해본다. 타인들에 의해 휘둘리거나 지배당하지 않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확실히 내 마음을 잘 지켜야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생겨난 것을 보니 내가 제대로 '마음사용법'을 공부했나보다.

          내일 시댁에 가서 시누를 보면 싱긋 웃어보이는 여유도 부릴 수 있을 것 같다. 왜냐구? 내 마음 공부에 귀한 학습자료가 되어 준 분이니 말이다.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나를 단련시켜준 것에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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