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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평점 :
나에게는 여러 가지 역할들이 있다. 한 집안의 딸, 두 여동생들의 언니, 막내 남동생의 누나, 한 남자의 아내, 두 딸들의 엄마, 그리고 직장 및 종교단체에서의 역할들까지 정말 많다. 그런데 누군가 가장 어려운 역할이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함 없이 '엄마'라고 말하고 싶다. 남들은 딸이 둘이라 좋겠다고들 하는데, 딸아이들이 성장해나갈수록 엄마 노릇 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험한 세상 속에서 곱게 키우려다보니 힘든 것도 있지만 '사춘기'라는 미명하에 극도의 개인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딸들로 인해 마음이 상하는 게 가장 힘들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큰딸 아이의 철없는 언행에 좀전에 또 마음이 상해서 컴퓨터 앞에 이렇게 앉아 주절주절 끄적거리고 있다. 엄마가 되어서 이 순간 세상에서 딸아이가 가장 밉다는 사실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이럴 때는 강아지를 안고 잠시 잠을 청하거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얼른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게 상책이다.
며칠 전에도 오늘과 똑같은 일이 있었기에 쓰린 가슴을 안고 보이는대로 손에 잡힌 책이 바로 이 책 '백 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이다. 내가 좋아하는 카키색 표지에 갱지 느낌의 속지에 일단 첫인상은 합격!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 년의 통찰'이라는 부제가 왠지 지금 내게 뭔가 조언을 줄 것만 같다는 기대감에 따뜻한 차 한 모금 홀짝 마시고는 사뭇 떨리는 마음으로 표지를 넘겼다. 마치 포춘 쿠키 속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펼쳐볼 때의 설렘처럼 긴장감마저 들었다. 헉! 1번 명언이 예사롭지 않다.
001 미움을 내려놓는 일
용서했다고 해서 반드시 화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내 마음속의 미움을 내려놓는 일이다.
여전히 속상하고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용서는 남은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 p. 24 中 -
순간 뜨끔했다. 마치 저자가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은 묘한 이 기분. '여전히 속상하고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용서는 남은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에서는 도무지 소화가 되질 않는다. 또 다른 조언으로 위로받고 싶은 맘에 이번엔 무작정 아무 곳이나 펼쳐보았다.
214. 오늘의 기억
어떻게든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온다.
사람들의 이름 옆에 그렇게 적어 본다.
맨 처음 단어인 '어떻게든'에 줄을 여러 번 그어 지우고 나머지를 남긴다.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온다.
오늘은 어떻게 기억될까.
- p. 106 中 -
'오늘은 어떻게 기억될까'라는 말이 입가를 맴돈다. '2022년 1월의 어느 날인 오늘이 딸아이와 나에게 과연 어떤 기억으로 남게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편안함을 찾는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선물'을 왜 난 귀하게 받지 못했는지, 왜 그렇게 이 하루를 버리지 못해서 안달이었나 싶은 후회와 함께 부끄러움마저 밀려온다. 이 책 뭐지? 단지 두 개의 명언만 봤을 뿐인데, 지금 내게 너무 필요한 말만 해준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자 지식큐레이터이다. 본인이 읽은 수만 권의 책들 중에서 자신에게 좋은 통찰과 변화의 동기를 주었던 책 800권을 선정해서 이 한 권의 책에 다 모았다고 한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운을 남기고 머릿속에 새겨지는 한 권의 정수와 같은 문장만을 따로 모아 엮어낸 책'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처음부터 찬찬히 읽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봐도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여지를 주고,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할 수 있게 해줌을 내가 이미 느껴봤기에 이젠 이 책에 묘한 기대심마저 생겨난다.
처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읽다가는 중도에 포기할 것 같아서 여기 저기 발췌해가며 읽고 있는 중인데, 이게 참 은근히 재미를 준다. 길지 않아 한 호흡에 가뿐히 읽어낼 수 있는 명언의 분량이 무엇보다 제일 맘에 들고, 어느 것 하나 빠질 데 없이 마음에 와 닿는 명언의 내용들이 계속 읽어나가게 만든다. 그리고 각 명언마다 어느 책에서 발췌한 것인지 소개하고 있는 저자 이름과 책 제목이 제2차 독서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이 또한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발췌독을 하는 중이라 아직 끝까지 다 읽진 못했는데, 궁금한 마음에 800번 명언이 무엇인지 슬쩍 보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800 문제를 의심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제를 의심하는 겁니다.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과정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제껏 잘못된 답을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 p. 353 中 -
''하나뿐인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라는 말에서 슬쩍 부끄러워진다. 내가 아이에게 너무 한 가지 길만 가도록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반성이 슬쩍 밀려온다. '우리의 삶은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과정'인데 난 벌써부터 답을 결정짓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괜스레 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책을 읽어나가고 있는 중임에도 나의 생각이이렇게 유연해지고 사고가 확장되어 가는 걸 보니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800명의 멘토를 만나고 나면 내가 얼만큼 성장하고 성숙되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