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고통받는 딸을 위한 정서적 독립 프로젝트
썸머(이현주)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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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읽는데 순간 마음을 들킨 기분이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었고, 말해서도 안되는 나만의 비밀을 저자가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나는 엄마가 힘들다. 40대 중반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엄마가 힘들다는 사실이 날 더 슬프게 한다.

    가끔 답답한 나머지 친한 지인에게 이런 고민의 1/10 정도 살짝 털어놓으면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하다. 

            "이제 연세도 많으신데 이제 와서 따져서 뭐할래? 그냥 덮어."

            "우리 어릴 때 다 맞고 자랐지 어디 안 맞은 사람 있어? 나도 진짜 많이 맞았거든?"

            "뭐 옛날 이야기로 그렇게 고민해. 이제 다 잊어버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었다. 내 마음이 더 답답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여지껏 영원히 풀 수 없는 과제로 떠안고 살아왔는데, 제목부터 심쿵했던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의 저자는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똑같지는 않지만 나와 비슷한 상처들을 받았고, 우리 엄마보다 좀 더 심한(?) 엄마 밑에서 자란 그녀로 인해 그녀는 아예 '그런 엄마'들을 본격적으로 연구를 한 것이다. 이름하여 '나르시시스트 엄마'를 말이다.

     자기애성 인격장애(NPD, Narcissistic Personalith Disorder)는 자신에 대한 애정이 과도한 인격장애다. 이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Naracissist)라고 줄여서 부르겠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DSM-5의 진단 기준에 따라 전문의에 의해 정식으로 진단받을 수 있으며, 책 뒤쪽 부록에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6% 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 P. 30 中 -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병적인 자기애(Pathological Narcissism)를 가지고 있어서 자녀의 필요나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는 가정을 '역기능 가족'이라고 한단다. 이런 역기능 가족에서 자녀들의 역할 모습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다섯 가지 중 하나의 역할을 취한다고 한다. '돌보는 자', '마스코트', '영웅', '희생양', '잃어버린 아이'가 그 다섯 가지이다. 나는 이들 중 '돌보는 자'와 '영웅'에 해당하는 것 같다. 1남 3녀 중의 장녀다 보니 늘 부모처럼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했고 나중에는 그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려 어깨가 무거울 때가 많았다. 그리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뭐든 열심히 하던 것이 나중에는 완벽주의를 지향하게 되었고 그게 성격화 되어 난 아직도 워커홀릭이 될 때가 많다. 그러다 쉬이 방전되어 버리기도 한다.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문적인 지식을 비롯해서,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위로를 해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무척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나를 스스로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됨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그 중 가장 위로되는 말이 있었으니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것이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장녀로 살아왔는데 엄마는 내게 늘 더 원하셨고, 나중에는 아버지도 함께 나를 비난하셨다. '넌 이기적이야!'라고. 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난 아직도 그 말이 제일 가슴 아프게 맺혀있다. 만약 신이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울면서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아버지, 전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전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책을 읽으며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치유도 되었다. 40대 중반이 되도록 마음 한 구석에 밴드로 꽁꽁 봉인해 둔 상처를 이제야 열어서 상처의 깊이도 확인해 보고, 무슨 약을 발라야 할지 알게 된 것 같다.

      분명 나처럼 가까운 가족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디에다 털어놓지도 못하고, 끙끙 가슴앓이만 하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다. 그리고 얘기해주고 싶다.

               " 당신은 나쁜 딸이 아닙니다. "

               " 그동안 충분히 잘해왔어요. "

               "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멋진 사람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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