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눈뜨는 한 사람
김필통 지음 / 하모니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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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설 연휴 때 tv에서 '모가디슈'라는 영화를 방영하기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보게 되었다. 1991년 내전이 발발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 외교관들이 이념을 불문하고 힘을 합쳐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 처음에는  "모가디슈가 뭐야?"하며 모두가 별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오며가며 보던 이 영화를 어느새 온 가족이 초집중 모드로 보게 되었고, 결국 나는 군데 군데서 눈물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제 막 올림픽을 치르고 조금은 살만해진 대한민국. UN에 가입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 머나먼 소말리아라는 나라에서 고군분투하던 우리나라의 외교관과 그 가족들. 설상가상으로 내전이 터지고, 당시 국력이 약했던 우리나라는 구조기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 스스로 자구책을 구해야 했던 그 분들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그래도 다행히 그들의 수고 덕분에 우리나라는 91년도에 드디어 UN 가입이 성사된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모다디슈'가 소말리아의 수도인지도 몰랐고, 소말리아에 내전이 발발했고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도 몰랐다. 2011년 석해균 선장님의 삼호 주얼리호 배가 소말리아의 해적들에게 피랍되었을 때 청해부대가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시켰다는 소식을 듣고 '소말리아 해적'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게 전부일 정도로 소말리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저자는 이런 우리들에게 '모가디슈' 영화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제는 우리 모두 세계에 눈을 떠야 한다고 조심스레 권고하고 있다. 다양한 영화, 팝송을 책 곳곳에 소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레 '세계시민'이 되어야 함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빌리자면, 세계시민이란 '세계화라는 지구촌의 변화에서 시작된 세계의 문제와 상황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개인과 공동체'를 의미한다. 즉,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나아가 내 나라에만 시선을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변화에도 주인된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말리아에는 왜 해적이 많은지, 왜 그 나라에는 소년병들이 많은지, 제2차 세계대전 중 6백만이 희생된 비극의 아이콘 유대인들이 이제는 반대로 이스라엘과 함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핍박하게 된 역사의 아이러니,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70년 만에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 등 저자는 우리에게 눈과 귀를 열고 세게 여기 저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세계시민은 다음 세대와 그들이 살아갈 지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이들이다.

새로운 세계의 구성원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유산으로 남기는 일은

인류를 위한 거룩한 사명이자 즐거움이다.

세계에 눈뜨는 일은 한쪽의 풍요로움과 한쪽의 빈곤을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울의 어디가 기울어져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중간 생략)

우리는 이미 충분하고 준비되어 있다.

눈을 뜬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세계에 눈뜨는 한 사람,

바로 당신이길 바란다.

- P. 132~ 133 中 -     

     제3세계 아이들에게 필통과 학용품을 보내는 '필통미니스트리'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책의 곳곳에서 조금씩 배어나오는 NGO 단체 냄새(?)가 사뭇 반갑기까지 하다. 강원도 산골에 살고 있는 저자가 제3국을 비롯해서 내전중인 여러 나라들에까지 사랑 가득한 필통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경외심마저 든다. 그가 말했듯이 '한쪽의 풍요로움과 한쪽의 빈곤을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이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지 않나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계가 흔들리는 지금, '세계시민'으로서 '저울의 어디가 기울어져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그런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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