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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김도희 지음 / 모놀로그 / 2023년 9월
평점 :
저녁을 짓는동안 부엌 싱크대에 달려있는 조그만 tv 화면을 늘 켜둔다. 뉴스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전국의 농촌 마을들 위주로 소식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는데 주로 보는 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저녁정보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어느 프로그램이다. 맛집소개를 비롯해서 자식들에게 엄마의 따뜻한 음식을 보내는 코너가 감동적이어서 보곤 하는데 그 외에도 나를 가장 사로잡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나나랜드'이다. 주로 시골에 귀농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주거환경을 꾸미고 사는 이 코너는 저녁식사 준비하기 바쁜 그 와중에도 나의 시선을 뺏고도 남는다. 그 코너 덕분에 이제 '나나랜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설레며 에너지가 샘솟을 정도이니 말이다. 마치 파블로브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뚝뚝 흘리는 것처럼......
이렇듯 이제는 나에겐 유의미한 단어가 되어버린 '나나랜드'가 제목에 떠억허니 들어있는 책을 봤으니 이 아니 반할 수가 있겠는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라는 제목만 보고도 나는 책에 마음이 훅 가버렸다. 과연 저자는 어떤 곳에 살길래 '나나랜드'를 두고 글을 썼을까 하는 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 스웨덴, 리투아니아, 미국 등 4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고 36개국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왜'라는 질문을 거듭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가며 나만의 '나나랜드'를 하나 둘 만들어가는 저자. 그녀의 이야기는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과는 또 다른 설렘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모범생으로 학창생활 시절을 보내고 인서울 대학교 진학 후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저자는 도망치듯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귀국하기 무섭게 또 다시 리투아니아로 가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며 대학 졸업반 때는 스웨덴으로 유학을 다녀온다. 가장 행복하고 모두가 평등한 나라 스웨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저자는 오랜 시간 다져온 자신만의 고정관념을 깨게 되며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나만의 균형과 자연스러움을 지켜나가면서 행복을 하나 둘 알아가게 된 저자는 나만의 '라곰'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매일의 행복이자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진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죽음이 없었다면 어쩜 그녀는 한국에서 대학 나오고 힘겹게 취업의 문을 통과한 후 결혼해서 평범하게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일이 슬픈 일이긴 하지만, 어쩜 아버지께서 그녀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가신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감히 해본다.
우리는 쉬이 경험하기 힘든 스웨덴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작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 문화들 속에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그들만의 철학이 행복지수 높은 스웨덴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읽는내내 배울 점들이 참 많았다.
행복이란 '눈치 없는 삶'이라는 저자의 말이 무척 와닿는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삶을 설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매일 연결되는 시간을 보내며 매일 용기 있는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겠다는 저자의 행보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