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 올해의 출판 트렌드 #1: 2006년 최고의 트렌드와 매혹적 단어들(진행중)

* 오늘 아침 조르지오 아감벤의 두 권의 책{호모 사케르: 주권군력과 벌거벗은 삶} (Stanford University Press, 1998)과 {예외상태}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5)과 함께 {한겨레 21}과 국내 모 인터넷 서점이 공동으로 기획한 '2006 올해의 책'이 도착했다. 원래 {한겨레 21}와 국내 모 인터넷 서점이 공동으로 기획하여 {한겨레 21}에 별책으로 실려 나온 것인데 인터넷에 따로 올려진 것이 없어 그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옮겨 본다. 이를 통해 2006년도의 출판 트렌드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다.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다가 여러가지 재미있는 주제들이 담겨져 있어 꽤 유익한 소책자가 되었다.(* 이쯤되면 동문선 같은 출판사는 책 값을 한 만 원 정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감지덕지다. 내년에도 이렇게 독자에게 서비스를 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 하다. 인터넷 시대가 돼도 '책'의 겉표지에서 풍겨나오는 삶의 내음을 맡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책자라고 하지만 분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모두 세 번에 걸쳐서 내용을 옮겨 본다. 삶에 대한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요즘 나를 구원해 줄수 있는 것은 진정 '책'만 있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유쾌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된 연유인가?  

1. 2006년의 책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성 독자의 힘' : 그녀들이 달라지고 있다.

* 아무래도 이번 기획에 참여한 모 출판사의 도서 선정 위원이 여성이 많아서인지 2006년의 책 트렌드는 한마디로 '여성 독자들의 힘'으로 요약되었다. 여성 선정 위원은 2006년에 특히 '자기 관리' 분야가 하나의 독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는데 여기에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보고 있다. 여성관련 책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타겟으로 삶고 출간된 책들인데 미혼에서부터 엄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출간되었다는 것이 특징적이었다고 한다. 먼저 아래와 같은 책들은 20대 여성들을 타겟으로 삶고 출판사에서 기획된 책들이다. 주로 전문직 여성들과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시도한 책들인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는다.(*물론 나는 이런 책들을 전혀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자기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저서들은 모두 '자본주의'에 적합한 표준형 인간형을 제시하고 그에 맞게 모든 인간들이 맞춰져야 한다라는 어떤 윤리적 명제들을 암묵적/무의식적으로 제시하는데 이 책들도 별반 다를 건 없는 것 같다)

* 다음으로는 엄마를 마케팅 목표로 삼고 출간된 책들은 {아이의 천재성을 키우는 엄마의 힘}(랜덤하우스 코리아), {내 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하는 엄마의 힘}(큰솔), {내 아이 운명을 바꾸는 엄마의 힘}(빛과 향기)등이 그것이다. 선정위원도 그렇고 내 생각도 그렇지만 이 책들은 모두 '엄마의 힘'(*여기서 엄마의 힘이란 아이들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존재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힘'이며 그것을 키우기 위해서 요구되는 그런 힘이다. 여자들은 미혼이었을 때에도 자기 자신을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포장을 해야 하고 어머니가 되어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을 사회로부터 부여받고 그것을 또 '내면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책들이 계속 출간되는 것은 그러하다는 반영 아닐까? )

 

 

 

 

* 마지막으로 제시된 책은 바로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소설이다. 이 책은 전형적으로 '여성을 위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성 독자들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고 한다. 선정위원들은 이 소설을 양귀자의 98년 소설 {모순}과 대비시킨다. 이 둘의 '사이'(-)에는 여성들이 참 많이도 변했고 그들이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도 너무도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책으로 그들은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이다. 여기서 그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나의 '정치범'으로 묘사되는 반면, 2000년에 출간된 {결혼은 미친짓이다}(민음사)의 주인공 연희는 '사기범'으로 묘사된다.





 



2. 2006년을 매혹시킨 단어들

* 선정위원들이 선택한 단어들은 모두 14개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과학분야: 과학분야에서는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지배하는 '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해로 대표적인 저서들로서는 {꿈꾸는 뇌의 비밀}(지식의 숲),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마고), {화성의 인류학자}(바다출판사),{마인드 해킹}(황금부엉이){마음의 진화}(사이언스북스), {뇌의 문화지도}(작가정신) 등이다. 

 

 

 

2) 논술: 논술시장이 점점 더 커지면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2006년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에 관련된 서적들의 출간이 봇물처럼 이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청소년 논술서적과 성인용 글쓰기 서적들이 동시에 팔리고 있는 것이 현재시점에서의 판도라고 할 수 있는데 선정위원도 동일한 평가를 내렸다. 선정위원들이 제시한 서적들로는 (글 고치기 전략}(다산초당), (글쓰기의 공중부양}(동방미디어), (전략}(들녁)등이 많은 인기를 끌었고, 아울러 대중적 교양수준의 고양시킨 {철학 콘서트}와 같은 책들도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아울러 강준만의 논술 및 글쓰기 관련 책도 추천한다.)

 

 

 

 

3) 대안: 교과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올해 또한 하나의 트렌드로 제시될 수 있었던 것이 교육분야에서 대안 교과서가 유행한 것을 선정위원들은 꼽고 있다. 이러한 '대안 교과서'는 구체적인 학년과 교과과정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선정위원들은 다음과 같은 저서들이 특히 눈에 크게 띄었다고 제시하고 있다.  

 

 

 

 

 

 

 

4) 路: 길 위의 인생: 요즘에 주목하고 있는 특이점이지만 여행관련 저서들이 많이 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로 제시될 수 있는 듯 하다. 선정위원들은 '책 한권에 담에 담은 유럽'이라는 저서의 진화를 예로 들었고 그밖에 여행뿐만 아니라 이민과 관련된 저서들도 많이 늘었음을 강조한다.(*개인적으로는 쿠바에 관련된 여행 서적들이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5) 마음: 남 생각 말고 나부터 보듬어줘. 선정위원들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기 개발을 하고 그에 필요한 저서들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심리에 침전하는 우회로를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심리학 서적들의 난립이 그것이다. 특히 개인적 수준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과 그것을 하나의 '관점'에서 사고하려는 저서들이 많이 나왔던 것이다. 선정위원들은 이 "행복론의 핵심에 다양한 욕망을 버리고 가장 근본적인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와 복잡하고 제어 불가능한 사회의 속도감에 대한 반작용으로서의 개인의 심리를 다스리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저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여기에 개인적으로 {긍정의 힘}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6) 벌레: 언젠가 로쟈님이 벌레와 관련된 신간이 출간되었을 때(*정확한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멋진 페이퍼를 올려줬는데 '벌레'가 2006년도의 출판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선정위원들은 "전세계에 사는 많은 생물 중에 가장 큰 무리라는 곤충을 다룬 책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나왔다"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곤충 관련 저서들은 사회 생물학이나 혹은 초, 중, 고등학생 조카들이 있는 유저들에게 괜찮지 않을까? 선정 도서에는 빠졌지만 '토마스 아이스너'의 {전략의 귀재들, 곤충}들도 포함되면 좋을 것 같았다.

 

 

 

7) 신경제학: 마치 마뉴엘 카스텔의 {네트워크 사회}에 제시되었던 '신경제'의 시대를 패러디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선정위원들은 올해 특히 IT관련 분야에서 혁명적 전환을 만들어낸 '구글', '아마존'과 관련된 저서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평가한다. 선정위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하고도 별로 상관 없는 저서들이라고 보는데,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놓고 언젠가 볼 일이 있을까?(*참고로 알라딘에도 '웹 2.0' 관련 저서들은 정말 많다)

 

 

 

8) 안전: 이 키워드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를 떠올렸다. 이거 거의 직업병 수준이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선정위원들은 세계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겪게 되는 경제 불안정의 시대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저서들이 크게 유행했음을 지적한다. 이른바 제태크의 시대를 창출하고 그것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어낸 저서들이 그것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파라니아 이야기}, {블루 오션 전략}등과 같은 류가 되겠다.

 

 

 

 

9) 지영: 내가 볼 때도 2006년에는 두 명의 '지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른바 '스타'(*한 명은 문학계의 스타이고 다른 한 명은 방송계 혹은 연예계의 스타이다)들이 신문지상을 완전 장식한 해이다. '공지영'은 내가 보기에도 작년과 올해에 문학계에 하나의 중요한 화두로 확실히 떠올랐다. 그녀는 작년의 '우행시'로 축약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올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등의 메가 히트급 저서들을 출간했다. 특히 {우행시}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 나는 이것이 대한민국 지성의 좌표를 가늠할수 있다고 본다(*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화는 봤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인데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만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그렇기때문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모른다. 심오한 철학적 깊이가 있는 저서라면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한편 정지영이라는 한 인물은 우리나라 출판 업계와 번역의 공론장에 큰 치명타를 날렸다(*나는 이따위 허접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번역'이라는 공론장을 더럽힌 것에 대해 경멸의 쓴웃음을 짓는다). '마시멜로' 사건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 사건을 놓고 봤을 때 정지영이라는 여자는 이른바 '명예'와 '인기'라는 마시멜로에 중독된 듯 하다. 번역을 자기가 안 했으니 마시멜로의 달콤한 중독이 가져올 파국적 상황을 예측했을리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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