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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극과 극 - 카피라이터 최현주의 상상충전 사진 읽기
최현주 지음 / 학고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가 자극을 주었던 '사진의 극과극'. 왠지 극과극이라고 하면 대조적인 사진을 놓고서 전혀 상반된 분석으로 뭔가 말초적인 자극을 줄 것만 같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색에 잠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사진예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즐기기 위해 새로운 관점에서 사진 읽기를 제안하기 위해서 썼다는 작가. 그녀는 국문학을 전공해서인지 시나 문구를 적절히 인용했고 문장의 흐름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읽다보면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 또한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흐름과 멈춤'이라는 주제가 참 마음에 든다. 어른이 되고나면 뭐든지 시간에 쫓겨서 취미생활을 못하고 우주는커녕 머리위에 뜬 달조차도 쳐다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말에 적극 공감하게 된다. 그 시간을 멈추게 하고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간다. 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것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두 살의 하루가 스물두 살의 하루와 같을까? 사랑에 빠졌을 때의 1시간이 권태기의 1시간과 같은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분배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시계라는 사물이 참으로 괘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접하게 된 사진 한 장. 작품을 만든 방법이 참 독특했다. 두 사람이 사람인(人)자 모양이 되도록 어깨를 기댄 다음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친 수를 분으로 바꾸어 그 시간만큼 자세를 유지한 뒤 장시간 노출된 사진을 올리는 방법이다. 첨엔 그냥 흐릿하게만 보이던 사진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또 그 시간동안에 두 모델들이 느낀 기분이나 분위기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점점 빠져들게 만들었다.

 

 



 

참 독특한 사진가들과 사진을 만나보았다고 해야겠다. 전쟁의 비극을 전쟁상을 담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의 삶과 가정,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어떤 사진은 자연스럽게 보기보다는 너무 리얼해서 인공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 사진이 바로 이원철님의 작품이었다. 경주의 고분군을 밤 촬영한 것인데 신비롭기까지 했다. 하나의 단순한 사진이지만 담긴 의미는 참 다양했다. 고분이 죽음의 상징이면서 부활과 영생을 의미하여 대립되는 것 같으면서도 순환되는 느낌을 주며 그것은 치유의 풍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사진을 좀 더 분석하고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재미있는 작품이면서도 좋은 느낌을 가져다주는 사진은 정연두 사진가의 꿈 이루어주기 프로젝트였다. 사진을 통해서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면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처음엔 사진을 보면서 사연이 뭘까 상상하게 되었지만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놓은 것이 그 작품인 것이다. 지금은 비록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남극과 같은 극지방을 여행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른쪽 사진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순한 사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따스한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이었다.

 

사진에 대한 철학적 분석과 관련된 시사, 국제적인 이야기는 참 인상 깊다. 사진을 통해 그것을 분석하는 일 뿐만 아니라 작가와 사진가의 삶을 들여다보니 점점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되기까지 했다. 아쉬운 점은 사진가의 작품에 대해 설명할 때 책에 없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 제법 길다보니 과연 그 작품은 무엇일까 상상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일반 독자가 관련된 작품을 직접 찾아보면서 읽기엔 무리인 듯싶다. 한 장의 사진을 단순히 바라보기 보다는 그 과정과 배경에 관심을 가질수록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상당히 구체적인 작품이면서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려운 것 또한 사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어려운 예술의 한 분야를 이 책을 통해 쉽게 접한 것 같아 고맙게 여겨진다. 책을 덮고 나니 나도 오늘은 작가가 되어서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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