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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평점 :
화이트 스카이
인간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과 섣부른 시도에 대한 서늘한 경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
야생으로 들어가다
하늘 위로 올라가다
우리가 매일 보는 하늘은 보통 파란 하늘이다. '블루 스카이'가 아닌 '화이트 스카이', 왜 화이트 스카이일까? 인류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인류는 더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환경 보호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후세에게 지구를 물려주기 위함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지금 그것이 아니라 내가 지구에 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뭐라도 해야 한다며 주장한다. 하늘이 하얗게 될지언정 살아남아야 한다.
최근 115년 만의 폭우로 강남이 물에 잠겼고, 유럽은 폭염으로 46도를 기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2022년에 발생한 이 초유의 사건은 인류가 자초한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럴 때일 수록 조급해지기 마련이고 해결책이 필요하다. 인간은 몸소 느껴야 깨닫는다. 이번 폭우로 인해 환경에 대한 기사들도 많이 등장하였지만, 그로 인해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폭우와 폭염 속에서도 긴급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작『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신작이다. 엘리자베스 콜버트로는 <뉴요커(The New Yorker)>의 전속기자이며 『지구재앙보고서: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현재·미래』을 썼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기술은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의 결과가 무엇인지까지 모두 담고 있다.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인간의 노력이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음을 직시하게 한다.
- 빌 게이츠
영국의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풀 킹스노스는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낫다. 또 때로는 그 반대다."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하지만 또 그 결과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에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해마다 가뭄은 더 심해지고, 폭풍은 거세어지며, 폭염은 더 지독해지고 있다. 산불 시즌은 점점 더 길어진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해수면 상승도 빼놓을 수 없는데, <네이처>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극의 빙상은 1990년대보다 세 배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절대적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되는지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국제적으로 기후 변화 회의에서 수치를 합의하곤 한다. 2015년 파리 협정에서 서명국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기온 상승을 1.5℃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과연 가능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2℃ 미만을 유지하려면 향후 수십 년 안에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을 거의 0에 가깝게 감소 시켜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탄소 배출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배출량 감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배출량을 반으로 줄인다고 한다면, 전 세계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재편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덜 빠르게 상승할 뿐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0에 도달하려면 모든 나라가 배출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책임이 없는 나라에게 이를 요구하기에는 너무 불공평하다.
-CO₂ 제거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과제일지도 모른다. IPCC의 계산은 이미 그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 아무도 구매하려고 하지 않는 상품을 위해 1000억 달러짜리 공장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와 관련하여 슈래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지질학자로서 시간을 바라봅니다. 기후 시스템의 시간 척도 단위는 수 세기에서 수십만 년에 이릅니다. 만일 우리가 내일 CO₂ 배출을 중단(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한다고 해도, 최소한 수 세기 동안은 온난화가 지속될 것입니다. 바다가 평형을 맞출 때까지요. 그것이 물리학의 기본 원리입니다. 기온이 얼마나 더 올라갈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한 온난화의 70%는 너끈히 더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이미 2℃라는 임계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운이 좋아도 4℃에서나 멈출 것입니다. 낙관적인 전망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관적인 예상도 아닙니다. 이것은 객관적인 현실입니다."
독자들은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것부터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은 누구나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이 행동해야 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시각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볼 수 있고, 여러 전문가들의 인용문들도 만나볼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지구와 나를 위해 한 번쯤 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