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가 옷을 입어요 사계절 그림책
피터 브라운 지음,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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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그림체에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웃음이 절로 지어지게 하는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먼저 강렬한 핑크색의 사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Fred란 이름은 보통 남자 이름에 쓰인다. 작가는 남자 아이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대표색으로 느껴지는 핑크색을 주로 사용하였고, 심지어 엄마의 옷을 입히고 화장하는 내용을 삽입하였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 아닐까? 주인공이 여자아이였다면 핑크색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남자 아이기에 이 책에 더 호기심이 들기도 하고 남자아이도 부모가 하는 것을 따라하고 똑같이 꾸미고 싶어 한다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는 책이다.


  다음으론 혼내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이다. 아이가 부모 옷을 입어보고 부모의 화장품을 만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집안을 어지럽히게 된다. 부모 몰래 사고아닌 사고를 치고 있던 프레드는 부모를 마주하게 되는데, 부모는 이런 프레드를 나무라지 않고 인정한다. 왜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었냐, 화장품을 다 망가뜨렸냐 혼내지 않고 오히려 함께 패션쇼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선 부모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을까.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


  부모도 어렸을적엔 어린이 시절을 분명 겪었을터인데 부모가 되면 그 시절을 다 잊어버리나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구석에서 사고를 치고 있는 아이를 보면 화가 끓어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의 모습을 인정해달라 요청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보며 웃음짓게 만든다. 이 웃음이 아이를 인정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오늘도 나 몰래 내 신발을 신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더 사랑을 주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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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가루 웅진 우리그림책 87
이명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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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예로부터 달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 가족 사랑의 의미를 담고 많은 이야기와 노래의 소재가 되어 왔다.

반짝거리는 표지가 눈을 사로잡는 이 책도 마찬가지다. 



달에서 절구찧는 토끼의 이야기는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면서 

이제 달토끼는 현대식 집에서 잠자고 일어나고 우리처럼 티비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매일 똑같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도, 일하다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는 모습도 왠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책의 달토끼는 왠지 모르게 정이가고 고맙고 친근한 이웃과 같다.  



이스라엘 무인 달 탐사선이 싣고 갔던 곰벌레가 달에 살아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기반한 내용도 기발하다.  

책을 본 후 곰벌레를 검색해보았는데 책과 똑같은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책을 읽은 후 "그런데.. 곰벌레는 진짜 살아있을지도 몰라.." 하면서 검색 사진을 보여주면 눈이 동그래진 아이의 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달에 우리를 위해 달가루를 만들고 눈을 내리는 달토끼가 살고 있을 거란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달토끼와 곰벌레의 노력 덕분에 우린 예쁜 눈 풍경을 볼 수 있는데 .. 

달토끼도 눈을 좋아한다는 글귀를 보며 아이가 한마디 한다.

"그런데.. 달에선 눈이 어떻게 내리지? 곰벌레가 뿌리나?" 

"그럼, 달토끼도 일하기 싫을땐 달가루 뿌리며 놀겠지~" 

하며 오늘밤 뜨는 달님 속 달토끼와 곰벌레를 찾아보자며 책을 덮었다. 

오늘 달토끼와 곰벌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이와 한바탕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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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0
이유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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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사람들이 각종 동물들을 잡지 않고 함께 사는 모습을 보며 

한 외국인이 "조선사람들은 왜 동물을 잡지 않고 저렇게 놔 두는지 알 수가 없다." 라고 

쓴 일기를 본적이 있다. 

적어도 그 당시에 사람들은 동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기 보다 "공존"하는 것이다 라는 가치가 몸에 베어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서구 문명의 유입으로 그런 가치는 쇠퇴하고 

동물을 식재료로, 의류로, 의약품의 실험 대상 등으로 대하며 

공존해야 할 생명이라기보단 인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책은 이제 우리가 동물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하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채식을 설명하고 있다. 

흔히들 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이 어떻게 풀만 먹고 사냐? 다들 다 먹고 살아. 그냥 먹어."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어떻게 안먹냐? 사람이 필요한 영양소가 다 있는거야. 풀만 먹고 살면 오히려 영양 결핍이야." 

이와 같은 핀잔을 듣기 일쑤다. 



하지만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적어도 이런 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관한 문제이며 삶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채식은 단순히 "채소"만 먹는다는 것을 넘어서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나부터라도 해결하려고 한다는 

일종의 "사회 운동"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채식은 채소를 먹는 것을 넘어 모피 같은 동물 가죽 의류, 화장품 의약 등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일회용 쓰레기, 플라스틱 같은 환경문제도 함께 다루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채식의 흐름을 쫓아 갈수록 

채식은 나 혼자만이 아닌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위한 하나의 운동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람은 누구나 먹어야 산다. 

그리고 이젠 먹을게 없다기 보단 먹을게 많아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선택지가 더 많은 사회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생각으로 

내가 먹는 것에 대한 좀 더 깊은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채식'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눠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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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가 없는 세상 개똥이 그림책 2
권정생 지음, 김규정 그림 / 개똥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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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낮에 태극기를 불태워 준 인민군 아저씨는 착한 분이셨어요."

"그런거야 몽실아.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본 사람도 사람으로 만났을 땐 다 착하게 사귈 수 있어. 그러나 너에겐 좀 어려운 말이지만, 신분이나 지위나 이득을 생각해서 만나면 나쁘게 된단다. 국군이나 인민군이 서로 만나면 적이기 때문에 죽이려 하지만 사람으로 만나면 죽일 수 없단다." 


- 몽실언니 (122쪽 중) - 


이 책을 읽고 "몽실언니"를 다시 읽어 보았다. 

어린시절 전쟁을 겪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전쟁과 가난의 역사가 생생하게 드러나있다. 눈여겨 볼 점은 전쟁의 원인을 공산당의 침략으로 단순화시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민군의 인간적인 모습과 고뇌하는 모습 등도 다뤄 모두가 같은 인간이며 전쟁의 피해자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실제로 권정생 선생님은 유언으로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남기실 만큼 평화주의자, 반전주의자였다. 이 시 "애국자가 없는 세상"도 이런 배경에서 쓰신 것일테다. 애국자가 없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라는 시구절이 아주 먹먹하게 다가온다.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의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메시지가 강하고 철학적인 시의 내용을 어떻게 그림으로 옮겼을까 너무나도 궁금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물을 소재로 삼은 점도 탁월했고, 책장 가운데를 커다랗게 자리잡은 평화의 상징 '나비'의 움직임에 따라 가면을 벗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본심이 아니면서도 싸울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동물 가면을 쓴 사람으로 표현하고 그들이 자연물에 감화받아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작가가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을까. 


서로를 싫어하고 적대하는 혐오가 만연한 시대다. 이 책의 출간이 참 시의적절하다 생각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서로를 그렇게 적대하고, 전쟁마저 불사하고, 목숨까지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한건지. 우리는 무엇을 향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 나눠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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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 2021 월간 책씨앗 선정, 2016 코브자르 문학상 수상, 2015 제프리 빌슨 어워드 수상, 2015 CCBC 최고의 어린이 도서상 수상, 2021.07+08합본호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바람청소년문고 13
마샤 포르추크 스크리푸치 지음, 백현주 옮김 / 천개의바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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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히틀러' 와 같은 말을 들으면 누구나 나치의 잔인함과 유대인의 참혹한 실상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나치 vs 유대인의 대결구도로만 이 시기의 역사를 배워왔지만

이 서술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들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나치와 소련에 의해 교차 점령 당하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양쪽 어느곳도 편들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소년처럼 '인류애, 평화, 반전' 등을 중심 가치로 두며  

남몰래 남을 돕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평범했던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연대하기도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남기도 하였다. 

자신이 이런 삶을 살게 될 줄 그들은 알았을까. 

이 책은 그 평범한, 혹은 평범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내내 권정생의 <애국자가 없는 세상> 시가 떠올랐다. 

전쟁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 

왜 어떤 생명들은 전쟁으로 사라져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의문들이다. 


잔인했던 현실에 기반한 긴박한 스토리에 여러번 책을 놓았다 다시 읽다를 반복했다. 

굉장히 인상적인 소설이다. 

이 책의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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