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가 없는 세상 개똥이 그림책 2
권정생 지음, 김규정 그림 / 개똥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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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낮에 태극기를 불태워 준 인민군 아저씨는 착한 분이셨어요."

"그런거야 몽실아.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본 사람도 사람으로 만났을 땐 다 착하게 사귈 수 있어. 그러나 너에겐 좀 어려운 말이지만, 신분이나 지위나 이득을 생각해서 만나면 나쁘게 된단다. 국군이나 인민군이 서로 만나면 적이기 때문에 죽이려 하지만 사람으로 만나면 죽일 수 없단다." 


- 몽실언니 (122쪽 중) - 


이 책을 읽고 "몽실언니"를 다시 읽어 보았다. 

어린시절 전쟁을 겪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전쟁과 가난의 역사가 생생하게 드러나있다. 눈여겨 볼 점은 전쟁의 원인을 공산당의 침략으로 단순화시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민군의 인간적인 모습과 고뇌하는 모습 등도 다뤄 모두가 같은 인간이며 전쟁의 피해자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실제로 권정생 선생님은 유언으로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남기실 만큼 평화주의자, 반전주의자였다. 이 시 "애국자가 없는 세상"도 이런 배경에서 쓰신 것일테다. 애국자가 없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라는 시구절이 아주 먹먹하게 다가온다.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의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메시지가 강하고 철학적인 시의 내용을 어떻게 그림으로 옮겼을까 너무나도 궁금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물을 소재로 삼은 점도 탁월했고, 책장 가운데를 커다랗게 자리잡은 평화의 상징 '나비'의 움직임에 따라 가면을 벗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본심이 아니면서도 싸울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동물 가면을 쓴 사람으로 표현하고 그들이 자연물에 감화받아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작가가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을까. 


서로를 싫어하고 적대하는 혐오가 만연한 시대다. 이 책의 출간이 참 시의적절하다 생각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서로를 그렇게 적대하고, 전쟁마저 불사하고, 목숨까지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한건지. 우리는 무엇을 향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 나눠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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