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문학을 위해 노래합니다. 생명을 위해 노래하고 사랑과 존엄을 위해 노래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어느 날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이나 대대로 전승되는 명작을 쓰고 말겠다는 사치스러운 희망을 갖지 않습니다. 문학으로 인해 위대해지거나 이름을 빛내야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문학이 제 속마음과 영혼을 보다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서문 중
...할 수만 있다면 내 품에 안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몸 위에 난 더러운 손자국들을 지워주고 싶었다. 그녀는 나와 나이가 같았다. 아니다. 나는 그녀와 나이가 같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그녀의 나이는 살아온 햇수, 달수, 날수가 아니라 얻어맞는 동안 본 별들의 개수, 그것일 테니까.p.120
전부 다 나 때문이야. 아영이 줄줄 흐르는 콧물을 손등으로 닦는다. 비밀로 했기 때문이다. 황순구의 말도 안 되는 폭력을 모두에게 비밀로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린 거다. 황순구가 여전히 건들건들 거리를 활보하며 다니는 동안, 아영은 쥐며느리처럼 거대한 책 기둥 밑에 숨어 지내며, 송곳니가 아영 대신 더러운 화장실로 끌려왔다.p.223
끝까지, 도망치겠다는 겁니까. 그래요, 닥터. 나는 도망칠 거예요.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살아가야 한다니 그건 너무 끔찍한 형벌이잖아요. 나한테는 이 정도가 어울려요. 죄책감도 책임감도 자부심도 없는 이 정도가.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