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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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세상에는 가난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반세기 전만 해도 지독히 가난했던 사람들이 다수였던 나라였기에, 그 경험은 가난과의 결별에 대한 욕망이 엄청나게 강하다. 각자가 가난으로부터 탈출을 위해서, 그것과 거리를 두는 방법에 골몰하고 노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절대적 대부분은 부지런히 일하고 졸라매며 아껴 쓰고 열심히 저축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시장은 진즉에 자본시장에 압도되어버리고, 자본 성장률이 경제 성장률을 이미 추월한 상황이다. 고전적인 방법은 이미 절망에 가깝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그래도 한 고귀한 삶 포기할 수 없고, “진정한 부자로 살려무나, 그 방법을 찾아 너의 삶을 누리렴‘(21페이지)하는 아빠의 유언은 가슴에 밝힌다. 그 다짐은 시간의 공간에 흘러 다니다가 직업이 창이 되어 준다. 신문사 주말팀 기자는 기삿거리를 찾아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10년 동안의 인연을 쌓고 실천하며 여기에 왔다. 논픽션의 흐름에 인생 똥손(?) 탈출을 직접 경험한 노하우는 한 권의 책이 되어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어떻게 해야 부와 행운의 길로 들어갈 수 있을까?(15페이지) 지금까지 많은 인생 똥손(?)이 던졌고, 지금도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이 인생의 염원에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명확한 대답으로 나가는 길목에서 속 시원한 풀이 과정이 보여 지고 있다. 그 과정은 심리학자와 역술가 사이 그 어디에서 자리 잡고 있다. 주역에서부터 경영학, 물리학까지 동서고금의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그루들의 지혜를 터득하고, 자신만의 명상의 힘을 통해서 만들어낸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결과물이다. 동서양의 지혜를 풀어가고 서사가 곁들여진 자기계발서에는 주로 등장하는 인물은 두 명이 있다. 그 두 사람 사이에 소크라테스식의 대화법으로 핵심을 풀어나간다. 그 핵심에는 우리의 통념을 깨뜨리는 패러다임 시프터(paradigm shifter, 324페이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아주 독특한 것들이다. 인생의 바다에서 운명도 아니고 분석도 아니고 운명적 선택으로 통합하는 여정에서 우리 인간이 자신의 인생길에서 할 수 있는 길에 을 찍으면서, 그 점들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맞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2-5번의 오지만 잘 포착하지 못한다는 퀸텀 점프(한 번에 더 높은 곳으로 급상승할 수 있는 기회)을 할 수 있는 인생의 문을 스스로 통과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3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의 재산을 가질 수 있는 운이 있어요.(60페이지) 심쿵하다! 모든 사람은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은 모든 이의 가슴을 설레는 희망을 던진다. 진짜? 혹시 프로파간다? 상위 0.01%? 그런데 현실을 알기에 곧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 말의 출처와 연역적 논리를 알고 싶어진다. 이 말에 진정성에 의심을 품고 계속 읽어나간다. 노력의 효율성 부족에서 턱 걸린다. 운명론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명제였던 것이다. 단지 가능성만을 던지는 것이었다. 오히려 선택론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명의 카테고리 안에서 현재를 개척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아주 독특한 패러다임은 노력의 끈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노력의 효율성 가운데에 아주 생소한 개념, Having이 있다.

 

The Having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지금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감정의 의미를 포섭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과 결핍과 상반되는 있음과 불안과 걱정과는 거리가 있는 편안함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주역의 음양오행이라는 이치는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인생이 한 개인의 차원에서 머무는 것을 넘어서 상생(相生)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서양의 언어에 동양철학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두 개의 가치관이 단순히 양적 결합이 아닌 질적 통합을 해서, 완전히 새로운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렇게 탄생된 매개체는 한 개인의 삶은 네 바퀴로 점철되어 굴러가는 과정에서, 지혜로운 운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인생개혁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

 

지금 - 있음 - 감정 그리고 상생

 

동서고금의 간절한 지혜를 모아서 탄생한 Having지금에서 시작된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인내를 권장하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 대부분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대 간에는 저자의 부모님 같은 세대와 그 이전의 세대는 그랬다. 자신이 못하면, 대신에 자식이라도 그 꿈을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정도였다. 치사랑보다는 내리 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개인의 시간차에서는 절약은 미덕이고, 미래의 더 큰 것을 위해서 현재는 인내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대표적으로 마시멜로 이야기가 그 한 가운데에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에 중점을 두는 것은 마시멜로 이야기가 주는 교훈에 직격탄을 날린다. 현재만 추구하다 보면, 미래가 지금이 되어도 다시 미래를 보게 되고 결국에는 현재의 행복은 영원히 미래 속에만 있을지 모른다. 오늘 주어진 한 개를 감사하고 기쁘게 즐긴다면 내일은 그 개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죠(71페이지).

 

Having있음이다. 물건을 쓰는 순간의 핵심 포인트다. 쓰면서 기회비용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얻게 된 사용 가치가 생긴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있음과 없음이라는 소유에 대한 인식은 흔히 스톡(stock. 저량)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플로우(flow. 유량) 개념으로 접근하다. 부정적인 관점에 의도와 이성의 작용으로 긍정적인 관점이 인생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 없음이라는 생각은 매사를 부정적인 흐름으로 불러 오고 인생의 흐름에 이 들어올 수 있는 흐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에너지는 더 큰돈을 당긴다. 부자들이 행운을 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운은 움직임이고, 그 움직임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죠(262페이지). 있음의 관념은 나 자신에게서 멈추지 않고 나눔의 마음을 위한 날갯짓이 되기도 한다. 사주 관상을 보는 일에 능했던 할머니와 동양학의 가르침이 흐른다.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에요.-----(149페이지)

 

현실 변화의 에너지, 파랑새가 내 가슴 속에 있었다(153페이지). 마음과 감정은 영혼이 이끄는 편안함이 핵심이 된다. 여기에서 낭비와 구별되는 차이를 만들어 낸다. 자신의 감정을 이용해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은 양자 물리학을 끌어들인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에서 끝난다는 동양철학, 그 중에서도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도 사정거리 내에 있다는 생각이다. ‘감정이라는 것을 생각이라는 가치에 비추어서 정면으로 긍정적으로 대하고 있다. 부에 대해서 이전의 세상 사람들의 관념에 비추어서 색다르게 보게 하고 있다. 특히나 내심으로는 감정을 추구할지는 몰라도 입으로도 그러면 왠지 비이성적으로 천박하게 보이기에 웬만하면 자제하려는 삶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주고 있다. 이는 이성을 중시했던 기존의 동, 서양의 철학 인싸[insider]과는 괴리가 있어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본질을 알아가려는 최소한이며 최대한으로 자신과 소통하려는 접근법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간절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211페이지). 마음에 던져진 돌은 또 하나의 반전 절정을 보여 준다. 흔히 간절해야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간절함의 발로가 시시때때로 바라는 마음이 있고, 심지어는 교회나 절에 찾아가 새벽기도, 백일기도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The Having은 세뇌의 가면을 벗으라고 한다. 간절함은 있음이 아니라 결핍의 발현이기에, 편안함과는 거리가 있다. 불안과 걱정을 유발인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녀의 철학은 이렇게 인식의 변화를 바꾸어서 감정의 무기로 세상과 인생을 바꾸라고 한다. 애매하거나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불안과 두려움을 최소화는 마음의 신호등을 찾는다. 아무리 지금이라는 시점이 중요해도 지금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미래를 향해 잡시 보류하게 된다. 있음과 편암함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혼자만을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시간과 장소의 장애를 받지 않으며 실행되는 Having으로 퀸텀 점프의 기회를 만들어 낸다.

 

<Having 모션 ;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위로 세우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모은 뒤 손을 오른쪽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돈의 흐름이 이 손가락을 타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어진다고 느끼는 거예요. ------167페이지>

 

삶이란 내 안의 여러 가지 를 찾아 통합시켜가는 여정이죠. 홍 기자님은 결국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해요. 사람은 자신다워질 때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되죠.----(76페이지).

 

지금 - 있음 - 편안함 그리고 상생의 구조를 이루는 Having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에 집중해서 견제와 균형의 음양이론으로 시대의 흐름을 익히고 개인의 장단점을 최적화의 노력은 나다움을 통한 행복이라는 도착점에 이룬다. 노력은 단지 노력 그 자체만으로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행운이라는 것도 우리의 노력에 곱셈이 되는 것이지 덧셈이 되는 것은 아니(254페이지)’라는 인생법칙으로 효율성을 발휘된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이에 힘을 보태려는 우주의 에너지는 시련 극복에 주역의 지식이 들어왔다. 날마다 스스로 갈고 닦으면서 긍정의 점을 만들고 만들어 이어서 선을 만들어, 고정관념으로 미리 포기하여 마음을 흐리게 하고, 내 의지가 아닌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서 인생을 바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운명이 장난이 잔인하게만 보이고, 해도 안 될 것만 같은 인생 여정에 운명도 무의식에 입력된 정보와 신념 체계대로 펼쳐지는 삶(190페이지)에 무력하기만 해진다. 운이 좋고 고지식하며 끈기가 있어야 한다(263페이지)는 대기업 창업주의 말은 오차를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정점에 상생이 있다. 베풂은 우주 에너지가 다시 더 큰 행운으로 반작용이 된다.

 

우리가 인식하는 대로 물질이 빚어지고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눈앞의 세상이 바뀌게 된다(155페이지) 운명에는 선택이라는 노력의 힘이 효율적으로는 보여주는 인생은 낙장불입(落張不入), 원상회복이 없다. 인생이라는 공간에 육체는 과거는 밟고 미래로만 가기 때문이다. 그런 운명의 공간에서 Having이라는 선택은 삶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주구장창 죽만 쑤던 인생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진다. 동서양의 지혜를 오가면서 융합하여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인생철학은 현재가 불안하고 두려운 이들에게 패러다임 시프터(paradigm shifter)가 들려주는 하나의 특이점이 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인생의 힘점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아직 지식과 철학이 많이 부족한 백면서생들에게는 많은 지적이고 체계적인 흥미를 땡기게 한다. 특히 부로 오르는 사다리는 단지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부를 쌓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 것도 현실, 지금처럼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코로나19에서도 오히려 부가 늘어나는 계층을 보면, 방법이 있을 거라는 위안에 고민은 깊어졌다가 얕아진다. 하지만 불운의 소리를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시절에 Having은 누구에게나 고정 관념으로 지레 겁먹지 말라는 아주 간편한 도전의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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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문장
윤동주 지음, 임채성 엮음 / 홍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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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있어 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해년마다 수많은 시가 발표된다. 그럼에도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흔치 않다. 동주의 시들이 가장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의 시에는 항상 나 자신이 있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무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의 시 중에서 아는 것은 고등학교 때 배운 것으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의 생이 길지 않아서 시가 많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지만, 자신의 역량 부족과 그 몇 개만으로 전부라는 옹졸함을 벗어버리고 더 많은 그의 시상 속으로 들어간다. 꽃다운 청년의 피지 못했던 시의 세계에서 진짜 시인의 모습을 찾아서 시어 하나하나에 모든 감성과 논리를 총동원하여 담는다.

 

292개월의 매우 짧은 인생. 중학교 3년인 17, 193412월 크리스마스 이브에 초 한 대라는 시로 첫 시를 시작으로 19385월에 산울림으로 시가 끝나고, 4편의 산문으로, 모두 124편의 글을 창작시간 순으로 담고 있다. 그의 인생사도 담겨 있다. 그런데 시의 저자의 명성에 걸맞게(?) 감성을 일으킬 만한 배경이나 색깔을 전혀 깔지 않았다. 오로지 그저 밋밋하게 저자의 관점에서 동주의 시에 대한 촌평을 길지 않게 달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삶과 정신, 시에 깃들어 있는 삶과 정신을 풀어서,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게 적고 있다. 우리가 동주의 사생활이나 시를 읽고 또 읽게 한다. 만약에 그가 지금도 살아서 오늘 팬미팅을 한다면, 그에게 해봤을 만한 질문을 만들어서 답을 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를 느끼게 한다. 다만 하얀 여백이 많아서 담백하게만 느껴진다. 점 하나가 아쉬움을 남긴다.

 

동주의 시를 읽어가며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행간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끔은 자신이 좋아했던 정지용과 백석의 모더니즘의 색깔이 보이기는 하지만, 99%의 시가 동일한 주제로 동일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 다만 다양한 시어로 다른 표현방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어찌 보면, 이런 패러다임은 일제에 본심을 들통이라는 것과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양날의 검이 되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한 가지 방향에 집중하는 주제는 그의 밑천이 바닥났다고 생각되어, 금방 싫증을 나게 할만도 하다. 하지만 이런 통념과는 달리 읽는 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오히려 더 자주 읽어 외울 정도로 만들고 있다. 그는 육사처럼 생전에 독립투사도 아니고 유명한 시인도 아니고 번번한 시집을 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작을 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독립될 줄 몰라서 변절했다는 서정주처럼 꽃 처녀 가슴을 유혹하려는 화려한 미사어구로 번지르르게 꾸미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그의 사후 반세기가 넘어서도 이토록 우리의 가슴에 맺히고 있다. 이상처럼 철학적 현란함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지식인의 철학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보여 준다.

 

동주의 시에는 하늘, 바람, , 거울, 아침 등등(73페이지) 그리고 황혼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들을 종합, 개념화하면, 생각나는 두 단어가 있다. ‘그리움자아성찰이라는 어렵지 않은 어휘이다. 123편의 시를 보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별 헤는 밤이라는 단 한 편의 시를 읽어 보기만 하더라도 금방 알 수가 있다. 조국, 고향을 잃어버린 현실, 그에 대한 그리움은 시작된다. 민족의 아픔을 사랑으로, 분노를 꿈으로(88페이지). 그리고 독립운동하는 사촌 친우 송몽규, 이 모든 것들을 담아서 자신에 대한 성찰하는 자세로 마무리 한다. 그리움은 인간이면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자아성찰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진정성 있는 그것은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서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그리움은 현재를 밟은 과거에 대한 것이다. 자아성찰은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현재의 자기반성이고 미래에 대한 다짐이다. 이렇듯 그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자세에서 끊임없이 미래를 바라본다.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어들로 햄릿형 인간을 벗어나서 돈키호테형 인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음과 몸의 부림은 종교적 믿음에서 실천이라는 인간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시어들이 많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눈을 감고 살지 않는 한, 강도가 차지하여 주인 행세를 하는 나라에서는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보여 주어야 할 현실과 호흡하며 살아가야 하는 길, 가로수, 십자로에 방황과 맴돎이 있지 않을 수가 없는 시어들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기 때문이다(143페이지). 그의 시에는 세상일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는 방관자, 나그네의 관점이 전혀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은 객관화된 나의 가슴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숙기가 많아 얌전하고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 수업 간에도 항상 맨 뒷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경청하기만 하던, 요즘 말로 아싸[outsider]의 전형을 보여주던 청년이었다. 짝사랑하던 여성에게 고백은커녕, 단 둘이 데이트 한 번 못해본 우리의 사랑 젬병(-)이가 일제의 치안유지법까지 위반하며 보여 주는 글은 자아성찰이라는 개인적 수양을 통하여 초절정의 저항이 자리 잡고 있다. 희로애락을 추구하는 인간적 측면에서는 올곧음이라는 인간의 아주 보편적 정서에 따르고 있다. 민족이라는 공동체적 질서 속에서는 그 매력들이 더 강하게 다가오게 한다. 그것도 날고 긴다는 문학인들도 민족 반역의 길로 들어선 1940년대 국가총동원 체제하에서 보여 주고 있다. 펜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심리적 미학의 최고의 힘에서 권력과 시간을 뛰어 넘는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꼿꼿한 나뭇가지를 골라 띠를 째서 줄을 메워 훌륭한 활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武士)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산문 <달을 쏘다> 중에서 - 270페이지)

 

순이는 과연 누구일까?(145페이지) 그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 그의 시는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의 생애가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a.k.a] 일제라는 시절을 잘못 마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편에서 등장하는 인물이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추측해 보면, 인생에서 단어 그 대로 짝사랑하던 이, 또는 우리 민족, 또는 어린 시절의 여자 친구들, 아니면 진짜 짝사랑하던 여성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시 자체에서는 알기 어렵다. 그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자아성찰을 추구하는 이가 세상 아무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속 비밀의 방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의미심장으로만 가득차서 발소리 하나, 숨소리 하나 내기 쉽지 않은 시적 공간에 심쿵한 낭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명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아름답기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192, 295페이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문에 있는 정지용의 남긴 글이다. 우리 모두는 알거나 모르거나 하면서 역사를 대면하며 살아간다. 거기에는 자기만의 스탠스가 있다. 동주는 자아성찰을 노래하면서, 몸소 자아성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유학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창씨개명에도 괴로워했다. 당대의 기라성 같은 부일문사(附日文士)선배들처럼 자기합리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현실에서 시를 쉽게 쓰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의 숙기 많았던 새파란 청년이 보여준 용기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온 21세기 사람이 보기에도 숙연해지게 한다. 더구나 8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민족적 성찰을 하지 못했다. 당대의 배신에 합리화했던 이유들은 여전히 꼿꼿하게 살아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과거는 과거라는 식으로 묻으려고 한다. 동주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인가 보다.

 

 

 

 

 

어머니

                                                             - 1938528

 

어머니!

젖을 빨려 이 마음을 달래어 주시오.

이 밤이 자꾸 서러워지나이다.

 

이 아이는 턱에 수염자리 잡히도록

무엇을 먹고 자랐나이까?

오늘도 흰 주먹이

입에 그대로 물려 있나이다.

 

어머니

부서진 납인형도 슬혀진 지

벌써 오랩니다.

 

철비가 후누주군이 나리는 이 밤을

주먹이나 빨면서 새우리까?

어머니! 그 어진 손으로

이 울음을 달래어 주시오.

 

                                              -10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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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길은 있다 - 삶의 목적과 방향을 발견하는 법
오프라 윈프리 지음, 안현모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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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이라는 이성에 감성을 뒤집어썼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 속 길의 표지가 눈에 띕니다. 이 6월의 뙤약볕에 가장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시기상으로뿐만 아니라 기분 상으로도 그렇습니다. 첫인상이 단박에 무슨 내용이 있을 것인지 알게 합니다. 다재다능하며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어 보이는 TV 속 이미지의 역자(譯者)도 튀어 나와 말을 걸어 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OPRAH는 두 말하면 잔소립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 고급스러운 재질의 여백에는 더 많은 자연의 풍경들이 하나의 인생 여정을 품고 있습니다. 길지 않게 풀어 놓은 여정이 함의하며 뱉어 놓은 한 문장의 전달들은 함부로 넘기지 못하게 합니다. 길고 긴 수려한 문장들이 꾸며 놓은 화려함보다는 여백이 많은 담백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습니다. 계속 눈을 감고 걸으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첩 같은 공간으로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을 찾아서 온몸을 던집니다. 산만하면 들리지 않아요(59페이지).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얘기들 속으로 들어갑니다. 모든 것을 듣고 보기 위해서 눈을 감고 집중합니다.

각 챕터의 서두마다 오프라의 인생사가 나오고, 여러 명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울림으로 만들어진 작은 구조는 “씨앗 - 뿌리 - 속삭임 - 구름 - 지도 - 길 - 등반 - 나눔 - 보상 - 집”으로 이루어진 큰 구조를 만들어서, 내 안의 작은 씨앗에서 큰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관점에만 올인하면, 모든 것이 다른 국면이고 제각각의 고유한 특성으로 그때그때만의 다른 특성이 모래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멈추고 고요 속애서 귀를 기울여(123페이지), 마음의 이야기에 전체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아주 멋진 그림이 보입니다.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되어서 외부로, 타인과의 관계를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거대한 산을 향해서 여러 갈래의 모든 길들이 집중해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비록 삶의 목적지나 경로는 아니어도 손전등 하나를 쥐어 주는 이야기 속에는 온몸을 간질거리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주 어려운 철학들은 아니어도 일반인의 철학으로서 절망의 순간,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삶에 손전등을 되어 줄 삶의 지혜들이 뿜뿜 풍기고 있습니다.


씨앗은 진실의 씨앗입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 주는 씨앗은 삶의 에너지를 부여하며 소명의식이며 인생 여정의 시작이 됩니다. 일정한 절차를 자신의 모든 ‘의도’가 담긴 인생 여정에 이르는 ‘집’은 예쁜 집이 아니라 그 집 안의 행복입니다(103페이지). 그 집은 내 가슴 속에 있는 것입니다. 결국 시작과 끝은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젊음의 한창을 지나서 삶의 원숙함을 거쳐 노년에 이르는 길에 길흉화복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한 인간이 살아가는 여정의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서 출발하여 나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마치 인생 여정은 숲 속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합니다. 씨앗을 땅에 심고, 관리하고, 폭풍우와 뙤약볕을 지나서 수확하고, 인생 겨울이 와서 다시 땅으로 가는 것입니다. 비발디의 ‘사계’가 생각나게 합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매일 성장해서 우리를 창조한 이의 모습을 더 닮고, 더 드러내기 위해서랍니다.------(42페이지)


언제나 길은 있다! 길을 잃어 앞길이 간절한 사람에게 이보다 더 가슴 설레게 하는 말이 있을까요? 이 말은 우리 인생길에는 언제 어디서 예상을 빗나가며 막다른 곳이 나타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 막다름은 경험적으로, 귀납적으로 때로는 절망의 쓴맛도 주고, 때로는 극복의 꿀맛을 준다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막힘은 제약과 기회의 공간이 만들어 준 공간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 부족해서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운이라는 것은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그저 얻어걸리는 막연한 그 어떤 것이라는 것으로 치부하였기에 슬픔이 반복되고 있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해답은 이미 나의 골수에 있어요----(182페이지)

새벽 3시에 잠에서 깬 적이 있습니까? 길목에 두려움이 최대의 장애물이 되어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 본능이 걱정과 두려움에 밀리는 것은 희귀한 광경은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모두가 미래를 찾고, 긍정적 변화를 원합니다. 반면에 현재의 흐름에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의 변화만 찾다가는 내일이 오늘이 되어서도 내일을 찾을 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YOLO처럼 현재의 상황보다는 즐김에 지나치게 관심을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 중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양 끝단의 중간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추락의 순간, 좌절의 순간에 멀리 보지 말고, 내 자신을 보라고 합니다. 삶의 성패는 이미 나 자신에게 있어요. 직관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챙김을 통하여 나의 패턴을 알아내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보이고 삶의 목적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내 안의 믿음과 두려움은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를 이루어서, 삶의 역사에 성장과 변화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의지가 시험에 들 때, 모든 게 길을 잃은 것 샅을 때, 나는 조언합니다. 멈추고, 고요 속에서 귀를 기울이라고요, 그러면 가슴이 올바른 다음 단계를 알려줄 거라고요.--(123페이지)

우리는 불완전한 피조물이에요(183페이지). 우리는 삶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요(191페이지). 대부분에게는 삶은 두 개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고 있지 않은 삶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다양한 길을 모두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국의 시인 프로스트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선택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했습니다. 2019년에는 ‘꽃길만 걸읍시다’라는 유행어도 있었습니다.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 줍니다. 동시에 자기가 선택한 길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길일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선택한 길에 이성과 감성을 어떻게 조합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노력만 한다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옛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처럼 오로지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생각입니다. 이 기회비용을 최소화 하는 길에 삶을 너무 복잡하지 않게 보는 것이 지금에는 최선이라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굳이 허리에 실 메어 못 쓰는 바늘의 귀 구멍을 키우는 것보다는 나 자신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삶의 용기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4차 산업혁명이 절정을 향해 가는 시점에 뒤집어 쓴 90명의 인생 선배들이 보여 주는 길은 하염없이 작아지며 소심하게 되는 존재들에게 삶의 의미를 느끼며 내일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저 커브만 지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19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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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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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는 다시 태어나면 새나 구름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었다. 당신의 일생에 벌어졌던 기억을 글로 쓰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러웠던 세월의 굴레서 벗어나는 존재가 되고 싶어 했었다. 전생 그리고 동전의 양면인 환생, 이들을 통칭하는 윤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존재는 그저 엄마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엄마가 느끼는 인생에 대한 기억이 불러오는 고통을 십분의 일도 짐작하지 못하는 존재는 그저 상상만이라도 해서 감정이입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기껏해야 연민 정도일 게다. 말로 들어서 안다고 해도 공감하기 쉽지 않은 기억을 소재로 하여 자신만의 아주 독특한 상상력으로 버무린 이야기가 우리의 앞으로 다가 왔다. 그 흥분의 도가니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는 르네 톨레나노라는 프랑스 고등학교의 역사 선생님 기억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플롯(plot)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13페이지)

 

내가 누구이고, 왜 태어났다가 가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일 것이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패러독스한 인생을 마주하게 될 때에는 어디에서부터 잘 못되었는가의 인과관계를 찾고 싶어진다. 때로는 전생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정답을 바로 찾기는 어렵고 모든 것은 자신의 노력만이 남게 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인생의 존재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모른다에 한 표를 찍으며 영원한 숙제로 남긴다. 인생 자체가 모름과 미스테리의 연속이라는 말로 치부하고 마음 편한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나의 존재 이유를 찾아 가는 길목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여러 나라의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비판적으로 역사를 보려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상상력에는 인간 본질의 염원이 담겨 있다. 경험이 있고 므네모스라는 흔적을 남긴다. 무의식 뒤편의 기억과 현생의 기억이 굴러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을 만든다.

 

나는 우연히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다.------(2348페이지)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의 눈과 몸을 통해서 짜릿한 모험의 순간들을 보여 준다. 112번의 환생, 퇴행적 기억에서 시작하여 자기 최면으로 벌어진 그 속에서 1차 세계대전 프랑스 병사, 레옹틴 백자부인,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마녀로 몰린 인도 처녀, 사무라이, 그리고 환생들의 회합이 있다. 특히 만2천 년 전의 천문학자와 소통하며 각각에 처한 삶에 서로가 도움을 준다. 특히 이집트 신화의 태초의 신 게브를 자신의 1번은 애착이 가장 많이 가고 기억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모든 상상력이 자리를 차지한다. 한 개인의 존재이유를 찾아 가는 길에는 결국 인간의 존재 이유를 향하고 있다. 그 와중에 진실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꿈꾸게 만드는 그럴듯한 어떤 것을 보여주는 역사와 무지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241페이지) 종교는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길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잊힌 역사를 찾아가는 것은 이미 알려진 기득권에게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빠져나간 상자에 홀로 남겨진 '희망' 같은 것이다. 반복에 반복의 순환적 전생을 거치면서 경험은 불완전함을 극복하게 한다.

 

기억과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곳 중의 두 곳이 기득권의 기록된 역사 정신병원이다. 역사는 교육의 이름으로 선택적인 집단 기억을 무장시킨다. 부끄러운 자신들의 역사를 삭제하고 정적들의 흔적을 지워버린다. 이집트 이슬람 권력은 파피루스 항아리를 파괴시켜 만2천년을 영원히 기억 속에 묻어 버린다. 정신병원은 전기 충격으로 숲의 뉴런에 불을 질러서 정신을 망가뜨려서 개인의 모든 기억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잊혀진 역사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매우 불교적이라고 생각되는 개념과 최면이라는 수단이 있다. 매우 불교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여 수많은 가치 중에 그저 그런 가치라고 생각하여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전생, 그런 얘기를 하면 정신병자 취급될 수 있는 전생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윤회에 대한 믿음은 정신병과 의식의 확장 사이의 갭을 메꿔줄 수 있는 것은 기억의 증거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해 내기 위해서야-----(276페이지)

 

나라는 존재, 인간의 존재이유를 밝혀 나가려는 흥미에 나 자신도 해 볼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주고 있다. 이 쉽지 않은 철학적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기억이라는 수단에 엎혀진 상상력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그것도 심연의 기억을 통해서 나의 역사, 시간과 존재의 의미를 정면으로 대면하게 하는 일상의 철학을 넘어서는 철학인을 위한 철학, 그런 매우 철학적일 수 있는 내용을 본다. 아주 재미없고 따분하기만한 얘기를 시간과 서사 속에는 흥미진진하고 다음 챕터의 내용이 기다려진다. 존재의 본질에 대해서 싫증나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등장하는 가게의 이름이 그저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이름들이 아니다. 매우 의미심장하며 복선을 깔고 있다. 퇴행 최면을 처음 했던 판도라의 상자’, 두 남녀가 만났던 세상의 종말을 앞둔 최후의 바술집 이름, 르네가 이집트에 잡힌 거미 감옥, 모든 것이 인연에 인연을 타고 흐르기에 때로는 매우 억지스런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의지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선택이 아닌. 장기판의 알처럼 각본 같은 마무리를 향해서 달려갈지도 모른다는 순간에도 체념은 거부한다.

 

내 삶의 소명을 꼭 발견하고 나서 죽고 싶어요.----(245페이지)

 

그냥 이렇게 살다가 허무하게만 보낼 것만 같은 감정이 드는 시간에는 나의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어진다. 그것도 간절하게!! 그렇지 못한 삶이 많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존재의 이유를 밝히는 것에는 지난날의 경험, 과거의 역사를 찾아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상상력이 많고 특출한 능력이 있다면 전생을 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일 수 있지만 가히 엄두내기 쉽지 않은 공간이다. 현생의 것이든 전생의 것이든 모든 것은 기억에 남아 있다. 결국 그 기억들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기억의 지속(235페이지)’에 나오는 시계처럼 지금까지 수 백 번의 환생과 다난했던 지난 시절의 시간의 변화 속에서 축 늘어져서 내일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들이 머릿속에 남아서 현재 떠오르는 현상은 때로는 정확하고 때로는 선택적으로 부정확하게 가물가물하고 때로는 에멘탈치즈처럼 구멍난 기억에 자신이 억지로 채워 넣어 거짓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기억의 지속'(1931) >> 뉴욕 현대미술관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79018


우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게 가장 끔찍한 일이죠.----(397페이지)

 

누구나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미래의 누군가가 내가 누구였는지 어쩌다가 한 번 쯤, 시간의 주눅에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흔적은 구체적인 것이든 아니든 그 무언가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흔적은 사람들이 기억만이라도 존재하기를 원한다. 잊힌 존재, 아무런 흔적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인생이라면, 절망이 죽음 앞에 서는 인생이 된다. 망각의 존재가 되는 것이 더 두렵기에 어떠한 형태로든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기억의 증거가 확인되어야 흔적의 믿음이 생성되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만2천년의 아틀란티스인은 자신들의 흔적을 파피루스로 이집트 동굴에 남기고, 전생의 인연에 대한 인식표를 남긴다. 르네는 그 기억의 증거를 찾는다. 베르나르는 수많은 창조적 상상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유인하면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엄마는 뙤약볕 아래서 남의 논을 일구면서도 자식 교육이라는 흔적을 남기었고, 환생을 꿈은 이루어졌을까?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무슨 흔적을 남기고, 어떤 인생 대차대조표를 남길 것인가? 생각이 깊어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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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노믹스 - 미래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아마존 혁신 경영의 비밀
브라이언 두메인 지음, 안세민 옮김, 김용준 감수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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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을 통해서 구매를 해 본적은 없다. 다만 워낙 유명한 e-커머스라 이름은 들어서 익히 알고 있고, 그저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구글 다음 가는 기업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호기심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미국 기업 아마존에 우리의 전통 농기구인 호미가 판매되고 있다는 뉴스가 엄청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것도 저기 시골 어느 대장간의 호미였다고 한다. 요즘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인해 조선시대 모자 ‘갓’이 팔린다고 한다. 도대체 아마존이라는 기업은 어떤 기업이기에 원산지인 나라에서도 이제는 잘 안 쓰는 농기구나 모자를 멀리 태평양 건너서 거래하는지 매우 뜨악하게 했다. 이는 그 기업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땡기게 하였다. 기회가 되면 알아보고 싶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선두 기업이라는 사실도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상황은 아마존이 더욱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결국 아마존은 4차 산업혁명의 공간에서 찾아온 코로나10 이후의 새로운 경제 상황을 이끌어갈 대표로 살펴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2년 동안의 자료 조사와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100여 명을 대상으로 면담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1994년 시애틀에서 설립된 아마존이라는 거대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면서, 21세기 기업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27페이지)를 보여 준다. 그리하여 아마존과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아마존이 불러온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가지 다루면서 4차 산업이 불러오는 모든 문제에 뜸 들여 보게 한다. 더불어서 개별 소비 주체로서는 끊임없이 자기변화가 필요한 시대에 현실적인 변화의 방법에 대한 자기 나름의 통찰의 시간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 쇼핑객이 필요 제품 원하여 구매를 결정하고 주문하고, 주문한 상품이 집 앞가지 도착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창고에서 제품이 포장되고 배달되는 단계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아마존은 비용을 절감하고 배송의 속도를 높여 고객의 만족을 높여서 충성스러운 고객, 프리미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한다. 제품의 종류는 처음에는 책만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이제는 그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구글, 애플이나 윌마트 등의 미국 기업 뿐망 아니라 알리바마, 텐센트 같은 중국의 수많은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에는 자신들만의 꾸준한 노하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 이끌어 가는 변화는 우리 사회의 다방면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킨다. 가령 음성인식 기술은 전문가와 초보자를 구별하는 산업에 민주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고객 집착, 극단적 혁신, 장기적 경영. 이 세 가지를 베조노믹스의 축으로 한다. 설립 이후 이 세 가지는 오로지 고객을 모으기 위한 방책으로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사용되는 방책으로 여기에는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찾을 수 있고, 가격을 낮추고 배송 속도를 높였다. 물리적 매장과 사이버 공간을 결합하는 O2O(Online to Offline) 하이브리드 소매업체로의 변신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한층 더 충족시켰다.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의 어떤 다른 브랜드보다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마치 아마존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각도를 바꾸어서 보면, 실질은 소비자의 ‘선택’과 ‘편리의 욕구’가 아마존 변신의 원인이었다. 시애틀의 작은 소매기업을 뉴욕에 제2본사를 두려고 할 만큼 공룡으로 만들어서 시대 변화의 첨병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소비자였다. 아마존은 이윤 추구라는 경제논리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비자는 몸통이고 기업은 꼬리에 지나지 않았다. 소비자의 심리가 변하면 얼마든지 도태될 수 있는 존재이다.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서 기업의 성향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서는, 아마존의 문어발식 대기업의 확장으로 발생할 모든 문제도 결국은 소비자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 같다.

세계는 베조노믹스라고 불리는, 일을 하고 살아가기 위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389페이지)


아마존은 일개 전자상거래 소매업체를 넘어서, 이미 21세기 사업 모델이 되어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의 강자가 되었다. 인공지능 플라이휠과 알고리즘, 데이터 진단 기술을 통하여 엄청난 양의 데이터 축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3억 명이 넘는 고객과 1억 명이 넘는 프라임 구독자가라는 엄청난 자산을 모았다. 이 자산은 아마존이 고객들이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파생효과를 불러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고 클릭이 구매로 이러지는 확률이 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아마존 쇼핑객의 경우에는 20퍼센트가 구매하였다는 사실은 광고업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헬스케어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플랫폼의 소규모 제3자 판매자와 쇼핑객을 상대로 금융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렇게 열려진 문은 앞으로 어떤 부문으로 확장하여 우리 앞에 다가올지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한계를 보여주지 않으며 사회와 경제에 광범위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317페이지) 독점인가, 혁신인가?(373페이지) 우리는 시대 흐름상으로 최첩명에 있는 기업으로 정서상, 정치 이데올로기 측면으로 뜨거운 대기업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그저 그 기업이 배달해 주는 소비 선택의 편리를 순방향으로만 즐기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비판적으로 봐야 할까? 긍정적인 것과 우려스러운 양감감정이 공존한다. 인공지능 기반 기업의 확장은 일자리의 감소로 부의 불평등을 불러 오는 것은 명확하다. 문어발식의 확장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은 이미 우리 재벌들에게서 익숙한 풍경이라 그저 달갑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기업의 근무조건은 반노동자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어서 더욱 그렇다. 정치인과 언론은 나쁜 기업으로 지목하여 비난을 넘어 해체까지 주장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베조는 기부와 자선활동으로 비난을 비껴가려고 했다. 최근에는 임금을 인상하고 최저임금 인사에 로비까지 벌였다. 최첨단 기술로 소비자들의 모든 정보를 획득하여 모든 상품에 대하여 매 순간마다 구매의 유혹을 부추기는 풍경은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자기 절제 의지가 약한 소비자는 쇼핑 중독에 빠뜨리고, 아마존을 경멸하는 사람들조차도 아마존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35페이지)는 아이러니는 낳았다. 결국 시대의 흐름이 낳은 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은 거부하거나 비난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닌 것 같다. 부정적인 기업은 항상 있었기에 시대 적응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 더 점수를 주고 싶어지게 한다.

<<1997.5.에 1.73$로 상장되어 2020.6.에 2,483$ 꾸준히 상승한 아마존 주가>>


변화의 시대에 가장 핫한 기업 중의 하나인 아마존은 1997년에 나스닥에 상장된 후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후 닷컴 버블과 세계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라는 굵직한 위기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세계 경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금리는 제로라는 바닥을 향해 질주라고 있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4차 산업혁명의 호랑이를 타고 질주를 하고 있다. 그 속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업그레이드하여 막대한 양의 정보를 보유하여 세계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아준 신속하게 배달하는 데까지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며 미래의 그림을 오늘에 보여주고 있다. 주가가 그 기업의 성장세가 얼마나 화려하게 가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 많은 비난 속에서도 꾸준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아마존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마존도 언젠가는 망하게 될 것(13페이지)이라는 2018년 11월 제프 베조스의 직원 총회 연설은 우리가 이 시대를 경각심을 갖고 얼마나 변화의 공간에서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자기 자신을 새롭게 창조하려고 합니다(7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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