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별로 떠나는 아이슬란드 여행 -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불과 얼음의 나라 인문여행 시리즈 21
김무진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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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군데의 해외로 여행을 가자. 그럼 죽을 때까지 50군데는 다녀올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부인과 결혼 전에 한 약속이 작가의 목표가 되고 일상이 되었나보다. 책의 첫 시작 이 문장이 머리를 땅~ 때리듯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또 한번 내 머리를 때린다.

여행에서는 다른 나를 발견하도록 해보자. 절대 후회하지 않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일상에서 적극적인 사람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사람도 여행에서는 완전히 다른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문장이었다.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여행 계획을 미루고 있었던 내 자신에게 채찍이 되는 문장들이었다.

 

매년 떠나는 그 많은 여행지 속에서 특별히 아이슬란드는 작가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지였다고 한다. 브런치에 올리던 글로 작가는 많이 알려졌고, 그래서 이 손에 들어오는 작은 책이 우리에게 왔나보다. 이미 내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오로라, 맑은 공기 캔, 얼음 한가운데 온천, 빙하, 빙하를 뚫는 사우나' 등이었다. 내가 이 중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은 오로라인데, 9월에서 4월이 오로라를 잘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여름에도 물론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겠지만 백야때문에 어렵다는 설명을 읽으니 무릎이 탁 쳐진다.

 

골든 서클에서 시작되는 여행은 열흘동안의 여정으로 아이슬란드의 링로드를 따라 이뤄진다. 캠퍼밴을 타고 직접 구석구석을 누비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수도인 레이캬비크 주변에 많은 관광지가 몰려 있다고 하는데, 요즘 방영중인 [서진이네2]에서는 그저 레이캬비크에서 촬영되었다지만 식당 주변만 보여져서 몰랐던 것들이 이 책 속 사진에 살짝씩 보여서 좋았다.

 

빙하가 국토의 1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인터스텔라>, <왕좌의 게임> 시리즈,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등이 촬영되었다고 하니 그곳 자연의 웅장함이 가히 상상이 된다.

 

책의 처음에는 아이슬란드의 설명과 마지막 부분에서 여행 팁으로 비행기편, 숙소편, 교통편 등을 자세히 비교해 알려주고 식당을 고르려면 호텔 직원이나 상점 직원에게 물어보라, 큰 보온병을 챙기라는 등의 여행 기술을 알려주어 아이슬란드 여행 뿐만아닌 여행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링로드로 여행한 작가의 여행 일정의 장점과 여행하는 사람에 따른 문제점 등도 말해주고 있어 더할나위없이 좋은 여행 책이다. 작게 손 안에 들어오면서 활자도 커서 나처럼 노안이 시작된 여행자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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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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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입학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종로 단성사에서 친구와 영화를 보고는 밥을 먹으려 식당을 찾다가 한층 잘못 올라가서 사주 역학 협회 비슷한 사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실수로 찾아간 그 곳에서 본의 아니게 역학 풀이 사주를 보게 되었는데 그 경험이 나의 첫번째 무속 경험이었다. 그 전에는 엄마께서 친구분들과 사주를 보고 오셨다고 내용을 얘기해주신게 다였다. 불교인 집안이지만 별로 무속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고는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 우연찮게 신촌에서 사주카페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고, 재미삼아 한번 봐주겠다는 무속인의 청에 못 이겨 본 적이 있다. 그 내용도 기억이 안 나는것을 보면, 그리 특이한 내용이 없었던 듯 하다. 요즘은 타로카드, 사주카페 등으로 무속이 꼭 어른들만 찾는 곳은 아닌듯 하다. 젊은이들이 재미로 또는 상담소처럼 찾아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기도 하는 듯 해서 무속이 생활 속에 많이 젖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타로카드의 경우에는 교육학에서도 상담 도구로 많이 사용한다고 하니, 무속이 꼭 신기를 가지고 사람들의 앞날을 내다봐야만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소설의 소재는 무속과 변신을 통해 법의 테두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을 해결해주는 환타지 같은 시원함이 독특하다.

태권도 사범을 할 정도로 체력이 우수한 태경은 경찰이 되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필기 시험에서 미끄러진다. 여섯번이나 낙방한 그녀가 사는 동네는 산세가 좋은 경기도 변두리 포도농원이 많던 동네였지만 이제는 포도농원이 거의 사라진 그저 오래된 변두리 동네이다. 어느 날 그런 그녀의 왼손 검지에 황갈색 털이 자라고 손톱마저 갈고리 모양으로 변하면서 생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상한 변화가 나타난다. 미용사인 엄마의 소개로 찾아간 박수무당은 태경에게 무속인이 아닌 산신령이라며 호랑이의 영혼을 잠재우려면 100사람의 사연을 들어주고 맺힌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되려던 태경이 사주카페를 연 곳은 경찰서 건너편. 태경의 사주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사연도 많고, 탈도 많다. 100명의 사연을 다 들어주는 내용을 담는다면 거의 일일드라마 수준이 될 듯 하다.

작가는 사라지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가 보다. 태경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옆 집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이야기에서, 또 갑자기 사라진 아이 이야기에서, 동네 사나운 개에게 물린 아이 이야기에서, 장기 미제로 남은 실종 사건에서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경찰이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 못 하는 사건들을 경찰이 아닌 그녀와 그녀와 비슷한 악어의 경험을 가진 형사를 통해서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재미있게 엮여서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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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내 삶에 새기는 부처 - 《법구경》 따라 쓰기 명저필사 3
법구 엮음 / 일상이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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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의 원래 이름은 담마파다(Dhammapada)인데, ‘담마(Dhamma)’는 진리, 불멸(不滅)을 뜻하며, ‘파다(Pada)’는 언어, , 길을 뜻한다고 하니 담마파다진리의 언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진리의 말씀, 법구경'으로 알려진 법구경은 깨달음을 향하여 부지런히 나아가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담겨있는 시구집이다. 법구는 기원전 불교 법전을 편찬하는 일에 종사했고, 부처의 말씀들을 모아서 엮어 법구경을 출간했다고 한다. 26423편의 시구로 되어 있는 법구경은 초기경전(원시경전)의 묶음인 5니까야(五部阿含) 가운데 제5 소부경전(小部經典, Khuddakapatha)의 제2번째에 해당한다.

 

불교 신자인 내게 절기 중 동지가 중요한 절기 중 하나이다. 이유는 절에 가서 다음 해의 달력을 받아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신년맞이가 시작되는 절기인 것이다. 보통 절에서 제작된 달력에는 풍경 좋고 전국 각지에 있는 유명 절들의 풍경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작은 글씨로나마 법구경의 한구절이 매달 담겨있는 달력이 있기도 하다. 요즘은 하루 한 문장 넘길 수 있는 탁상 달력형 명언집들이 물론 많지만, 절에서 받아오는 달력은 그 느낌이 내게는 또다르게 다가오니 부처님의 영향이지 않을까? 법구경은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미 인도를 벗어나 전 세계인의 책이된지 오래되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잘 다스려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할때, 온통 밖으로만 치닫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으뜸은 진리의 말씀이 담긴 책 읽기가 아닐까 싶다. 법구경은 좋은 책이지만 쉽게 한글로 풀어 쓴 책으로 읽어도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단어 하나하나와 문장의 깊은 뜻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저필사 시리즈] 하루 한 장 내 삶에 새기는 부처'는 부처의 말씀들을 엮은 법구경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 41개를 필사하도록 구성해서 필사를 해도, 필사 없이 읽기만 해도 주옥같은 문장들과 핵심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 책 전체 구성으로는 기승전결이 있다고하나, 차례를 보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아가서 읽고 필사하는 것이 나는 더 좋았다.

 

1. 삶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

2. 원망하면 미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3. 깨어 있는 사람은 열반에 이른다

4. 마음을 다스려야 행복하다

5. 말한 대로 행동하라

6. 자식과 돈 때문에 아등바등 살지 말라

7. 자신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면 어리석지 않다

8. 후회 없이 행동해야 행복하다

9. 멀리 보는 사람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10. 모든 것을 포용해야 악순환에서 벗어난다

11. 좋은 것은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12.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정복할 수 없다

13.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14. 베풀어야 축복을 누린다

15. 절이나 교회, 점집은 피난처가 아니다

16. 마차를 멈추는 마부처럼 분노를 다스려라

17. 이 세상에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18. 윤회의 악순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19. 어리석음보다 단단한 그물은 없다

20. 남의 잘못은 보기 쉽지만 내 잘못은 보기 어렵다

21. 말을 잘한다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22. 머리카락이 희다고 어르신이 되는 건 아니다

23. 영혼의 순결에 이르기 위해

24.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25. 작은 것을 버려야 큰 것을 얻는다

26. 해야 할 일만 하면 행복하다

27. 한곳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

28. 인간은 홀로 태어나고 홀로 떠난다

29. 옳은 일은 고통을 불러오지 않는다

30.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생각하라

31. 어리석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가 낫다

32. 욕망을 이겨내면 고통은 사라진다

33. 잡초가 밭을 망치듯 미움은 우리를 망친다

34. 보잘것없는 물건을 받더라도 얕잡아보지 마라

35. 탐욕과 증오심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게 하라

36. 마부가 말을 길들이듯 그대 자신을 길들여라

37.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면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38. 깨달은 사람은 항상 빛난다

39. 자신의 말과 행동, 생각에 상처받지 마라

40. 소유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

41. 영혼의 새벽 강가에 앉아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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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내 삶에 새기는 니체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따라 쓰기 명저필사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일상이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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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철학자에대해 깊이 알지 못 하는 내가 아는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말과 함께하는 허무주의 사상가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사실은 시와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곡은 모두 가곡이나 피아노곡으로 2인 연탄곡 작품, 오케스트라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것이라 여겨지는 작품도 있다고 한다. 쳥년 시절의 니체가 낭만파적인 음악을 작곡했으나 생전에는 음악으로 인정받지 못 했고 혹평까지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페라 스케치도 남기고 있는데, 2007년 지크프리트 마트스가 그의 스케치를 골자로 오페라 코지마(Cosima)를 작곡했다고 하니, 그가 '작곡도 하는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당연하겠다. 갑자기 그의 음악이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허무주의 사상가인 니체는 전체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반유대주의 등을 비판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아돌프 히틀러와 파시즘과 관련지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그의 누이 동생이 니체가 정신병에 걸려있던 말년에 광적인 국가주의자이자반유대주의자였던 자신의 남편이 자살을 하자 니체의 작품을 자신의 남편화시키는 왜곡 작업을 했고, 니체는 정신병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대처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단순히 아는 무신론, 지금을 즐기라는 니체의 사상을 생각하며 20대에 읽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읽기 어려웠지만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한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독은 혼자있을때만 아니고, 둘이어도 외로울 수 있다는 내용은 결혼한 친구들이 신혼때 외롭다 외치던 내용이어서 그당시 내겐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책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들만 선별해 소개한 '[명저필사 시리즈] 하루 한 장 내 삶에 새기는 니체'는 명문장 41개를 필사하도록 구성해서 필사를 해도, 필사 없이 읽기만 해도 주옥같은 문장들과 핵심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 책 전체 구성으로는 기승전결이 있다고하나, 차례를 보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아가서 읽고 필사하는 것이 나는 더 좋았다. 또한 왼쪽은 필사할 문장들이 오른쪽은 필사할 공간인데 필사할 공간이 넓어서 여러번 필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 강이 아니라 바다가 되라

2. 삶은 위태롭지만 인간은 위대하다

3. 성장하는 사람은 상처받아도 즐겁다

4.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혼돈을 품어라

5.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면 잠들지 못한다

6.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것

7. 우리를 뒤흔드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8.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면 상대가 불편해진다

9. 작은 복수라도 하는 것이 인간적이다

10.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면 떫은맛도 보여줘라

11. 친구가 나에게 악행을 저질렀다면

12. 정상이 아니라 비탈에 섰을 때 조심하라

13. 나를 속이는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도 괜찮다

14. 자부심이 강한 사람보다 허영심이 강한 사람이 불쌍하다

15. 위대한 것은 수행하는 것보다 명령하는 것이 어렵다

16. 인간이 받는 고통만큼 큰 것은 없다

17. 자기 자신을 깨닫기 위해 늘 깨어 있어라

18. 삶은 우연이 아니라 의지가 만들어내는 음식

19. 고독을 즐겨야 더 먼 곳을 볼 수 있다

20.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21. 삶이 힘든 것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 때문

22. 가장 무거운 짐은 인간 자신의 어리석음

23. 날아오르기를 바란다면 일어서는 것부터 배워라

24.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서는 안 보인다

25.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26. 공짜로 주어진 삶은 없다

27. 구역질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지혜다

28. 성급한 결혼은 파혼을 부른다

29.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30. 빛이 보이거든 빛 속으로 가라

31. 현재 살아가는 세상을 사랑하라

32. 용감한 사람은 두려움을 알되 두려움을 지배한다

33. 능력 이상의 것을 바라지 말라

34.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두 다리로 올라가라

35. 실패했더라도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36. 불행한 바보보다 행복한 바보가 되라

37. 나쁜 길로 유혹하는 사람에게 속지 말라

38. 편한 길보다 꾸불꾸불한 길을 걸어라

39. 가장 순결한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

40. 모든 것이 얽혀 있는 세상을 사랑하라

41. 세계를 영원히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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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네 집
장은아 지음 / 문이당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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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매일 쏟아지는 인공지능 뉴스와 스마트폰, 우주선 발사를 보시며 우리나라의 발전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말씀하시고는 한다. 그 말씀을 들을때마다 나도 적극 동감하며 예전 내가 어렸을적 생활모습을 어머니와 함께 떠올려 이야기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 어릴적 생활 모습이 이 책의 생활모습과 똑같다. 생각해보니 불과 40여년 전 서울 변두리에 살던 내 생활모습이다. 이 책 표지의 사진이 아마도 자하문 근처 동네에 아직 남은 한옥을 드론으로 찍어놓은듯 한데, 아주 많은 장독 항아리들과 목련으로 추정되는 예쁜 꽃나무가 그 시절 내가 살던 동네의 집들과 많이도 닮아있다. 가끔 식당 중에 예전 집을 거의 살려서 리모델링한 밥집이나 국수집을 찾아가는 이유도 이런 향수를 자극하는 느낌이어서인듯 하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격동의 시대였기에 그저 모두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변화될 사회의 모습을 글짓기와 그림으로 표현해보고는 했는데, 놀랍게도 그때 내가 상상하던 글짓기와 그림 속 모습이 90% 이상 지금의 생활모습이다. 변화된 사회 모습 중 내가 제일 안타깝게 그리운 것은 옆집 친구네 놀러갈때 허락받지 않고 놀러가고 놀러오고 심심할때 대문 밖만 나가면 골목길에서 언제든지 친구들이 뭔가 놀이를 하고 있어서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이다. 냉장고와 같은 보관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께서 매일 그물로 된 장바구니를 들고 오후에 시장으로 함께 향하시면 우린 어김없이 골목길에 모여 놀면서 엄마와 아주머니들께서 시장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 소설의 시작은 미국이다. (연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미국에 살고 있다. 자하문 밖 옛집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로 인해 옛날을 추억하게 된다. 추억의 배경이 서울 변두리 동네 초 씨 어르신의 오래된 한옥집이다. 이 집에는 집 주인 초씨 어르신과 그 아들 새달(생달)과 며느리 조막네가 살고 있다. 조금 모자란 아들 새달을 위해 세라도 받아 살라고 만든 바깥채에는 주인공 연지와 엄마가 하는 편물가게, 월부 책을 파는 형석 아저씨와 두부 할머니가 하는 손두부 가게, 박 씨 부부의 주전부리 점방이 있다. 한 집에 복작복작 살던 이들에게 초씨 어르신네 며느리 조막네가 죽으면서 사건이 줄줄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연지인데 제목이 '앵두네 집'인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하면서 읽다보니 어느새 내가 '앵두네 집' 문패를 쥐고 서 있는 느낌이다.

나와 같은 세대의 추억 회상하기 독서로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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