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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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입학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종로 단성사에서 친구와 영화를 보고는 밥을 먹으려 식당을 찾다가 한층 잘못 올라가서 사주 역학 협회 비슷한 사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실수로 찾아간 그 곳에서 본의 아니게 역학 풀이 사주를 보게 되었는데 그 경험이 나의 첫번째 무속 경험이었다. 그 전에는 엄마께서 친구분들과 사주를 보고 오셨다고 내용을 얘기해주신게 다였다. 불교인 집안이지만 별로 무속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고는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 우연찮게 신촌에서 사주카페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고, 재미삼아 한번 봐주겠다는 무속인의 청에 못 이겨 본 적이 있다. 그 내용도 기억이 안 나는것을 보면, 그리 특이한 내용이 없었던 듯 하다. 요즘은 타로카드, 사주카페 등으로 무속이 꼭 어른들만 찾는 곳은 아닌듯 하다. 젊은이들이 재미로 또는 상담소처럼 찾아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기도 하는 듯 해서 무속이 생활 속에 많이 젖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타로카드의 경우에는 교육학에서도 상담 도구로 많이 사용한다고 하니, 무속이 꼭 신기를 가지고 사람들의 앞날을 내다봐야만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소설의 소재는 무속과 변신을 통해 법의 테두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을 해결해주는 환타지 같은 시원함이 독특하다.

태권도 사범을 할 정도로 체력이 우수한 태경은 경찰이 되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필기 시험에서 미끄러진다. 여섯번이나 낙방한 그녀가 사는 동네는 산세가 좋은 경기도 변두리 포도농원이 많던 동네였지만 이제는 포도농원이 거의 사라진 그저 오래된 변두리 동네이다. 어느 날 그런 그녀의 왼손 검지에 황갈색 털이 자라고 손톱마저 갈고리 모양으로 변하면서 생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상한 변화가 나타난다. 미용사인 엄마의 소개로 찾아간 박수무당은 태경에게 무속인이 아닌 산신령이라며 호랑이의 영혼을 잠재우려면 100사람의 사연을 들어주고 맺힌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되려던 태경이 사주카페를 연 곳은 경찰서 건너편. 태경의 사주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사연도 많고, 탈도 많다. 100명의 사연을 다 들어주는 내용을 담는다면 거의 일일드라마 수준이 될 듯 하다.

작가는 사라지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가 보다. 태경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옆 집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이야기에서, 또 갑자기 사라진 아이 이야기에서, 동네 사나운 개에게 물린 아이 이야기에서, 장기 미제로 남은 실종 사건에서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경찰이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 못 하는 사건들을 경찰이 아닌 그녀와 그녀와 비슷한 악어의 경험을 가진 형사를 통해서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재미있게 엮여서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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