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네 집
장은아 지음 / 문이당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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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매일 쏟아지는 인공지능 뉴스와 스마트폰, 우주선 발사를 보시며 우리나라의 발전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말씀하시고는 한다. 그 말씀을 들을때마다 나도 적극 동감하며 예전 내가 어렸을적 생활모습을 어머니와 함께 떠올려 이야기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 어릴적 생활 모습이 이 책의 생활모습과 똑같다. 생각해보니 불과 40여년 전 서울 변두리에 살던 내 생활모습이다. 이 책 표지의 사진이 아마도 자하문 근처 동네에 아직 남은 한옥을 드론으로 찍어놓은듯 한데, 아주 많은 장독 항아리들과 목련으로 추정되는 예쁜 꽃나무가 그 시절 내가 살던 동네의 집들과 많이도 닮아있다. 가끔 식당 중에 예전 집을 거의 살려서 리모델링한 밥집이나 국수집을 찾아가는 이유도 이런 향수를 자극하는 느낌이어서인듯 하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격동의 시대였기에 그저 모두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변화될 사회의 모습을 글짓기와 그림으로 표현해보고는 했는데, 놀랍게도 그때 내가 상상하던 글짓기와 그림 속 모습이 90% 이상 지금의 생활모습이다. 변화된 사회 모습 중 내가 제일 안타깝게 그리운 것은 옆집 친구네 놀러갈때 허락받지 않고 놀러가고 놀러오고 심심할때 대문 밖만 나가면 골목길에서 언제든지 친구들이 뭔가 놀이를 하고 있어서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이다. 냉장고와 같은 보관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께서 매일 그물로 된 장바구니를 들고 오후에 시장으로 함께 향하시면 우린 어김없이 골목길에 모여 놀면서 엄마와 아주머니들께서 시장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 소설의 시작은 미국이다. (연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미국에 살고 있다. 자하문 밖 옛집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로 인해 옛날을 추억하게 된다. 추억의 배경이 서울 변두리 동네 초 씨 어르신의 오래된 한옥집이다. 이 집에는 집 주인 초씨 어르신과 그 아들 새달(생달)과 며느리 조막네가 살고 있다. 조금 모자란 아들 새달을 위해 세라도 받아 살라고 만든 바깥채에는 주인공 연지와 엄마가 하는 편물가게, 월부 책을 파는 형석 아저씨와 두부 할머니가 하는 손두부 가게, 박 씨 부부의 주전부리 점방이 있다. 한 집에 복작복작 살던 이들에게 초씨 어르신네 며느리 조막네가 죽으면서 사건이 줄줄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연지인데 제목이 '앵두네 집'인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하면서 읽다보니 어느새 내가 '앵두네 집' 문패를 쥐고 서 있는 느낌이다.

나와 같은 세대의 추억 회상하기 독서로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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