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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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추리소설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내겐 설날 떡국먹기와 추석에 송편먹기처럼 아주 당연한 것이다.

 

이 글이 쓰여진 일본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가 곁들여진다면 더할나위없이 더욱 즐길 수 있는 책이기에 다소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살인, 미스테리, 돈, 치정문제가 얽히면서 추리소설에 필요한 긴박감까지... 여름 더위를 잊는데는 충분하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대부분의 소설 속 명탐정들이 그렇듯 다소 지저분하고, 게을러보이고, 둔해보인다. 하지만 눈빛만은 살아있는... 약간은 콜롬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다소 못 생긴 미네코라는 19세 여성이 긴다이치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귀족이었던 아버지 츠바키 자작의 자살 문제를 풀어보려는 딸.

미에대한 관심으로만 가득찬 어머니 아키코. 

돈에대한 관심으로만 가득찬 외삼촌 도시히코.

그 둘의 외증조부 다마무시 백작.

그들 모두가 전후 상황으로 인해 한 집에 머무르면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

 

모든 사건의 시작으로 소개되는 일본 사회를 뒤흔든 '천은당 사건'.

 

이 책에서는 독자에게 특별히 사건을 풀 수 있는 기회(키)를 주지 않는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며 긴다이치 코스케가 살인 사건을 관찰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잠시 '그렇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것이 맞는다면 그 사람은 대단한 추리력과 상상력과 탐정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와 현재가, 귀족과 하인이, 부모와 자식이 얽히고 설키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많은 이해력이 필요하다.

수많은 주인공과 그 부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두 이해하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이 책에서 살인사건의 해법으로 사용되는 정공법도 다소 의외여서 읽다보니 어느새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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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투 커버 - 책 읽는 여자
로버트 크레이그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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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란 나라는 내게는 우리나라와 아주 비슷한 분위기이면서도 약간은 환타지스런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분위기가 더 쉽게 내게 다가왔다.

런던이란 도시에 사는 타냐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스물아홉 나이의 삽화가.

 

후배 하나가 어느날 내게 작은 책을 선물했다. 사실 책이라기보다는 두꺼운 도화지로 된 커다란 수첩이었는데, 내용이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다. 한쪽한쪽마다 만화스럽기도 한 그 책은 자신의 느낌을 그때그때 그려놓은 것이라 했다.

가장 기억남는 그림이 커다란 양복입은 남자의 모습. 그림을 그린 그 날의 느낌은 자신의 일을 못마땅해하던 상사에대한 산같던 느낌이라했다.

그러더니, 어느새 그 후배 동화의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삽화가란 직업 자체가 머릿속엔 무한 상상력의 보고가 있어야만한다는 것을.

 

타냐는 삽화가여서인지 아주 대단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옛말에 귀신은 마음이 허한 사람에게만 나타난다했던가? 마찬가지로 환타지스런 일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 아닐까?

그녀가 문득 발견한 중고책방에서 고른 [가짜 종이꽃가루] 책은 그녀 자신이 무시하고 싶어도 어느새 그녀를 조종한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있는 그런 책을 만난다면 누구도 그 책에 대해서 초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술가스럽게도 까칠한 성격의 그녀는 아름답지만 자신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되는 시험을 너무도 많이 하고 그 시험을 통해서 자신이 고립되어감을 느낀다.

 

그녀가 읽은, 읽을 다양한 책의 내용도 주를 통해 소개되기 때문에 이 한 권의 책 속에 무수한 책 제목이 오간다.

타냐가 좋아하는 책과 내가 좋아하는 책을 비교해볼수도 있고, 그녀의 취향을 어느새 파악해버릴 수 있는 좋은 팁이다.

 

그녀의 바보같은 행동에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려하는 칼의 모습에 사랑을 느낀다.

도대체 어느만큼 되어야만 '사랑한다'라는 말을 감히 내뱉을 수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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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 London mon amou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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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어느 멋진 날' 영화가 생각나다.

 

전혀 이어지는 고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분위기가 '어느 멋진 날'과  연결이 된다.

 

주인공이 잘 생겼다던가, 예쁜 것을 기대한다면 절대 보면 안된다.

 

다들 너무도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사는데...

 

우리가 농담식으로 동성의 친구에게 "너 나랑 살래?" 라고 물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사실 싸울때마다 몇번을 헤어지고 만나야 했던 이성친구보다 아무리 싸워도 다시 그 친구를 이해하고 만나서 수다떨면서 풀어낼 수 있는 동성친구라면 한번 같이 살아볼까? 하는 마음이 안 생길 수 없을 것이다.

 

그걸 실행에 옮긴다면?

 

그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인데, 그 열린 문화 프랑스에서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인가?

 

아니면, 프랑스에서는 가능한 일들이 런던이었기때문에 그렇게 문제가 된 것일까?

 

유쾌하게 가슴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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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 있을걸 - 떠나본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후회
케르스틴 기어 지음, 서유리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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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할 수 없다.

가족간의, 친구간의 대화가 너무도 인간적이어서(내가 이 책에서 느끼는 인간적이란 것은 다소 한국적인 정서이다) 99% 공감하면서 "맞아,맞아"를 연발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아이도 있는 유부녀이다. 그런데, 아이를 떼내고 일년에 한번은 여자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난다. 남편들의 묵인하에.

또,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나기도 하고, 가족(친정식구들)과 함께 떠나기도 한다.

 

그 중, 가족과의 추억거리가  평소 가족간의 대화에서 쓰인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우리 가족만이 서로 알고 있는 Tip같은 추억거리.

그래서 남편조차도 그 대화에 잘 끼일 수 없다는 것은 남편에게는 좀 서운한 일일지 모르지만, 남편과도 또 그런 추억거리가 생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것이다.

 

부제에서 '떠나본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후회'라고 표현한 것은, 위의 모든 여행이 그리 성공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고 찾아간 호텔이 너무 외지고, 공사중이어서 힘들때

결혼 전, 남자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변태 아저씨들만 꼬일때

외국어를 잘 하는 친구만 믿고 떠난 여행에서 친구의 외국어실력이 그리 신통치 못 할때 등등

 

나도 가끔은 현실 도피성의 여행을 하고는 한다.

그렇게 갈구하다가 내 평생 혼자 떠난 여행은 단 한번 2박3일의 짧은 여행이 있었지만 내 생에 최악의 여행 중 하나이다.

그때, 아주 잠깐 생각했었다. '그냥 집에 있을걸'  ^^;;  물론 가봤기 때문에 다시는 혼자 여행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으니 그 또한 교훈은 교훈인데 말이다.

 

아마도 지은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다닌 여행에서 배운 그 모든 교훈을 우리에게 알리고 싶었던거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여행지 주민등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서, 또 함께 떠난 이의 모습에서, 내 집에 여행 온 그 손님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인생을 배우는 거란걸 얘기하고 있는것 같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줄 알며, 다른 사람의 모습을 이해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이해하는 것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교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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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하이힐
루벤 투리엔소 지음, 권미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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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인정해준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더구나 그 '누군가'가 여럿일때는 특히나 자신감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멋지게 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자에게 있어 하이힐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자신에 대한 자존감, 타인(사회)에 대한 도전정신을 주는 것 같다.

분명 이 책의 제목은 '오즈의 하이힐'이지만, 다양한 하이힐이 많이 등장한다던가 주인공이 하이힐만 신는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에 열의를 다하는 한 성격도 좋고 능력도 있는 한 여성이, 미국의 한 지방에서 번잡한 도시로의 이동하게 되면서 겪어내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 이다.

짧게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전개될수록 주인공과 회장님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고, 눈 앞에 그녀가 이루어내는 광고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실제 우리가 아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광고 이야기가 나오고, 디지털나무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광고 이야기와 나뭇잎에 새겨지는 글귀는 그 중에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실제 내가 나무를 심으며 그 나뭇잎을 보는 듯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새 직장 첫날 받은 빨간색 하이힐은 직접 보지도, 신어보지 않았음에도 일반적인 여성들이 꿈에 그리는 빨간색 10cm 하이힐로 내 눈앞에 그려지기도 한다.

 

광고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약간의 암투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해서 나도 모르게 나의 회사생활과 비교하게 되고, 드라마를 생각해내기도 한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은 듯하기도 하고,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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