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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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의 중고등학창시절에는 소위 문학소녀까지 아니라 하더라도, 예쁜 그림이 있는 무제노트에 다양한 유명 시를 예쁜 볼펜으로 베껴써서 시집을 만들어 갖고 있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내가 처음 시라는 쟝르를 접한건 중학생이던 언니가 까만 교복에 흰 카라, 단발머리에 청색 가방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쓰던 예쁜 노트에 실려있던 시를 읽으면서 였다.

 

 

 

그 첫번째 시가 소월님의 시였고, 두번째로 쓰여있던 시가 윤동주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던걸로 기억한다. 서시라고 적힌 제목으로 그 아름답던 싯구에 나도 모르게 그 시를 외우고 있었다.

 

시의 힘이란 그런 것이리라...

 

 

 

몇년 전, 부암동의 윤동주문학관에는 가건물을 고쳐 만들고 있었는데 그땐 여러 자료들을 그저 쭈욱 널어놓은 것을 보고 돌아왔었다. 그 후 몇 달이 지난 후에 다시 들른 문학관엔 자료들도 정리가 잘 되어있었고, 그의 일생도 판넬로 잘 짜여 걸려있었다. 그 옆의 상수도처리장을 고쳐 만든 영화관은 그 어둡기가 윤동주시인이 살던 일제암흑기를 상징하듯 했고, 상영되는 영화도 마찬가지로 마음 한켠을 콕콕 찌르는듯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 천재로서 살아가면서 윤동주 시인이 겪었던 시대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는듯 해 또 한번 가슴 한켠이 콕콕 뭔가로 찔리는듯 했다. 사촌과 함께 문학청년으로 경성과 일본으로의 유학을 통해 소위 잘 나가던 그의 모습이 전쟁의 포화속에 사촌 몽규와 함께 스러져가는 모습은 요즈음의 세월호로 사라진 우리 젊은 청년처럼 아깝기만 하다. 게다가 인체실험의 희생야이 되어 전쟁의 포화속에서 살아남으리라 기대했던 가족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해오면서 현해탄에 눈물을 뿌려야만했다. 그의 동생 윤일주는 건축학자로 형의 시집들을 출판하고 유품을 정리해 마지막까지 연세대에 기증하는 등 그의 일생이 헛되지 않게 잘 보존을 해주었다.

 

이 모든 내용이 잘 달뤄진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윤동주의 일대기를 그린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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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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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

말은 낳으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 

강남 대치동 은*아파트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공부하면서 시험기간에 옆에 앉아 함께 밤을 새우고, 동부 이촌동 한*아파트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 '공부할 필요 없다. 저기 보이는 땅이 네가 앞으로 가질 땅이다.'라고 말해준다.

대한민국 교육에서 성공하려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


위의 말들은 우리나라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보았을 이야기이다.

언제부턴가 '8학군'이 소위 SKY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학원 이름에도 '8학군'이란 명칭이 붙기 시작했고, 교육에 좀 열의가 있는 동네다 싶으면 강북의 8학군이다 봉*동의 8학군이다 라는 식으로 '8학군'은 그 상징성이 어마어마해졌다.

그 8학군 지역의 아파트가 시간이 지나면서 재건축바람을 타기 시작했고, 그 옆 잠실동에서 8학군과 가깝다는 이유로 학원을 엄마들이 실어나르기 시작하면서 잠실동 또한 교육의 메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잠실동에서 소위 잘 나가는 아파트에 사는 교육에 열의를 가진 엄마들과 그 속에서 어떡해서든 자신의 가난을 헤어나오기 위해 애쓰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그려진다.

아내와 이혼후 아내가 잘 나가는 남자와 재혼한 사실을 일찍 알지 못 하고 아내와의 재결합을 꿈꾸며 거짓 경력으로 신분세탁을 통해 영어과외를 하는 이혼남,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 가진 것은 재력뿐인 고졸학력이 부끄러운 엄마는 자신맘대로 되어주지 않는 아이의 담임을 휘두르기 위해 등교거부를 선동하고 그 담임의 자살미수사건으로 창피한 삶을 살 위기에 처하자 도망치듯 이사를 하게 된다.


어쩌면 잠실동사람들이라는 제목보다는 어리석은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이라는 캐치아래 많은 불합리한 것들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교육의 힘은 꼭 필요하지만,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불합리한 것들을 묵인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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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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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시안컵 축구가 준우승으로 아쉽게 끝났다. 스포츠 성적이 나라의 성적과 같다면 우린 아시아에서 두번째가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어려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고 배웠고, 어느샌가 내가 중학생이 되자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었고, 대학생이 되자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4대 용중 하나인 나라이며 나름 선진국 대열에 들었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당당하게 한국사람임을 밝히며 외국인이 엄지를 척 들어주는 나라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오래전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외화를 벌어 가족을 배불리 먹여보겠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독일의 광부나 간호사로 갔던 일들은 이젠 그저 머나먼 옛 이야기로 추억삼아 이야기 할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동남아시아인들은 우리 윗 세대가 그랬듯이 자신들의 가족을 좀 더 배불리 먹여살려 보겠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오고 있다. 그들이 갖는 직업 또한 그 옛날 우리 윗 세대가 그랬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3D업종이라고 꺼리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고향 아프리카 말리를 떠나 프랑스에 온 청년 삼바의 이야기다.

삼바는 십년을 프랑스에서 세금도 내며 어려운 직종의 일을 해왔는데, 더이상의 체류허가증을 내 주지 않는 프랑스에 의해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하고 추방명령을 받게 된다.

임시 유치소 벵센에서 풀려나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삼바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불법체류자로서 체류증을 받기위해 끝없이 이의신청을 하며 버티는 생활을 한다.

벵센에 있을때 만난 시민단체 시마드의 자원봉사자 나는  “난 프랑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어요. 자유, 혁명, 문화, 인권의 나라요. 난 나도 모르게 그것에 애착을 갖고 있었어요. 프랑스가 그 이미지에 못 미치면, 난 부끄러워요.” 라는 생각으로 삼바에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삼바에겐 체류증이 나오지 않고, 삼촌 라무다의 신분증으로 조금 버티다가 다른 사람의 체류증을 훔쳐 사용하고, 결국은 벵센에서 만났던 조나스의 체류증까지 손에 쥐게 된다.


삼바에겐 프랑스가 처음엔 꿈을 꿀 수 있는 땅이었지만, 결국은 그가 꿈꾸던 생활을 하지 못 한채 프랑스란 땅에 얽매이고 마는 신세가 된다. 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지만 그의 이야기나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많은 외국노동자들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을거란걸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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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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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시절, 한창 '맥가이버' 드라마가 유행하고 그 맥가이버가 '물리'를 전공했다는 사실에 우린 이과 선택을 많이도 했고, 특히나 물리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많이들 선택했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물리를 가르치셨는데 우리에게 한명의 과학자가 먹고살 정도의 환경만 마련해주면 그 과학자가 몇 천명, 몇 만명을 먹여살릴거라고 얘기하곤 하셨다. 그래서 순수과학쪽으로 전공을 결정한 친구들도 꽤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처음 '한복입은 남자'를 그림으로 만난 것도 고등학생시절로, 역사시간에 외국인이 연필로 그린 조선인의 초상화가 있다는 정도로 언급되고 지나갔었다. 그리고나서도 여태껏 그 그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이 그저 우리 조선인을 17C에 루벤스란 이탈리아 사람이 그렸으니, 조선인이 이탈리아까지 갔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것이겠지 라고만 생각했었다.


이 소설은 진석이란 방송국 pd가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면서 박물관 조사를 떠난 곳에서 엘레나 꼬레아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조상의 이야기와 비망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조사하고 있던 '비차'에 대한 장영실이 그렸다는 그림이 다빈치가 그린 설계도와 유사하다는 사실과 맞물려 장영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와의 관계, 그리고 [한복입은 남자]의 대상이된 '철릭'을 입은 조선인에 대한 조사까지 결코 이어지지 않을줄 알았던 연결고리들이 생기는 픽션이다.

작가의 말에서 서양중심의 세계사 진행을 뒤바꿀만한 큰 화두이지만, 결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그냥 지나칠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두는 것을 읽고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측우기, 자격루, 신기전, 인쇄술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두루 능력을 보였던 장영실이 어느날 갑자기 세종의 가마를 만들고 그 가마가 허투루 만들어진 까닭에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을 감추었다면 그의 행방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와있어야 마땅한데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도록 사라진 그의 행방과 가묘로만 남아있는 그의 묘, 그리고 중국의 정화가 사라진 때와 묘하게 그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 등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작은 우연이 겹치면 사실로 밝혀질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벌써 영화화가 결정된 작품이어서 읽는 동안도 영화를 보는 듯 했는데, 진석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한 과정과 엘레나 꼬레아가 가져온 비망록의 해석이 겹쳐서 진행되면서 더욱 그 소설이 시각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복입은 남자'의 모습이 진짜 장영실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금 연필로 그려졌다는 그 초상화에 내 나름의 색을 입혀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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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 꽃 저승 나비 - 상
이청은 지음 / 아롬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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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청은 작가의 '냉궁마마'를 읽은 기억이 난다.

삼간택에 뽑혀 궁생활을 시작하던 은빈의 이야기였다.

조선시대 사랑이야기에는 신분의 차를 극복하는 사랑이야기, 왕실의 사랑이야기, 남장을 한 여인과 선비의 사랑이야기 등 다양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그런 류와는 또다른 현세와 과거를 드나드는 사랑이야기이다.

김연이라는 여주인공에겐 항상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남자친구 이환이 있다. 그 녀석을 항상 업수이 보고 진정한 사랑으로 여기지 않던 어느 날 김연은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의 배경이 된 낙선재를 찾게 된다. 그곳에서 쓰러져서는 조선시대로 떨어진 그녀.

그런데 그녀를 못 알아보고 통과하는 조선사람들. 그녀는 영혼만 조선으로 옮겨진 것이다.

영혼인 상태로 여러 조선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윤랑.

그 곳에서 그녀는 자신과 꼭 닮은 김영이란 선비아닌 선비를 만나게 되고 그 선비의 몸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고 마는데...

김영이란 선비는 사실 김연이란 처자였고, 그녀는 삼간택까지 올라 왕과 첫눈에 반해버린 여인이었다. 그녀를 잊지 못 한 왕은 왕대로 포악을 부리다 김연과 비슷하게 생긴 연반월을 알게 되고, 그녀를 궁 안에 반월을 맡긴다. 그녀는 또한 김연의 숨겨진 쌍둥이 였으니...

이래저래 얽히고 설킨 인연의 끝에 김연은 왕의 후궁이 되고, 궁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왕의 오른팔같은 친구 윤랑과의 사랑도 헷갈리기 시작하고, 술에 취하면 조선의 김연 낭자가 평상시에는 현세의 김연이 나타나 생활하는 어려운 상황이 반복된다.

그런 반복 속에 김연은 윤랑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종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 직전에 왕은 자신의 후궁을 넘보는 윤랑을 의심해 윤랑에게 벌을 가하는데 그 벌이 현세에 그대로 남아 다시 김연을 찾아온 이환이라는...

다소 예측 가능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소재와 구성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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