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시절 내 손에서 떠나지 않았던 HR(하이틴로맨스, 할리퀸로맨스)은 그 내용이 그야말로 거기서 거기다. 일단 남자 주인공은 잘생겨야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어야 할것, 또한 성격은 다정다감하기 보다는 까칠할 것. 여자 주인공은 예뻐야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도 좋지만 남자의 도움이 필요한 직업을 가졌을 경우가 더 좋음, 성격은 다정다감하지만 남자주인공에게만 까칠할 것.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해피엔딩.
위의 법칙을 어긴 로맨스는 로맨스로서 자격을 박탈한다는 출판사의 룰이 있는지 어쩌면 한권도 저 법칙들을 어긴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뭔가가 필요할때 항상 로맨스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은 조선기생 첩보열전은 그 배경이 조선시대이면서 전자책 분량으로 1500여쪽이어서 처음 읽기 시작할때는 무척 길다고 느껴졌는데, 읽다보니 정말 재미있어서 길다는 느낌을 훌쩍 넘어서버렸다.
일단 이 책이 로맨스소설의 법칙을 잘 지키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있어서는 또한 100% 잘 지키고 있으며, 조선시대가 배경이라는 점과 그 시기의 정치를 다루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양반 노경환은 사랑하는 화인을 첩으로 들여 아이를 낳게 되고, 이를 시기한 정부인은 화인을 외간남자와 정통했다는 누명을 씌워 광에서 팔삭둥이를 낳고 죽게 만들어버린다. 이렇게 태어난 아들을 장자로 삼기위해 애쓰지만 시대와 환경의 어려움으로 노경환은 아들을 친구 박흥수에게 맡기게 되고, 박참판은 딸만 있는 자기 집에서 친구의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시우란 이름대신 노시영으로 저고리와 치마를 입혀 키우게 된다. 박참판의 셋째 딸 세영이 태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시우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지만 박참판을 아버지로 강부인을 어머니로 지극히 모시며 살아가게 된다.
10살이 되어 시우를 찾아가려던 경환은 정부인이 시우를 해하려는 계획을 가진 것을 알게되고, 시우를 청나라로 보내게 된다.
청에서 만난 하준, 유한, 범과 세자 휘를 돕게 되는 시우.
그런 시우가 머무르는 기방 모란각은 한양의 최고가는 기방으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암투와 정쟁, 사랑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를 이룬다.
주인공 시우와 세영의 이야기 뿐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도 흥미진진해 로맨스, 액션, 서스펜스가 살아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