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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서관 ㅣ 고래숨 그림책
엄정원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8월
평점 :
어느 날 도서관의 책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충격적인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했다.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아이 역시 흐에에엑, 하면서 놀람의 감탄사를 뱉어냈다. 엄마, 책들이 다 사라져버렸대요!!
상상만 해도 당황스럽고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는 도서관의 책 실종 사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각종 보도가 나오고, 각 종교계와 학자들의 발표 역시 이어진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실소가 나왔다. 도서관 앞에 꽃을 놓으면서 책의 사라짐을 추모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런 상관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의 생각을 묻자, 책이 모두 사라져서 텅 비어버린 도서관을 구경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사라진 이유로는 요새 푸욱 빠져있는 외계인 설에 공감을 표하면서, 외계인이 지구의 책들이 궁금해서, 지구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모두 다 가지고 가버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래, 일리가 있구나.
그런데 유난히 별들이 반짝였고, 우주 관측 센터에서는 이 수많은 별들이 바로 책이라는 발표를 했다. 모든 생명이 죽으면 별이 되듯이, 책 역시 생을 다하여 별이 되었다고, 그래서 우주가 커다란 하늘 도서관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 기발한 상상력이라니! 이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우주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글이 많지 않은 책이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반겨주는 예쁜 색감이 참 따스했고, 기분이 좋았다. 우주복을 입고 책을 읽기 위해 우주로 떠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늘 도서관이 생기면 우리도 꼭 책 읽으러 우주에 가보자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글이 많지 않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기 좋았던 책, <하늘 도서관>. 휘리릭 넘겨보면 끝이지만, 다시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색감의 차이를 느껴보고, 행간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즐거움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