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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코끼리 - 서커스 소년과 코끼리의 우정 이야기 ㅣ 행복한 책꽂이 24
랄프 헬퍼 지음, 테드 르윈 그림, 이태영 옮김 / 키다리 / 2022년 8월
평점 :
같은 날 태어난 소년과 코끼리가 있다. 브람과 모독이라는 이름의 아이와 새끼 코끼리는 독일의 서커스단에서 태어났고, 서커스단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공연도 함께 하는 단짝이 되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모지라고 애칭을 붙여준 모독을 쓰다듬으며 브람은 약속하지만, 서커스단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고, 미국으로 이주까지 하게 되면서, 브람과 모독은 헤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독을 너무나 사랑하는 브람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밀항까지 감행했다. 미국으로 가던 도중 폭풍우를 만나 배는 난파하게 되고, 수영을 잘하는 코끼리 모독은 브람과 함께 사람들을 구해냈다. 하지만 모지를 바다에 두고 혼자 구조선을 탈 수 없었던 브람은 생명을 건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얼마나 모지를 사랑하면, 혼자 두고 갈 수 없다고, 배를 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을까. 읽으면서 울컥했던 부분이었다.
이후에도 브람과 모독은 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게 된다. 하나씩 헤쳐나가다가 결국 헤어지고 마는 이 이야기가 실화라니... 아직은 어린 브람과 모독이 겪는 일들이 너무나 가슴 아파서 실화라는 사실이 더 슬펐던 것 같다. 모지와 함께 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소유권이 없기에 헤어질 수밖에 없던 브람...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서커스 단장인 노스 씨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행방조차 알려주지 않는 매정함까지 보일 필요는 없지 않았나 하면서 원망스럽기도 했다.
브람과 모독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전신에 화상을 입은 늙고 병든 코끼리가 된 모독과 중년이 된 브람. 가슴 찡한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만났다고 해서 해피엔딩은 아닌 것 같은 서글픈 느낌.. 실화여서 그렇겠지만, 그냥 어린 브람과 모독이 평생 행복하게 함께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더 이상의 역경 없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