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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철학하다 ㅣ 가슴으로 읽는 철학 2
스티븐 루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죽음은 참 무겁고도 힘든 주제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생각보다 자주 듣는 소식이 있다. 누군가가 지병을 앓거나 희귀병에 걸리거나 또는 노환으로 무슨 사건,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는 뉴스다. 하루도 빠짐없이 듣지만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외딴 누군가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친인척, 친구일 경우는 다르다. 살아남은 유가족의 슬픔과 상실감,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고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멋모르고 앞만 보고 살던 시기엔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고나니 부모님과 친인척, 유명 인사나 연예인들이 하나둘 떠나는 걸 보며 죽음은 우리 곁에 훨씬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트리니티 대학교 철학 교수이자 1994년부터 현재까지 '죽음의 철학' 강의를 이어오는 저자는 이 책을 2부로 나눠 제1부에서 죽음(Dying)을 다루고 제2부에서 죽임(Killing)을 다뤘다. 삶과 죽음에 관하여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이야기한다는 것부터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분명 수월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나의 죽음을 확정 짓는 것이 쉽지 않은 논쟁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 종결 죽음, 임계 죽음, 통합 죽음 등 생명 과정이 완전히 종료되는 시기도 과정마다 다르게 정의한다. 사실 뇌사 상태에 빠져 식물인간이 되면 의학적으로 살아있어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사실상 죽은 것과 다름없다. 근데 사람의 죽음을 판단할 기준을 찾기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죽음을 확정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잘 관리되고 있는 병원 내 의사들 사이에서나 논의될 부분이라는 점이다. 사망 확정 선고를 내리는 것도 담당 의사가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의학과 생물학적으로 자세하게 말하는데 일반인이 굳이 알아야 되나 싶기도 했다. 죽음 이후에는 다 부차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위한 논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제2부는 현학적인 철학이 아닌 살아가는 동안 부딪히게 될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제부터가 사건·사고 소식과 연관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몰입도가 높았다. 죽인다는 것, 스스로 죽는 것과 남의 손에 죽는 것, 태아 살해의 딜레마 등 죽음에 대한 이러저러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읽고 나서 생각할 지점이 많았다.
애써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는 건 그리 달가운 주제는 아니다. 바쁘게 살아가기도 벅찬데 하면서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는 피하려 든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생명체가 지닌 필연적인 순환의 일종이다. 어차피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소멸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죽음을 알면 알수록 삶을 향한 강한 의지를 갖게 되고 살아있는 동안 행복을 누릴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