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는 법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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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이 책은 유력 정치인인 체스터필드가 그랜드 투어 중이던 아들 필립에게 쓴 총 448통의 편지들 중에서 1746년 10월 9일부터 1751년 12월 19일에 마지막으로 발송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총 153통의 편지를 기반으로 완성되었다. 부자간의 편지 교환은 5년간의 그랜드 투어 일정 동안 계속되었는데 독일 사우펜하우젠을 시작으로 라이프치히, 베를린, 베네치아, 토리노, 베로나, 로마, 몽펠리에, 파리로 도시를 옮겨 다니는 내내 주고받았다. 대부분 아들에게 애정 어린 인생 조언이 담긴 서간집 형태의 글로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귀담아들을만한 내용이 많았다.


어릴 때도 귀가 닳도록 '어른들 말 잘 들어야 한다'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보다 일찍 인생을 경험한 인생 선배로서 내 자식만은 나처럼 바보 같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부모라면 내 아들·딸이 되도록 현명하고 지혜롭게 생각하고 결정해서 올바른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 어렸을 적엔 체스터필드가 아들 필립에게 여러 조언을 해줘도 내 좁은 시야로는 그게 왜 필요한 지 몰라서 잔소리로 흘려들을 때가 많았다. 체스터필드는 서두에 항상 '사랑하는 아들에게'라고 붙이며 아들만은 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도 내가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내가 젊었을 때 시간을 낭비하고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젊음의 무분별함이 낳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나는 네가 이것을 가장 조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짧은 시간이라도 잘 활용하면 그 가치는 엄청나지만, 그것을 놓치면 손실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을 잘 활용한다면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p. 107~108


글에서 보듯 아들에게 방향을 제시하지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다른 자기 계발서는 '~ 해야 한다'로 귀결되는데 반해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모두 담겨 있다. 이제 막 자라나는 아들·딸에게 선물해서 읽혀도 좋을 만큼 18세기에 쓴 글임에도 전혀 진부하거나 교조적이지 않았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이 되면서 가정교육의 어려움이 매우 큰 시대다. 올바른 판단 기준은 웃어른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보고 배우거나 책을 통해 얻을 때가 많은데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이러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속한 언어의 사용은 나쁜 환경과 교육의 결과를 뚜렷이 보여준다. 언어의 저속함은 교양 있는 사람이 반드시 피해야 할 악덕이다. 한물간 속담이나 진부한 격언은 저속한 사람이 말할 때 사용하는 상투적인 버릇이다.

p. 255


알다가도 모를 일이 세상 살아가는 일이다. 그 기준이 모호해지고 목표는 수시로 바뀌기 일쑤다. 황망하게 떠난 사람들을 보면 세상만사 다 부질없게 느껴지고 '우린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라는 질문만 되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조언을 귀담아듣고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책에서 얻을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됐든 충분하다. 나가는 글에서 '열 가지 인생 조언'을 따라 혼란하고 번잡스러운 이 시대에 교양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지키는 것도 좋겠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어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남에게 친절과 아량을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체스터필드가 필립에게 바랬듯 품위 있고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모범적인 교양인은 무엇인지 배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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