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걷는사람 소설집 14
노현수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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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수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 '대리인' 이 나왔다. 총 7편의 임팩트있는 단편이 모여있다. 한영인, 이성모 문학평론가들이 해설과 추천사를 남겨 주실만큼 신뢰하시는 작가라서 그의 단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역시나 단편이 주는 울림과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으로 나는 <대리인>과 <팝업창> 을 꼽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현대인의 부조리와 불편함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대리인> 은 '윤과장, 그냥 모른 척하고 있어' 라는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한다고 말하는 뱀의 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알거나 알려고 하면 사직서를 내야하는 곳이 회사다. 오히려 그들은 피해자의 위치를 선점하며 눈감는다.
허수아비 같은 존재지만 그 자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많다. 선택받은 허수아비는 꾸준히 콩고물을 받아 먹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은 허수아비를 선택한다. 허수아비는 안전하고 안락하다.
그러나 간혹, 자신이 진흙탕으로 걸어들어 갈 것을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들의 선택을 응원하지만 그들이 앞으로 짊어져야 할 짐들이 뻔히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팝업창> 역시 또 다른 현대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리인> 의 윤과장이 허수아비의 삶에 괴로워했다면 <팝업창>의 상환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용기도 가진 자들만이 낼 수 있다. 어디까지 떨어져야 하는 지도 모르는 밑바닥에서는 무모하고 염치가 없으며 수치가 일상이다.
자신을 막다른 곳까지 내모는 상환이라면 허수아비 자리는 감지덕지다.
상환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이지만 우리는 결말을 알 것같다.

<대리인> 의 윤과장 이야기에는 미세하게나마 희망을 꿈꿀 수 있지만 <팝업창>의 상환에게는 그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리인>과 <팝업창>은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연계된다. <대리인>의 수많은 뱀의 혀들이 만든 세상에 상환같은 이들이 살기 때문이다.

슬프고 안타깝다.
누구나 막다른 골목의 끝, 아포리아의 세계까지 밀려날 때가 있다.
내가 윤과장이라면, 내가 상환이라면 그 순간,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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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리셀의 정석
이재진 지음 / 고유명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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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리셀의 정석 by 이재진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생산과 소비로 돌아간다.
그런데 '리셀' 이라는 시장이 생겼다. 소비자가 다시 판매자가 되는 resell 시장은 어떻게 생긴걸까?

수요와 공급의 경제학적 측면에서 공급은 없는 데 수요가 있다면 기존의 물건 소지자가 원래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되 팔 수 있다. 명품 한정판들이 그런 경우가 있고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경우가 바로 나이키다.

신발은 의외로 덕후가 많은 분야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런 덕후이자 나이키 리셀러다. 신발덕후들을 콜렉터, 스니커헤드, 하입비스트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키라고 해서 모두 인기있는 건 아니다. 1980년부터 시작된 리셀문화는 에어포스, 덩크, 조던, 에어맥스 4가지 모델 위주이며, 각 모델들은 다양한 시리즈가 있고 그 가치도 모두 다르다.

나이키는 이미지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다. Just do it! 슬로건 아래 80년대 마이클 조던을 통해 농구열풍이 불었을 때, 조던의 이름을 딴 농구화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조던이 승리할 때마다 나이키는 새로운 시리즈를 내거나 달라진 디테일을 주어 스니커헤드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하고 그들이 매번 구매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마이클 조던이 선수시절 받은 연봉은 나이키 신발 조던의 로열티에 비하면 한참 모자랄 정도로 조던 시리즈는 많이 팔렸다.

리셀 시장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나름 가격변동 그래프와 지표가 있다.
개인간 거래하거나 중개업체를 이용하는 데, 크림, 솔드아웃, 번개장터 같은 중개업체를 이용 시, 중개수수료를 낸다. 각각의 업체들은 내부 검수기준과 진품가품 기준이 다 다르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간 거래의 경우는 초보자는 구분이 힘들어 어려울 수도 있다.

신발에 관심은 많은 데 정보가 부족하여 접근하지 못했던 스니커헤드가 있다면, 이 책에는 인기 신발들에 대한 설명, 판매와 구매의 다양한 방법, 국내외 플랫폼과 관세와 절세기술까지 아주 소상하게 나와있으니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분야라 생소했지만 이 책을 통해 리셀시장이 단순한 재판매 수준을 넘어 주식처럼 단기투자와 장기투자로까지 보는 엄연한 사업과 재테크의 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본시장의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준 저자에게 고맙고 이제 좀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다.

@proper.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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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의 갈림길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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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와 베테랑 조사관 해리 보슈의 환상적인 조화!

우리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건, 범인과 형사의 두뇌싸움을 보며 함께 추리해가는 재미가 있어서이다.
그런데 거기에 법정싸움까지 더해진다면 브레인들의 말, 말, 말 과 반전의 연속까지!
<회생의 갈림길> 은 재미가 없을 수 없는 구조를 모두 갖추고도, 마이클 코넬리 라는 범죄소설의 거장이 진두지휘하는 오케스트라다.

잠깐 수사기록과 구글맵을 보고 억울한 10대 소년의 사건을 유추해내는 보슈는 할러 변호사의 이복형으로 두 사람은 함께 파트너로 일한다. 그는 여전히 능력있지만 현재 골수암을 앓고 기력도 약해지는 중이다.
그들에게 전 남편 로비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는 누명을 쓴 루신더 샌즈가 의뢰를 한다. 이 사건은 낯선 우연들이 겹치고, FBI 의 요원도 관련되어 있는 단순 사건이 아니었다.

보슈는 사건현장을 뛰어다니며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고, 할러는 수사기록과 상대 변호사를 법으로 상대하며 수사망을 좁혀간다.
죽은 로비는 꾸꼬스라는 보안관 부관들 사조직의 수금원이었고 아코스타 갱단은 꾸꼬스에게 상납금을 바쳐왔다. 그들이 만나는 증인들은 모두 상대를 두려워하고 협박받고 있다. 단순해 보였던 사건의 뒤에 부패한 거대 조직이 있었다.

형사의 현장이 감각과 직관이 중요한 원초적 장소라면 법정은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언어의 싸움현장이다.
피고인의 의상 하나, 증인의 말 한마디, 증거 하나가 재판결과에 주는 파급과 영향력은 크다. 어떤 전쟁보다도 복잡하고 심오한 전략과 전술이 위아래에서 불꽃을 튀긴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긴 소설을 장면장면 마다 '우와' 감탄하며 보았다.
왜 마이클 코넬리를 영미범죄소설 분야 최고의 작가라고 하는 지, 왜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 되는 지를 저절로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법정장면에서 계속 긴박감을 유지하며 위기를 기회로, 반전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놀랍다.

이 가을 온갖 잡념을 잊고 책에 몰두하고 싶다면 <회생의 갈림길> 을 추천한다. 도둑맞은 집중력이 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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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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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by 김형민

~동물들 세상의 룰은 약육강식이다. 약하면 강한 놈에게 잡아 먹히거나 지배당한다. 그것은 인간세상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간세상에 약육강식의 룰만 적용되었다면 인간세계도 지금까지 동물의 세계와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작은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순간,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는 새로 쓰이고 한 걸음 전진한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역사의 균열을 낸 30가지 사건을 이야기한다.
한반도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힘들게 살아왔다. 그 기나긴 시절을 견디고 지금의 나라를 만든 것만으로도 우리 국민들 모두는 이미 언더독이다.
세계 역사에도 약한 나라가 강국의 공격을 버텨낸 사례는 많다. 지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고 있듯 1940년 핀란드는 소련에 맞서 싸웠고, 베트남은 프랑스에 맞섰으며, 고구려는 수나라 30 만 대군과 싸웠다. 더구나 이순신은 13척으로 130척과 싸우지 않았던가!

초강대 로마군에 맞선 노예군 스파르타쿠스와 가난한 스위스 용병들, 미국 남북전쟁 당시, 흑인들로만 구성된 메사추세츠 54연대의 용기는 후대까지 화자될 만큼 인정받고 있다.
2차대전, 아우슈비츠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그곳의 참상을 알린 비톨트 필레츠키나 서슬퍼런 군부시절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진에 담은 사진사 이기복씨의 용기는 놀라울 정도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역시 강자와 약자는 존재한다.
이탈리아 마피아를 소탕하기 위해 수많은 법조인들은 목숨걸고 의지를 보였으며 병들어 죽어가던 영국의 성냥팔이 소녀들은 함께 모여 연대했다.
종교가 인간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기에 나온 이슬람교의 히잡 반대 시위대나 사랑을 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샬공주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뿌리깊은 계급의식을 떨치고자 백정해방운동을 이끈 양반 강상호도 있다.

이 모든 사건과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용기있는 이들의 자발적 움직임이었고,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언더독의 반란의 역사적 순간들을 보여주며 이 시대 평범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어느 순간부터 곳곳에 만연해 있는 수저 계급론과 패배주의에 휩쓸려 좌절만 하지 말자. 기나긴 역사에서도 보았듯 터무니없어 보이는 틈바구니에서도 꽃이 피고 열매는 맺는다.

@mixcoffee_ono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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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_seongmo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에서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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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4.10 - Vol.124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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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의 10월 내용은
대구간송미술관 소식이 있고, 숀 작가와 장재현 감독과의 인터뷰도 눈에 띄며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도 있다.

이번 달의 메인 주제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시네필' 이다.
시네필이란?프랑스어로 영화(Cinéma)와 사랑(Phil)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쉽게 말해 영화광(映畫狂)을 뜻한다.

영화는 꼭 시네필이 아니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하는 장르이다.
<시네마 천국> 의 어린 토토가 영화보기를 좋아하다 어느 순간 영화감독이 되듯, 영화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은 사람들이 시네필이 되어간다.
그들은 영화를 직접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보는 것을 즐길 수도 있으며 다양한 방면으로 영화문화와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영화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극장으로 직접 방문하는 영화 관람객이 줄고 집에서 OTT로 감상하는 경우가 늘었다. 시대의 흐름일 수 있으니 그것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영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변한 건 맞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내서 극장을 찾아갈 만큼의 수준을 영화에 더 요구하게 되었다.
그들의 요구에도 부흥할 수 있어야 영화산업도 지키고 더 많은 시네필들이 생길 수 있는 토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시네필 외에 이번 10월호는 드라마 <굿파트너> 를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혼이 트렌드인지 요즘 tv에는 이혼관련 프로그램과 돌싱들이 나오는 예능이 많다. 이런 시기에 나온 이 드라마는 시청률도 괜찮았다.
방송환경은 결국 시대흐름을 반영하기에 이혼이야기를 찾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이번 달도 알찬 이야깃 거리들로 가득찬 쿨투라와 문화의 허기를 듬뿍 채웠다.
다음 달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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