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 키케로부터 노자까지, 25명의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삶, 나이 듦, 죽음에 관한 이야기
오가와 히토시 지음, 조윤주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2월
평점 :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결말이 있다. 해피엔딩, 새드엔딩, 오픈엔딩까지.
엔딩을 보는 개개인의 시선에는 자기만의 가치관이 들어간다. 살아 온 시간동안 생각하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응집되어 나만의 철학이 되고, 그 철학은 곧 내 인생과 엔딩을 바라보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어느덧, 이 만큼이나 나이를 먹었다.
이곳저곳 몸이 점점 아파온다.
나를 둘러 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느껴진다.
내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죽음은 무엇일까?"
인생의 오후에는 나이만큼이나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답을 찾고 싶지만 똑 떨어지는 답은 없다.
이럴 때, 나보다 더 나은 현자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다.
<나이듦에 대해>
키케로는 '세상의 관념에 당신의 노년을 맡기지 말라' 고 한다. 나이드는 것이 단점만 있는 게 아니라 장점도 있다. 보부아르는 '노년을 서글퍼하지 말고 즐기자' 고 강조했다. 몽테뉴는 '나이들 수 있었던 것은 질병과 싸워 이겨 그때까지 살아냈다는 증거' 라고 했다.
우리는 승자다.
<질병에 대해>
알랭은 '병을 만드는 것은 불안과 공포' 라고 했다. 몸은 어찌할 수 없어도 적어도 내 마음은 내가 바꿀 수 있다. 노자는 '거스르지 말고 물처럼 자연이 요구하는 일만 하면 된다' 고 했다. 니체는 '질병의 고통이 정신을 해방' 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질병도 결국 인생의 한 부분이다.
<인간관계에 대해>
와쓰지 데쓰로는 가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호퍼는 꾸준히 일하는 것을 강조했다. 레비나스는 '나와 절대적으로 다른 타자와의 관계가 자신을 형성한다' 고 보았다.
쇼펜하우어는 '고독이 곧 자유이며 본래의 자신이 되는 시간' 이라고 했고, 프롬은 '사랑받기 이전에 사랑하는 행위' 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생에 대해>
러셀은 ' 인생의 즐거움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에 달렸다고 했다. 짐멜은 '돈은 불안과 함께 온다' 고 한다.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피상적인 것이다. 힐티는 '자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일이 많다' 며 잘 자는 것을 중요하게 보았다. 미키 기요시는 '희망은 절대 소멸하지 않으며 생명을 형성하는 힘' 이라고 했다.
자기 인생의 보람은 각자가 발견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장켈레비치는 '아직 죽지 않은 한, 마지막 1초까지 사람은 살아있다' 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품기를 주장했다. 알폰소 데켄은 '우리는 모두 잘 죽기 위해 태어났다' 고 한다. 하이데거는 ' 죽음을 앞서 각오함으로써 인간 본래의 삶을 살 수 있다' 고 말했다. 모랭은 '죽음은 언제나 예견하지 못하는 순간' 에 찾아온다고 했다.
죽음을 미리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지혜롭고 만족스럽게 나이 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철학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준다. 저자가 일본 철학자라 그런지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많음에도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동양적이다.
나의 평소 생각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서 책 읽는 내내 몹시 평온하고 좋았다.
한낮의 해가 어느 새 기울고 노을이 지는 시간, 내 인생의 시간에도 노을이 지려 한다. 이 시간을 나는 차 한잔하며 잔잔하게 보내고 싶다. 이 책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