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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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펌한 얼굴을 한 사이코패스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무서운 생각!
원래 치팅데이라는 말은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이 하루정도는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지치지 않고 다이어트를 이어가기 위한 날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달에 한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악인을 처단하는 날로 쓰인다. 섬뜩하지만 작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불면증을 이유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꼬박꼬박 수면제를 모아두는 초등교사 희태는 술만 먹으면 시끄러운 옆집 남자와 약아빠진 동료교사 때문에 피곤하다. 그러나 희태에게는 자기만의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치팅데이 날, 눈앞에서 그들을 치워버린다.
희태는 가정폭력범이었던 아버지에게 엄마와 함께 폭행당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데, 아빠는 언제나 찾아와 모자를 괴롭혔고 술취한 아버지를 밀친 것이 악인에 대한 그의 첫 응징이었다.

얼마 후, 엄마는 음주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로 죽는다. 엄마는 떠났지만 음주 운전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회적인 법은 약자들을 잘 보호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늘 당당하고 피해자들은 더 공포에 떨어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히어로를 꿈꾼다. 법 망을 피해다니는 그들로 인해 한동안 우리 사회에도 사적인 복수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희태의 행동은 악임에도 악이 아닌 것 같아 보이기 까지 한다. 그의 제거 대상이 남을 거리낌없이 해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희태는 선하고 정의로워야만 영웅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당을 처단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며 죽어 마땅한 사람을 죽이는 건 정당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이야기는 빠른 진행으로 몰입감을 높인다. 역동적인 사건 전개에 놀라고 놀라다보면 어느덧 끝에 다다른다.
소설을 보는 내내 인과응보의 법칙이 떠올랐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로 악인이 처벌받는 세상은 그저 유토피아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통쾌하다가도 씁쓸해지는 우리 사회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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