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누스토 철학하는 아이 16
다카바타케 준코 지음, 다카바타케 준 그림, 혜원 옮김, 위모씨 해설 / 이마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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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도둑과 왕이 '도둑 놀이'를 하는 내용이에요. 도둑을 잡아들이는 게 아니라 도둑과 놀이를 하는 왕이 등장해 신선했어요. 평화로운 나라에서 할 일이 많이 없어서였을까요. 왕이 직접 누스토에게 자신의 보물을 훔쳐보라며 도발을 하죠. 이에 누스토는 무슨 대답을 했을까요? 훔칠 보물을 직접 그려보냈답니다. 겁먹지 않고 기꺼이 초대에 응하는 이 도둑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표지에 그 그림이 나와 있네요.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왕은 자신의 도전을 받아들인 누스토를 생각하며 신이 났죠. 그림이 무엇일지 신하들과 고민하고 대책을 세웁니다. 비슷한 물건이 너무 많았지만 걱정이 되지는 않았어요. 누스토가 목적을 이룰지 어떨지 너무 궁금하기만 했죠. 도둑이 온다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는데 글쎄, 무언가가 없어졌지 뭐예요. 그제서야 왕은 그림을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번에는 누스토에게서 무언가를 훔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제 누스토가 머리를 짜낼 차례겠지요.

 

도둑과 왕은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는 함께 놀이를 하는 관계로 나옵니다. 물론 상대를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요. 여기서부터 이 이야기는 특별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의 소중한 물건이 사라졌을 때 왕은 분노하는 대신 다시 함께 관계 맺기를 청합니다. 놀이를 놀이 그 차제로 보았을 때만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규칙을 지켜 놀이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왕이 낸 힌트를 아무리 봐도 무슨 그림인지 잘 모르겠네요. 아이와 함께 머리를 맞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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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The Power
나오미 앨더만 지음, 정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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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십대 소녀들이 전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손끝으로 힘이 센 누군가를 제압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든 여성들은 소녀들에게 내재된 힘을 일깨우는 법을 배우고 이내 세상은 여성의 '파워'로 뒤흔들린다. 이제 신생아까지 그 힘을 가지고 태어나니 힘이 없는 남성들은 무기의 힘을 빌려 사회를 유지하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수세에 몰린다. 점점 여성들의 세상이 되어가면서 남성 중심적인 역사는 지워진다. 앞으로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영화, 소설, 만화에서 보던 초능력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기에 가치있어 보였다. 그런데 인류의 절반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그 능력을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여기에 조건이 붙는다면 어떨까. 작가는 여성에 한정해 강한 힘이 발휘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남성은 여성이 가진 힘을 인정하고 지금처럼 질서를 유지하며 살게 될까.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먼저 여성들이 지금의 질서를 용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책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극도로 억눌려 살면서 사람 대접을 못 받는 여성들이 먼저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그 일은 여성을 소유물로 취급하는 많은 국가들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세대를 거듭해 여성의 파워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세계는 가모장제의 테두리 안에서 기능하면서 그 권력을 남성이 넘볼 수 없도록 점점 더 손볼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면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파워> 같은 역사 소설도 나타나겠고.

그렇다면 힘을 가지게 된 여성이 그렇지 못한 남성을 억누르는 행동은 당연한 것일까. 지금까지 남성들이 그래왔듯 여성들도 똑같이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한 대로 갚아줄 때는 물론 통쾌했지만 그 이후에 남성들을 대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에 불과했으므로. 먼지 한 톨의 가치조차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현재 사회 시스템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하면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초능력이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어릴 때 히어로 만화를 볼 때는 '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를 바랐고 얼마 전 <재인, 재욱, 재훈>을 읽을 때는 사소한 초능력이라도 생겼으면 했다. 사는 게 재밌어질 것 같아서.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이제는 이유를 달리해야 할 듯하다. 여성들이 온순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선입견을 작가가 제대로 깨 주었으니 이 점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 내게도 힘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지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그저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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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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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식물이 어우러진 표지 그림이 아름답다. 식물학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식물과 사랑에 빠진 연구원 모토무라와 그녀를 사랑하는 요리사 후지마루의 이야기가 잔잔히 흘러간다. 식물 연구와 요리라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둘의 모습이 퍽 멋지다. 사랑의 라이벌이 눈앞에 있긴 한데 그가 사람이 아니라 식물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든 식물의 세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백전백패일 테니. 후지마루가 그랬던 것처럼.

후지마루는 처음에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식물에 관심을 가졌지만 점점 식물의 세계에 매료되어 간다. 책을 읽으면서 후지마루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작은 식물이 이루어내는 변화가 신비하고도 놀랍게 느껴진 뒤로는 길가에 핀 들꽃 한 송이를 봐도 너무나 예뻐 보인다. 소설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에게 관심 없는 모토무라가 후지마루와 엮어 갈 시간이 기대되었는데 읽어갈수록 식물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졌고 식물에 푹 빠져 사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졌다.

애기장대를 연구하는 모토무라와 선인장을 연구하는 가토는 식물에 대한 사랑을 훤히 드러낸다.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기쁨은 얼마나 큰가.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은 환하디 환하다. 연구를 위해서라면 멀고 먼 오지로 가는 일도 마다않고 예측 못할 결과를 위해 공휴일도 없이 실험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아름답다. 연구의 길은 험난하지만 그 길을 즐기며 가는 이들 덕에 우리는 신비로운 자연을 아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학창시절에 현미경으로 양파 세포를 들여다본 게 다일 정도로 식물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친절하고도 자세한 설명 덕에 소설에 나오는 실험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저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심도 깊게 공부한 것일까.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저자가 몸소 보여주는 것만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식물', '세포', '유전자' 등의 단어가 꽤 친숙하게 느껴진다. 모토무라가 사랑에 빠진 애기장대, 그녀가 10년 동안 키우고 있다는 파키라를 찾아보기도 하면서 여운을 좀 더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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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 선 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
손묵광.이달균 지음 / 마음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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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에 묵묵히 서있는 탑들, 세월을 껴안고 있는 탑들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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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인 더 레인
가스 스타인 지음, 공경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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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개의 시선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색다르다. 감동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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