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The Power
나오미 앨더만 지음, 정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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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십대 소녀들이 전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손끝으로 힘이 센 누군가를 제압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든 여성들은 소녀들에게 내재된 힘을 일깨우는 법을 배우고 이내 세상은 여성의 '파워'로 뒤흔들린다. 이제 신생아까지 그 힘을 가지고 태어나니 힘이 없는 남성들은 무기의 힘을 빌려 사회를 유지하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수세에 몰린다. 점점 여성들의 세상이 되어가면서 남성 중심적인 역사는 지워진다. 앞으로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영화, 소설, 만화에서 보던 초능력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기에 가치있어 보였다. 그런데 인류의 절반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그 능력을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여기에 조건이 붙는다면 어떨까. 작가는 여성에 한정해 강한 힘이 발휘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남성은 여성이 가진 힘을 인정하고 지금처럼 질서를 유지하며 살게 될까.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먼저 여성들이 지금의 질서를 용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책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극도로 억눌려 살면서 사람 대접을 못 받는 여성들이 먼저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그 일은 여성을 소유물로 취급하는 많은 국가들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세대를 거듭해 여성의 파워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세계는 가모장제의 테두리 안에서 기능하면서 그 권력을 남성이 넘볼 수 없도록 점점 더 손볼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면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파워> 같은 역사 소설도 나타나겠고.

그렇다면 힘을 가지게 된 여성이 그렇지 못한 남성을 억누르는 행동은 당연한 것일까. 지금까지 남성들이 그래왔듯 여성들도 똑같이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한 대로 갚아줄 때는 물론 통쾌했지만 그 이후에 남성들을 대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에 불과했으므로. 먼지 한 톨의 가치조차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현재 사회 시스템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하면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초능력이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어릴 때 히어로 만화를 볼 때는 '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를 바랐고 얼마 전 <재인, 재욱, 재훈>을 읽을 때는 사소한 초능력이라도 생겼으면 했다. 사는 게 재밌어질 것 같아서.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이제는 이유를 달리해야 할 듯하다. 여성들이 온순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선입견을 작가가 제대로 깨 주었으니 이 점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 내게도 힘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지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그저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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