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중1 - 양손에 놓여진 권력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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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은 총 6권으로, 새 삶을 찾은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기에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는 생각지 못할 일들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적용하면서 위기를 헤쳐가는데 실로 놀랍다. 거의 죽어가면서 다른 사람을 시켜 외과 수술을 할 정도로 삶에 대한 집착도 상당하니 아무리 그를 제거하려는 사람이 많아도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주인공이 가까스로 살아나는 부분에서 의원들의 태도에 눈이 갔다. 사람의 몸에 칼을 대고 장기를 만지는 모습에 아연실색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기술을 전수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도 있으니 이들의 앞날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게 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그저 선구자가 연 길을 졸졸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죽음을 앞에 두고 눈을 감았는데 눈뜨니 다른 세상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혼란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를 것도 같고 충격이 어느 정도 가시면 조금씩 적응하려고 노력할 것도 같다. 어찌 되었든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정말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현대에 살다가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눈뜨기라도 한다면 신분제에 갇혀서 어찌 살겠나. 황제의 말 한마디에 목숨을 내놓아야 하다니. 아무래도 적당히 건강하게 살다가 자면서 맞는 조용한 죽음을 꿈꾸다 보니 이런 모험은 소설에서만 접하면 충분하다 싶다. 무협지를 보면 무공이 출중한 이들이 등장인물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일반인들도 많아 보기가 편하다. 이야기의 반이 지났다. 주인공은 이미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이보다 더한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무래도 수도에 큰일이 난 것 같은데 주인공이 어떻게 기지를 발휘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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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만드는 뇌 - 인간은 사소한 일조차 뇌가 시켜서 한다
양은우 지음 / 웨일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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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해가 바뀌었나 했는데 벌써 1월 중순이나 됐다. 새해 목표를 세웠으면 이미 작심삼일을 만들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에 올해엔 따로 목표 같은 것은 세우지 않았다. 이리 마음이 편할 줄 알았으면 진작 그럴 것을. 계획을 지키려고 애쓰지는 않고 합리화만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습관은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니 새해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서서히 습관을 바꿔나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모든 행동을 관장하는 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뇌의 신경회로는 어릴 때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성되는데 크면서 자주 사용하는 신경회로는 남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없어진다고 한다. 독서를 좋아하면 책 읽는 데 도움 되는 신경회로들이 남고, 손으로 하는 놀이를 싫어할 경우에는 감촉과 관련된 신경회로는 가지치기가 되는 식이다.


반복에 의해 형성된 습관이 좋은 것이라면 상관없는데 자신이 볼 때는 물론 남이 볼 때도 그지없이 안 좋을 때는 정말 난감하다. 그 일을 하기에 적절한 신경회로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들인 습관은 고치기도 힘들고 새로 들이기도 힘든 것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신경회로 때문인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만약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적절히 대처하면 될 일이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뇌가 새로운 신경세포를 연결하는데 행동을 반복할수록 연결을 강화한다고 한다. 즉, 행동을 자주 반복하면 습관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인내'라는 만만치 않은 단어이다. 인내하지 못해서 삼 일 만에 무너진 계획이 너무 많지 않은가. 무슨 행동이든 내 것으로 만들려면 감내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 단기간에 좋지 못한 습관을 고치려 한다든가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 하는 대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주 하는 수밖에. 책에서 예로 들었듯 마음속으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그리면서 연습하는 '심적 시연'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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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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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은 최상위층 고객들의 대리모 계약이 주가 되는 내용으로 비밀 대리모 시설에서 지내는 대리모와 직원들의 이야기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일 년 전에 읽은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시녀 이야기>가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일을 소재로 삼았다면 이 책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여성의 몸을 생산 도구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결혼을 하든 결혼하지 않고 혼자 키울 생각을 하든 아기를 가진 여성들 대부분은 진심으로 원해서 아기를 품는다. 자신과 닮은 모습을 기대하며 태어날 아기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은 그 자신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그런데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이 일, 즉 비즈니스가 된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무사히 출산을 해서 보수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테니.


이 책에 나오는 대리모 시설은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여러 차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낙후된 시설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임신부들은 호화로운 시설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명상을 하고 태교 수업을 듣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들은 고향에 돈을 보내거나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의뢰인들이 대단히 부유한 계층이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만약 중간에 유산을 하거나 심각한 사고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대리모에게 그리 좋지 않은 조치가 취해지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각자의 사정으로 대리모 사업에 뛰어든 이들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서술하고 있다. 한 쪽으로 감정이 치우치는 걸 방지하는 듯하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아기를 대량 생산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이런 식으로 대리모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놀랍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경제적 이해관계를 포괄하는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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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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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대부분 일본이라고 대답한다. 불과 백여 년 전에 몇십 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고통받았던 일이 앙금으로 남아 있는 터다. 일본이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려고 했으니 악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국제 경기에 나갈 때나 성능 좋은 제품을 살 때 일본을 견제한다. 일각에서는 무조건 일본을 깎아내리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는 배울 점이 아무것도 없다고도 한다. 정말 그럴까.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일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만 모여 있는, 곧 망할 나라일까. 이를 알고 싶으면 일본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사 전문가인 저자는 우선 '메이지유신'에 대해 먼저 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19세기 중후반에 일본에서 일어난 사회적 대변혁을 뜻하는 메이지유신. 이들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사회 체제를 바꾸면서 큰 변화를 이룬 후에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강대국이 되었으므로 그 반석이 된 그 사건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메이지유신을 성공으로 이끈 사람들, 사회적인 배경, 문화 등이 담긴 책 내용이 흥미로워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메이지유신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발전한 일본에 공헌한 인물들이 사무라이라는 사실이 뜻밖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는 일에 매진했던 사무라이들이 아닌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들이 칼을 휘두르는 대신 주자학을 연구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무인인 사무라이가 칼 대신 손에 책을 들면서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고 메이지유신을 통해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이 근대화를 이룬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 또한 특이하다 싶었다. 피지배계층인 농민이나 상인이 아니라 지배계층인 사무라이가 사회질서를 뒤흔드는 일 없이 점진적으로 변화를 일으켰고 사람들은 이를 관망하다 받아들였는데 이때부터 개혁이든 정치든 시대를 이끌고 움직이는 역할은 특정인이 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니 현재 일본인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현상이 이미 오래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자국의 문제를 숨기기 급급할 때가 많은데도 일본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참 궁금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국민 전체가 아닌 일부가 나라를 좌지우지한다면 그 나라는 올바로 나아갈 수 있을까. 기득권층만 좋을 세상을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경우를 보면서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국제 정세뿐 아니라 모국의 정세를 살피는 일에 게으름을 부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한 가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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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 중 이마주 창작동화
프라우케 앙겔 지음, 슈테파니 브리트나허 그림, 박종대 옮김 / 이마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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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아침 식사를 합니다. 아빠, 아들, 어린 쌍둥이, 아빠는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어요. 그런데 엄마는 뭘 하고 있을까요. 가만히 앉아 있는 가족들 옆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네요. 마침 그때 고양이가 토하고 말아요. 아침을 준비한 엄마는 식탁을 차리고 빵에 버터를 바르다 고양이가 토한 것까지 치우는군요. 아무도 엄마를 돕지 않네요. 이 모든 것이 당연해 보인다면 자신이 속한 가정에서도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아침에 가족들을 깨우고 식사를 준비하고 쌍둥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 엄마의 일이 끝날까요. 그렇지 않지요.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하고 가족들이 돌아오면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는 일까지 다 해야 하지요. 어린이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빠는 물론 육아에 동참하지 않겠고요. 결국 엄마는 파업을 선언해요. 엄마가 하던 모든 일들을 나눠서 하게 된 가족은 그제야 엄마의 고충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름만 한국식으로 바꾸면 우리나라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위화감이 없어요.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에 머물기로 결정한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맞벌이를 하면서도 가사를 떠맡는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주부를 '노는 사람' 취급하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독일에서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집안일을 경시하는 풍조가 선진국이라고 아예 없지는 않은가 봅니다. 집안일은 누구의 것일까요. 엄마의 일이라 구분 짓는 게 당연한 걸까요. 함께 사는 집에서 한 사람이 온갖 일을 떠맡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각자의 일은 스스로 하는 게 옳지요. 가사를 분담하면 시간이 단축되지만 혼자 하면 하루 종일 해도 모자란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사람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집안일은 모두의 것이라는 걸 상기시키는 내용이 더없이 반가워요. 주인공의 친구인 아드리안이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가족은 친구다.'라는 말이요. 이 말을 항상 기억한다면 가족들이 서로서로 도와가며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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