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난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이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무수한 고민을 하고 살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만큼 숱하게 하는 게 또 있나 싶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사귀기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나 혼자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닐 터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엮이면 괜히 피곤해져서 피하고 싶은 사람 한둘쯤은 다들 있는 모양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소개하는 '그 사람'의 특성을 보고 맞다면서 혼잣말을 반복했다. 어쩜 이리도 특성을 잘 파악했을까. 쓸데없이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고 만날 때마다 푸념을 늘어놓고 남의 말에 부정적이며 별일 아닌 일에도 풀이 죽는 누군가가 떠올라 혼자 웃었다. 이런 사람은 만나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하소연을 하면 듣기 힘들지 않겠는가. 상황을 바꿀 생각을 하면 좋으련만.


문제는 이런 사람이 지인일 경우에는 피할 수 있으니 부담이 덜한데 직장 동료일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해서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당사자는 자신이 얼마나 피곤한 사람인지 인지하지 못하니 주변 사람들만 힘들고 혼란스럽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유형을 거론하며 반응을 예측하고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기술을 익혀 마음 편하게 지내라고 권한다.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심리가 어떤지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가능할 것 같다. 밑도 끝도 없이 화부터 내는 사람, 필요 이상으로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사람, 흘러넘치는 자기애를 자랑하는 사람 등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난다는 사람의 특성을 자세히 드러내니 책이 술술 읽힌다. 그냥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어딜 가나 있을 수 있으니 마음을 비우자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좀 다른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나도 '피곤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 듣기의 기술이 바꾸는 모든 것에 대하여
케이트 머피 지음, 김성환.최설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상대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유대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 인터뷰 전문 기자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상대의 말을 귀담아들으면 세계관이 확장되고 이해력이 높아진다고 하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최근에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화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상태를 이해하려고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우선했던 것 같다. 팬데믹 이후로는 다른 사람과 만나기도 꺼려져 카톡 같은 메시지 앱으로만 소통하다가 가끔 만나면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데 그럴 때는 인터넷상으로 대화하기보다는 직접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일단 누군가와 만나 대화를 나눌 때에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교감을 나눌 수 있는데 이것도 기술이기에 반복해서 노력할 마음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다. 상대의 말을 자꾸 끊거나 휴대폰, 주변 환경 등을 흘깃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 관계를 진정으로 유지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태도를 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항상 귀를 기울일 수는 없다. 우리의 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귀를 열다 보면 보다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어 시스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9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땐 늘 붙어 있다시피 한 이나와 주나는 요즘 서먹하다. 주나가 느끼기에는 언니인 이나가 갑자기 차갑게 구는데 이유를 모르겠단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를 따라 독일로 간 주나가 엄마를 따라 태국으로 간 언니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각각 낯선 곳에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사이에서 이런저런 고민도 하고 한국에서부터 달고 왔던 고민은 좀 내려놓기도 하면서 경험을 넓혀 나간다. 함께 있을 땐 거의 말을 하지 않다가 몸이 멀어져서야 대화를 하게 된 이나와 주나는 서로의 생활을 짐작하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나가 싸늘한 모습을 보인 이유도 끝부분에 나오는데 정말 그럴 만했구나 싶어 이나가 안쓰러웠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족에게 받는 상처는 남에게 받는 상처와 비교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가장 가깝지만 누구보다 멀어질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이 아닐까. 외모와 성격이 너무나 다른 이나와 주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소통의 부재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상대에게 기분이 나쁘면 솔직하게 말하면 좋은데 더 큰 상처로 돌아올까 두려워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다고 판단해 데면데면하게 굴면 상대는 몇 번 물어보다 오해를 시작하고 감정의 골이 패여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니 문제가 커질 수 밖에. 둘도 없이 친한 사람과 갑자기 원수처럼 지내게 된다면 얼마나 속상한 일일까. 이나와 주나의 아빠 말처럼 가족은 닮고 안 닮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과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걸 언제나 기억해야겠다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는 데서 오기도 한다. 불안을 견딜 수 없어 앞으로는 모든 일을 긍정하며 좋은 것만 떠올리자 다짐해도 지금껏 해온 생각은 사라지지 않기에 마음은 계속 지옥을 헤맨다. 오랫동안 요가를 수련하면서도 치받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메이는 한국을 떠나 인도까지 와서도 습관처럼 따라붙는 번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폭식증과 우울감에 시달리면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삶의 의미를 찾고자 먼 길을 떠났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마음에 괴롭기만 한 메이. 떠난다고 해서 생각대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만 새삼 확인할 뿐이다. 불합리한 카스트 제도에 순응하며 사는 인도인들을 보며 그들의 무지함에 화를 내다가도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릴 방법을 모르는 자신이야말로 무지한 게 아닌가 자문하는 모습이 어쩐지 슬프게 다가왔다.


인도에서 알게 된 케이가 떠난 후 그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메이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마음이 조금도 충족되지 못할 때 어떤 마음이 생기는지, 그 참을 수 없는 허기짐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따위를. 사랑을 주지 않은 부모, 이중적인 모습으로 마음을 난도질한 연인이 마음에 새긴 상처가 깊고도 깊다. 다정한 손길, 따스한 말 한마디에 열리는 마음이건만.


소설의 처음과 끝에는 차문디 언덕이 있다. 도시는 사람과 탈것, 동물이 엉켜 혼잡하지만 언덕에 오르면 사방이 조용하다. 멀리 보이는 도시는 아름답고 저물녘 물드는 하늘은 마음을 적신다. 천 개가 넘는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며 메이가 본 것들은 삶에 의문이 생길 때마다 떠올라 그녀를 다독일 것이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은 없어진다고,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외면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던 그녀가 한결 편안해 보여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을 수프 - 가을 아이세움 그림책
문채빈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곱 마리 생쥐 형제들이 가을 운동회에 가네요. 마을 운동장에는 운동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모두들 모여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드디어 시작된 운동회! 줄다리기를 시작으로 다리 묶고 달리기, 과자 따먹기, 박 터뜨리기가 진행됐고 마지막으로 큰 공 굴리기만 남았어요. 여러 팀이 각각 자신의 몸집보다 큰 공을 굴려 마을을 한 바퀴 돌아야 해요. 가을 언덕을 오르고 숲속을 지난 뒤 계곡을 건너 결승점까지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네요. 폭포에서 떨어져 호박밭에 떨어진 생쥐 형제들은 주황색 공과 비슷하게 생긴 호박을 공인 줄 알고 굴려서 갑니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결승점에 도착한 생쥐들은 호박을 보고 놀라다가 배고픈 모두를 위해 호박 수프를 끓이기로 결정해요. 동물들은 모두 모여 과일과 나무 열매를 넣고 먹음직스러운 수프를 만들어 나눠 먹어요. 수프가 노을 진 가을 하늘을 닮아 '노을 수프'라 이름 붙였다네요. 가을 햇살맛이 나는 수프는 모두의 배를 든든하게 만들었지요. 승패에 상관없이 모두가 어울려 즐기는 운동회 모습을 보니 흐뭇하네요. 운동회는 1등을 가리기 위한 목적만 있는 건 아니지요.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하는 데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 그림책에서 '얄라차'라는 단어를 처음 봤어요. 어떤 것을 신기하게 여길 때 내는 소리로, 순우리말이라고 하네요. 귀엽고 밝은 느낌이 드는 단어라 여러 번 소리 내봤어요. 표지를 보니 '얄라차 생쥐 형제'라는 말이 있네요. 시리즈였군요. 생쥐 형제들이 다음에는 어떤 일을 겪을지 기대되네요. 가을이 다가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학교에서 가을 운동회를 하지는 못하니 책을 보면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아이들이 많겠네요. 아무쪼록 아이들이 모여서 신나게 뛰어놀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