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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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더 나은 삶,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바라는 마음은 지극히 정상인데 문제는 모든 힘을 쏟는다는 데 있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만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지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잠시 쉬고 싶어지는데 불안이란 녀석이 따라와 쉬지 못하는 상황을 조성한다.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는 건 좋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에 매인다면 행복을 느낄 시간이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바라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이 힘들 때 읽으면 좋을 문장이 가득한 책이다. 살다 보면 힘을 빼야 할 때가 있는데 작가가 그 방법을 찬찬히 일러준다.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대신 차분하게 꾸리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괴로움이 닥치면 흘러가도록 놓아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뒤처질까봐 전정긍긍하며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대신 나에게 소중한 가치를 위해 살면 어느새 마음에 행복이 내려 앉을 것이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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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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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엇일까. 주인공이 학생들에게 묻는다. 그의 수업 목차대로 우리는 유년을 거쳐 사랑을 하고 대화를 하며 환상을 품은 채 일상을 보낸다. 누군가의 죽음을 겪고 애도를 하고 고통을 마주하면서. 누구나 겪는 과정 속에서 저마다 다른 삶의 형태를 이루는 우리는 늘상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 때로 지루함과 고통에 몸부림치다 짧은 위로와 기쁨에 잠깐 행복을 느낀다. 나머지 시간에는 늘상 해온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할 뿐이다.

주인공은 학기 후반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부부 이야기를 한다. 아들을 떠나 보낸 부부가 빵집 주인이 대접한 달콤한 시나몬롤빵에 위로를 받고 '뜯어 먹기 힘들지만 맛은 풍부한' 검은빵을 맛보며 인생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이들은 긴 애도 기간을 거치며 반복되는 일상에 적응할 것이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냥 사는 것'에. 삶은 되풀이되는 하루로 엮는 긴 줄이 아닐까. 벗어날 수 없으므로 외면할 수 없는.

은근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강의 시간마다 수강생들의 태도에 주인공이 보이는 반응이라든지 자장가 삼은 '섬집 아기' 이야기라든지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하는 합평 시간이라든지 적재적소에 흩뿌려진 유머에 웃음이 마를 새가 없었다. 진지해지는 찰나에 끼어드는 뜬금없는 유머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음에 든다. 전작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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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산책 - 뿌리가 되는 언어 공부
한동일 지음 / 언어평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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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에서 라틴어의 문법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내용을 접했다. 능동태만 60여 가지가 넘는 데다 동사의 어미변화, 수동태의 어미변화 때문에 지레 겁먹는 사람이 많다는 문장을 읽고 나서 복잡하면 얼마나 복잡하기에 그렇게 말하나 했다. 라틴어 do 동사 활용표를 보기 전까지는. 동사 하나가 106개로 변화하는데 깜짝 놀랐다. 직설법, 접속법, 명령형, 부정형을 많으면 5가지, 적으면 2가지의 시제에 맞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능동형과 수동형, 단수와 복수를 다 따져야만 하니 외울게 많아도 너무 많다 싶었다. 이런 언어를 배우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건 굉장히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 것이 사실이다. 조직적이고 수학적인 언어인 라틴어를 제대로 배운다면 공부하는 훈련이 되고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니 솔깃하기도 했다. 어려운 언어를 배우고 이를 활용하게 된다면 대단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라틴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틴어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라틴어를 이해하고 알파벳과 발음을 익히는 것까지는 쉽다. 그런데 모음의 장단과 강세 부분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어렵다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한국어에는 없는 성이 있고 조사로 주격과 목적격을 구분하는 한국어와 달리 라틴어는 조사 없이 어미변화로 격을 드러내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력 없이 어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냐마는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싶다. 어찌 되었든 배우려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라틴어로 편지를 쓰고 싶다. 이런 작은 목적이라도 있다면 조금씩 천천히 공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첫 문장은 로마인들처럼 시작하련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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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는 아이 심리 다독이는 부모 마음
김영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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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면서 내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는 걸 차분히 이야기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발달 심리이론을 쉽게 설명하면서 아이의 신체적인 발달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발달이 삶의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마음에 와닿게 전달하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 스스로 존귀하다는 감정을 가져야 그 힘으로 양육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작가가 전하는 말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아이가 소망하는 모든 것, 다양한 감정이 담긴 그림책을 아이와 공유하면서 아이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으니 그림책이 가진 힘이 크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과거에 느낀 감정이 떠올라서다. 친구에게 섭섭했던 마음, 부모님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슬펐던 마음,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 등 어릴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는 감정이 신기하다. 아이도 지금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커서 떠올릴 때가 있겠지. 아이가 긍정적이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며 안전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아이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자신을 인정하고 아이를 인정할 때 둘의 관계가 좋아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만드는 책을 정기적으로 봐야 할 필요를 느낀다. 깜빡 잊고 있다가 아차 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니까. 아이에게 소홀했던 일을 곱씹으며 자책하는 대신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바라보고 이해하면서 마음을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불안한 마음이 불안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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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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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간에 대한 불안을 잘 그린 소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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