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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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엇일까. 주인공이 학생들에게 묻는다. 그의 수업 목차대로 우리는 유년을 거쳐 사랑을 하고 대화를 하며 환상을 품은 채 일상을 보낸다. 누군가의 죽음을 겪고 애도를 하고 고통을 마주하면서. 누구나 겪는 과정 속에서 저마다 다른 삶의 형태를 이루는 우리는 늘상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 때로 지루함과 고통에 몸부림치다 짧은 위로와 기쁨에 잠깐 행복을 느낀다. 나머지 시간에는 늘상 해온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할 뿐이다.

주인공은 학기 후반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부부 이야기를 한다. 아들을 떠나 보낸 부부가 빵집 주인이 대접한 달콤한 시나몬롤빵에 위로를 받고 '뜯어 먹기 힘들지만 맛은 풍부한' 검은빵을 맛보며 인생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이들은 긴 애도 기간을 거치며 반복되는 일상에 적응할 것이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냥 사는 것'에. 삶은 되풀이되는 하루로 엮는 긴 줄이 아닐까. 벗어날 수 없으므로 외면할 수 없는.

은근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강의 시간마다 수강생들의 태도에 주인공이 보이는 반응이라든지 자장가 삼은 '섬집 아기' 이야기라든지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하는 합평 시간이라든지 적재적소에 흩뿌려진 유머에 웃음이 마를 새가 없었다. 진지해지는 찰나에 끼어드는 뜬금없는 유머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음에 든다. 전작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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